'숫자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7.25 숫자 이야기 4
  2. 2008.07.24 숫자 이야기 3
  3. 2008.07.24 숫자 이야기 2
  4. 2008.07.24 숫자 이야기 1
2008. 7. 25. 08:29

숫자 이야기 4

[숫자 이야기] 인류는 왜 ‘12’를 경외했을까?
 

우 리 주변에는 유난히 숫자 12가 많다. 12개가 들어 있는 연필 한 다스, 12달로 이루어진 1년, 12마리의 동물로 구성된 십이간지 등 일상 곳곳에서 12를 발견할 수 있다. 10진법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셈하기도 쉽지 않은 12라는 숫자를 사용하게 된 것은 도대체 어떤 연유에서일까. 열두 번 생각해 보면 답이 떠오르지 않을까.

12에 '완전함'의 의미를 넘어 종교적인 의미까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일상에서 만나는 '12'가 달리 보일 것이다. 


걸리버에게 1,728명분의 음식을 준 까닭은

우리가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에 <걸리버 여행기>가 있다.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처음 들어 보는 신기한 세상에 놀라기도 하고 여행에 대한 동경도 가졌었다. 그리고 또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소인국의 왕이 걸리버에게 하루에 1,728명분의 식량을 지급하였다는 사실이다.

왜 왕은 키가 큰 걸리버에게 10명이나 100명, 1,000명이 아니라 기억하기에도 힘든, 1,728명분의 음식을 주었을까? 영국의 어린이라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여러분은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영국의 소설가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는 당시 영국에서 사용하던 길이의 단위 중에 작은 단위를 사용하여 소인을 만들었다. 즉, 걸리버의 키가 6피트(약 180cm)이고 소인은 6인치로 설정한 것이다. 1피트는 12인치이므로 걸리버와 소인의 키의 닮음비가 12:1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이용하면 부피의 비는 123:13=1,728:1이 되므로 1,728명분의 식량이 필요하게 된다.

<걸리버 여행기>에도 숫자 12가 숨어 있다. 거인 걸리버와 소인의 키 비율은 12:1, 부피 비율은 이에 세제곱을 한 1,728:1. 그래서 걸리버에게 제공된 음식이 1,728명분이었다.
 

완전함ㆍ전부 그 자체여서 신성시됐던 숫자 12

이와 같이 영국에서는 12라는 수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1파운드가 12온스이고, 1인치는 12라인이다. 어디 그뿐인가? 성경에서도 12라는 수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야곱이 열두 아들을 낳았으며, 이스라엘은 열두 지파이고, 모세가 시내산 아래 쌓은 제단의 기둥도 열두 개이며, 예수의 제자 역시 열두 명이었다. 또 예수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배불리 먹이고 남은 빵과 물고기가 열두 바구니에 가득 찼다.

12라는 수가 하나의 단위가 되기도 하고, 종교적으로도 중요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1년이 열두 달이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달이 지구를 12번 돌게 되면 새롭게 계절이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1년을 열두 달로 정하였던 것이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역법을 수정하기는 했지만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달의 움직임으로 계절을 훌륭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그래서 12라는 수는 완전함ㆍ전부를 의미하게 되었으며, 12를 하나의 단위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2라는 수는 신성한 수로 여겨지는 3과 질서ㆍ조화ㆍ완성을 의미하는 4와의 곱이기도 하다. 또한 완전수인 6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12니, 12라는 수에 완전함의 의미가 더욱더 부가될 수밖에 없다.

 달이 지구를 12번 돌면 해가 바뀌고 새롭게 계절이 다시 시작한다.
그 옛날 12라는 숫자가 완전함을 넘어 종교적으로 중요시되었던 것은,
이처럼 달의 움직임이 생활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 리듬도 이미 12박자?

우리 주변에서는 12라는 수가 어디에 사용되고 있을까?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시계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오전 12시간과 오후 12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시계에서는 12라는 수가 가장 크다. 그러나 옛날에는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12시간으로 구분되었다. 사주를 보거나 할 때는 태어난 시간을 알아야 하는데 이때 주로 '자시'나 '축시' 같은 말을 주로 사용한다. 그 시간은 다음 표와 같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몇 살이에요?”라고 묻기보다는 “몇 년생이에요?” 또는 “무슨 띠예요?”라고 묻곤 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12가지의 동물 이름을 이용하여 나타낸다. “소띠입니다” 혹은 “호랑이띠예요”라고 대답한다. 또한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 올해는 “무슨 해이지요?”라고 묻곤 한다. 올해 2008년은 무자년(戊子年) 쥐띠의 해이다. 그리고 동갑이라는 말도 있다. 후배 중에서 12살 어린 띠 동갑 후배는 특별히 가까운 느낌이 들고, 띠 동갑끼리 결혼했다고 하면 왠지 부럽기도 하다.

이런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오천 년 전 중국의 황제가 갑자를 지어냈는데, 갑ㆍ을ㆍ병ㆍ정ㆍ무ㆍ기ㆍ경ㆍ신ㆍ임ㆍ계라는 10개의 천간과, 자ㆍ축ㆍ인ㆍ묘ㆍ진ㆍ사ㆍ오ㆍ 미ㆍ신ㆍ유ㆍ술ㆍ해라는 12개의 지지가 그것이다. 이것이 서로 순서대로 결합하여 해를 나타내는 이름이 되었다.

‘ 연필 한 다스', ‘양말 한 다스'와 같은 표현에서 보는 것처럼 ‘다스'는 물건 열두 개를 묶어 세는 단위로 사용된다. 우리는 또 가끔 “열두 번도 더 검토해 보았다”와 같이 말하는데, 이때의 ‘열두 번'은 실제로 열두 번을 해본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많이' 해보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시계에서는 12가 가장 큰 수다. 올해는 쥐띠 해, 십이간지 열두 동물 중의 첫머리다. 연필 한 다스에는 12개가 들어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속에 12가 많기도 하다.
 


12진법 사용했다면 문명 더 발전했을 것

우리가 사용하는 단위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하여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피트는 발바닥의 길이이며, 야드는 한 팔의 길이이다. ‘열'은 두 손의 손가락 수이며, ‘스물'은 손가락과 발가락 모두를 합한 것이다. 로마에서는 5(Ⅴ)를 하나의 단위로 사용하였는데, 이것 역시 한 손의 손가락 수이다. 그렇게 볼 때 우리가 10진법이나 5진법, 20진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그런데 12를 하나의 단위로 생각하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고 쉬운 일도 아니다. 중국의 황제(黃帝) 때 하늘에서 10간과 12지를 내려 주었다는 전설이 있지만 하늘이 아무 이유도 없이 무작정 10개의 천간과 12개의 간지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학사(數學史)적으로는 그 당시 10진법과 12진법을 사용하는 문명이 통합되어 이로부터 60진법이 생겨났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역 법이 발달하여야만 12나 60이라는 수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12라는 수를 사용한 문명은 분명 아주 과학이 발달한 문명이었을 것이다. 수학적으로도 10보다는 12라는 수를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한데, 그 이유는 10의  약수가 1, 2, 5, 10인데 반해, 12의 약수는 1, 2, 3, 4, 6, 12와 같이 더 많고, 그런 점에서 우리가 만약 12진법을 사용했다면 분수를 소수로 나타낼 때도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의 손가락을 5개가 아닌 6개로 만들어 주셨다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12진법을 사용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지금보다 더 일찍 더 고도의 과학 문명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 글

강문봉 / 경인교육대학 수학교육과 교수, 수학과 문화 연구소 연구원

2008. 7. 24. 22:12

숫자 이야기 3

[숫자 이야기] 숫자 9, 생활의 지혜를 ‘구’하다.

많은 숫자 중에서 9처럼 여러 의미를 갖고 있는 수도 드물다. 9가 어디에 붙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둑에 붙으면 최고의 실력자란 의미가 되고, 가격에 붙으면 저렴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피타고라스 학파는 9를 가리켜 '다른 모든 숫자는 그 수 속에 존재하며, 그 속에서 순환하는 것으로 숫자의 한계를 나타내는 수'라고 하면서, 9에는 완성ㆍ전체ㆍ성취 혹은 불후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았다.

9를 알면 우리도 '생활의 9단'이 될 수 있다. 


바둑에서는 왜 9단이 최고일까?

신문 지상에 ‘정치 9단'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정치 감각이 남다른 정치인들에게 붙였던 수식어이다. 최근에는 정치 10단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그런데 왜 하필 9단이고 10단일까? 정치 100단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아부였을까?

아마도 정치 9단은 바둑 9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바둑에서는 가장 잘 두는 사람이 9단이며, 10단은 없다. 일본에는 10단이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창호 10단'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이것은 10단전에 우승한 사람에게 주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다. 그러면 왜 바둑에서는 9단이 최고 경지일까?

6세기 전반에 중국의 양무제 때 바둑의 순위를 9등급으로 정하였다. 초단은 수졸(守拙), 2단은 약우(若愚), 3단은 투력(鬪力), 4단은 소교(小巧), 5단은 용지(用智), 6단은 통유(通幽), 7단은 구체(具體), 8단은 좌조(座照), 그리고 9단은 입신(入神)이라 하여 신의 경지에 이르는 수준이다.

아마도 이런 순서를 정한 것은 9라는 수가 한자릿수에서는 가장 큰 수이며 그래서 완전함을 의미하는 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바둑에서의 이런 구분이 다른 영역에도 확산되어 정치 9단이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며, 술을 마시는 데도 9개의 급과 9개의 단으로 구분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바둑 9단이나 정치 9단은 좋지만 음주 9단은 추구하지 말자. 음주 9단은 다름 아닌 폐주(廢酒) 또는 열반주(涅槃酒)이니, 곧 술로 인해 저승으로 간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숫자 9를 연상시키는 물건이나 표지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보다는 숫자 9에 담겨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숫자 9, 마케팅에 눈뜨다
 

바둑 9단이라는 용어는 9가 완전함ㆍ최고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자릿수에서 가장 큰 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수가 다 그렇듯이 9라는 수 역시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삼위일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3은 아주 성스러운 수이다. 목숨을 살려 준 잉어가 어부의 소원을 3가지 들어 주었고, 램프의 요정 지니가 알라딘에게 3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하였다. 이렇게 여러 동화에서는 소원을 3개만 들어주는데, 3은 완성ㆍ신성ㆍ조화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9는 3×3이니 아주 신성한 수이기도 하다.

<왜란종결자>라는 판타지 소설에서도 구미호가 큰 활약을 하는 것처럼, 우리 조상들은 꼬리가 아홉 달린 구미호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왜 하필 꼬리가 9개 달린 여우가 그런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아홉이라는 수가 갖는 신비함 때문이 아닐까? 구사일생, 구중궁궐, 구천 등과 같은 표현에서는 '구'가 많다ㆍ깊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9는 불완전과 결함, 모자람의 수이기도 하다. 이것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십진기수법의 10이라는 수에서 하나 모자란 데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미국에 있을 때 물건을 살 때마다 1센트씩 거스름돈을 받았다. 물건값이 대부분 몇 달러 99센트이거나 몇십 9센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귀국할 때는 1센트 동전이 너무 많아서 처분하기가 곤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물건값이 90원ㆍ990원과 같이 100원ㆍ1,000원에서 10원 적게 책정된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소비자는 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이처럼 3과 4에서의 1의 차이보다는 9와 10에서의 1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역시 9가 불완전함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홉수라 해서 29살에 결혼을 피하는 관념에도 9가 좋지 않은 수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결국 9가 한자릿수에서 가장 큰 수인가, 완성된 10이라는 수에서 하나 모자란 것인가의 어느 것에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수의 의미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자릿수만 낮춘 숫자 9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이끌어 내는 큰 역할을 한다.


구거법, 인도ㆍ아라비아의 지혜를 전하다

수학을 하다 보면 9라는 수에 아주 신기한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구구단의 9단이다. 9단은 암기하는 것도 쉬울 뿐만 아니라, 곱셈 결과인 9, 18, 27, 36, 45, 54, 63, 72, 81 모두 각 자리 수의 합이 다시 9가 된다. 특히 구단은 손가락을 이용해서 암기할 수도 있다.

다음 그림 1을 보자. 3×9를 계산할 때 3, 즉 왼쪽에서 세 번째 손가락을 접는다. 그러면 접힌 손가락의 왼쪽 방향에 있는 손가락 수가 십의 자리 수 2가 되고 오른쪽 방향에 있는 손가락 수는 일의 자리 수 7이 되어 3×9=27이 되는 것이다.

 

 3X9를 계산할 때는 왼쪽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손가락을 접으면,
접은 손가락의 왼쪽 방향의 남은 손가락 수가 십의 자리 2, 오른쪽 방향의 남은 손가락 수가
일의 자리 7이므로 27이 된다. 다른 계산도 마찬가지다.
지금 손가락으로 6X9를 계산해 보자. 여섯 번째 해당하는 손가락,
즉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접고 시작하면 된다.

구거법(九去法)이라는 검산 방법도 있다. 구거법이란 9를 버린다는 의미인데, 9를 버리고 남은 수로 계산하는 것이다. 9를 버리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9로 나누어서 나머지만 생각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렇게 나누는 일 자체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각 자리 수를 모두 더한다. 569342라는 수를 생각할 때 각 자리 수의 합은 5+6+9+3+4+2=29이고 이 수의 각 자리 수를 또 더하면 2+9=11, 다시 더하면 1+1=2가 된다. 실제로 569342를 9로 나누면 나머지는 2가 된다.

만약 이 방법도 귀찮으면 처음부터 합해서 9가 되면 버린다. 즉, 569342에서 천의 자리 수 9는 버리고, 6과 3을 더하면 9가 되므로 이것도 버리고, 5와 4도 더하면 9가 되므로 이것도 버리고, 그러면 남는 수는 2뿐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569342의 경우 나머지는 2라는 수가 나온다.

이런 식으로 해서 나온 한 자리 수만 가지고 계산을 하여 그 결과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구거법이다. 예를 들어 364×56=20384가 맞는지 확인해 보자. 구거법을 적용하면 364는 4가 되고, 56은 2가 된다. 그러므로 364×56의 결과에 구거법을 적용하면 4×2=8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계산 결과인 20374는 7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 계산은 틀린 것이다.

구거법에 의해 틀린 결과가 나오면 이 계산은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맞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계산이 맞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런 검산법은 의외로 간편하기 때문에 아라비아 사람들이 사용했고 이것이 유럽에 전파되어 오늘날까지 전한다. 이렇게 흥미 있는 구거법은 아라비아 사람이 사용했다고 기록에 남아 있지만 아라비아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도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러한 구거법이 다름 아닌 9가 10보다 1 적은 수라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고 보면, 숫자 9는 1이 적다고 해서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신비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수학에서도 이럴진대, 우리 인생에서도 우리가 가진 단점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장점으로 탈바꿈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못생긴 얼굴이 다른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어 더 많은 친구가 생길 수도 있고, 음치라서 친구들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가?


- 글

강문봉 / 수학과 문화 연구소 연구원, 경인교육대학 수학교육과 교수

2008. 7. 24. 22:10

숫자 이야기 2

[숫자 이야기] 6각형이 없으면 세상이 조금 불편해진다?

사실 숫자는 우리의 일상이다. 전화번호,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숫자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얼핏 딱딱해 보이지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학'만 생각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지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숫자만큼 신비롭고 신기한 세계도 없다.

우리의 생활 속에, 그리고 자연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숫자 6, 그리고 6각형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보자.


아름다운 수, 완전수의 발견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박사의 영향으로 가정도우미와 아들인 루트(머리 위가 편평하다 하여 박사가 지어 준 별명)는 수에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애쓴다. 어느 날 박사와 이발소에 다녀오는 길에 가정도우미가 묻는다. “28의 약수를 더했더니 28이 되었어요.” '28=1+2+4+7+14'라고 쓰면서 완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박사는 “제일 작은 완전수는 6이야. 6=1+2+3”이라고 한다.

“아, 정말이네요. 그렇게 드문 게 아닌가 보죠?”라고 질문하는 도우미에게 “천만의 말씀. 실로 완전의 의미를 체현하는 귀중한 수지. 28 다음은 496, 그 다음은 8128, 또 그 다음은 33550336, 그 다음은 85898689056. 수가 커지면 커질수록 완전수를 찾아내기가 어려워지지”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약수의 합이 수 자신과 같은 수를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은 '완전수(perfect number)'라고 이름을 붙였다.


우리 주변에 6각형이 많은 이유

조물주가 천지를 창조하는 데 걸린 날 수는 6일이다. 바로 완전수인 것이다. 또한 6은 2×3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으로 짝수(여성)와 홀수(남성)의 결합으로 결혼을 의미하기도 한다.

6은 3을 두 배 한 것이기 때문에 3이 가지고 있는 균형 잡힌 구조의 원리를 그대로 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생활 주변에는 6각형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아주 많이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볼트와 너트이다. 지금은 수도꼭지를 위 아래로 움직이는 형태가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수도꼭지 역시 6각형을 이루는 것이 많았다. 이것들은 모두 힘의 효율성을 생각한 것이다.

가장 작은 완전수 6의 성질을 담아 균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볼트와 너트는 힘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자전거 바퀴의 살과 우산의 살(요즘은 디자인에 따라 다양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낙하산의 살은 6의 배수를 주로 사용하여 최소의 재료로 최대의 내부 넓이를 갖게 함으로써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과일가게에서 물건을 쌓을 때나 슈퍼에서 제품을 효과적으로 쌓을 때 또는 창고에 물건을 적재할 때 6각형의 구조를 사용하면 그 틈 사이에 버려지는 공간이 최소화된다. 그래서 보다 많은 물건을 쌓을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삼각형 구조가 숨어 있어서 쌓은 물건들이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제자리를 딛고 있는 것 같은 안정감까지 준다.
 

과일을 쌓는 데도 6각형의 원리가 활용된다.
오른쪽보다는 왼쪽처럼 과일을 쌓아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또 안정감도 높일 수 있다.


꿀벌은 이미 6각형의 비밀을 알고 있다?!

영화 '꿀벌 대소동(Bee Movie)'을 보면 주인공인 베리와 그의 동기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직업을 얻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으로 호넥스(HONEX) 사를 견학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천장도 바닥도 기계들도 모두가 6각형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벌집이 6각형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벌집은 6각형으로 되어 있을까? 이는 같은 길이의 끈으로 도형을 만든다고 할 때, 가장 넓은 면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원'이라는 사실에서부터 나온다. 같은 길이의 재료를 사용했을 때, 원에 가까운 도형일수록 그 내부의 넓이는 커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으로 만들지 않고 왜 6각형을 사용했을까? 평면을 정다각형으로 채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6각형을 이용해야 한다. 한 점에 모이는 내각의 합이 360도가 되어야 하는데, 다른 도형들은 틈이 생기거나 겹치기 때문이다.

이 세 개의 도형 중 원에 가장 가까운 것은 정6각형, 그러므로 정6각형이 가장 효과적이다. 집단공동생활을 하는 꿀벌들은 공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6각형 구조로 벌집을 구성하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꿀벌들은 수학을 좀 할 줄 아는 것 같다. 

생활 소품 퀼트 작품 속에 들어 있는 6각형.
빈틈을 만들지 않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모형이다.


우리 몸속의 물도, 좋은 말과 음악을 들으면 6각형이 될까?

몇 년 전에 ‘흥부가 기가 막혀'라는 노래로 인기몰이를 했던 가수 ‘육각수'가 있었다. 남자 둘이 장단을 척척 맞춰 가며 노래를 하는 모습이 듣고 보는 이를 신명나게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가수 육각수가 아닌 먹는 물의 육각수에 대한 것이 가끔 기사화되기도 한다. 먹는 물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메모토 마사로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읽었다. 물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으로, 언어와 음악 그리고 전자파 등에 반응할 때의 물의 결정을 촬영한 사진들에 글을 붙인 책이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랑ㆍ감사ㆍ정다움 등이 담긴 따뜻한 글을 보여 준 후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들려 주면 물의 결정은 아주 아름다운 6각형이 되지만, 미움ㆍ짜증ㆍ악마ㆍ욕설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보여 주거나 헤비메탈 같은 음악을 들려 주면 물의 결정은 그 모양이 흐트러져 6각형의 모양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또한 전자파, 즉 휴대폰ㆍ전자레인지ㆍ텔레비전ㆍ컴퓨터를 가까이 했을 때는 6각형 모양이 흐트러진다. 수돗물처럼 약품 처리를 한 물보다는 '자연수(水)'에서 더 아름다운 6각형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몸은 70%가 물로 되어 있다. 그러니 여러 현상에 대한 물의 반응은, 곧 우리의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의 결정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겨울눈의 결정과도 모양이 같다. 눈 위를 걸을 때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는 것도 눈의 결정이 비스듬하게 층을 이루고 쌓여 있기 때문에 나는 것이라고 하니 정말 놀랍고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 글ㆍ사진

김정하 / 수학과 문화 연구소 연구원, 인천 건지초등학교 교사

2008. 7. 24. 17:09

숫자 이야기 1

[숫자 이야기] 수학 배워서 어디 써먹냐고? 커피심부름에도 유용한 숫자이야기

학 창시절, 선생님의 호명에 어쩔 수 없이 칠판 앞에 불려 나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수학 문제를 붙들고 끙끙대다가 창피를 당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누가 '수학'이라는 단어만 써도 왠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지 않는가.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수학을 배웠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써먹을 곳이 없다. 그래서 가끔은, 뜻도 모르는 긴 공식들을 왜 그리 힘들게 외웠나 싶어 억울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이 수학의 소산이며, 수학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지금부터 회사원 K씨의 하루를 따라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의 원리를 찾아보자. 


아, 다행이다! 1년이 12달이어서!

회사원인 K씨는 아침 7시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깬다. 하루의 시간을 24등분해 놓은 것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인들에 의해서였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12진법의 영향이 크다. 하루를 24시로 나누면 여러 가지가 편리하다. 24의 약수(어떤 수나 식을 나머지 없이 나눌 수 있는 수)가 꽤 많기 때문이다.

24의 약수는 1과 24를 제외해도 2, 3, 4, 6, 8, 12 이렇게 6개나 된다. 하루를 2시간씩, 3시간씩, 4시간씩 등분하면 하루의 계획을 세우기에 편리하다. 8시간씩 쪼개면 아침ㆍ점심ㆍ저녁이 되고, 12시간씩 둘로 쪼개면 오전과 오후가 된다.

1년이 12달인 것도 이와 비슷해서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 만약 1년이 10달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지만, 사실 초기 로마력에는 1년이 10개월밖에 없었다. 기원전 710년경 고대 로마의 통치자 누마 폼필리우스가 11월(Januarius)과 12월(Februarius) 2개월을 더 추가하여 12개월을 만들었다. (고대 로마 초기에는 현재의 3월을 의미하는 Martius가 1월이었으나, 기원전 46년 Januarius와 Februarius를 각각 1월과 2월로 만들면서 March는 3월로 밀려났다.)

이는 1년을 365일로 정할 때 10달이면 번거로움이 많았기 때문에 다시 12달로 바꾼 것이다. 만약 1년이 10달이었다면 지금처럼 4분기 또는 다른 동기간(同期間)으로 나누기가 힘들었을 테니 또 다른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았을까?

 


커피믹스에도 황금비율이 숨어 있다

회사에 도착하면, 커피를 한 잔 마셔야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의 맛은 커피의 농도가 좌우하는데, 농도를 일일이 정확하게 측정하여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직장에서 커피를 맛있게 타기로 유명한 K씨는 그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다.

인스턴트 커피를 조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의 양. 종이컵에 ‘나름대로의 황금비율', 즉 컵 높이의 65~70% 사이 만큼만 물을 넣어야지, 그보다 많으면 커피 맛이 밍밍하다. K씨는 특히 ‘커피를 먼저 컵에 넣고 물을 넣어야' 커피가 맛있으며, 물을 먼저 넣고 커피를 넣으면 별로 맛이 없다는 주의(?)를 고집한다.

그 이유는 커피를 먼저 넣고 거기에 물을 첨가해야, 물의 양이 컵을 기준으로 황금비율을 벗어나지 않아 커피 맛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물을 먼저 따른 후 커피를 넣으면, 커피를 먼저 넣고 물을 따르는 것보다 컵에 물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는 무의식중에도 매사에 황금비율을 적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 물을 컵에 따른 양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대충 황금비율에 맞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쨌거나 커피믹스 제조회사로서는 종이컵을 기준으로 ‘커피믹스+물'의 양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맛있어 하는 커피 맛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때문에 커피믹스 내용물의 양을 결정할 때도 ‘나름대로의 황금비율' 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학에서 정확한 황금비율은 1:1.618로 어느 날 갑자기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인류가 꽤 오랫동안 선천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 자연적인 비율로, 이는 특히 자연에서도 많이 발견되는 일종의 규칙이다. 달팽이 껍질의 나선은 한 변의 길이가 1, 1, 2, 3, 5, 8, 13…(이러한 수열을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한다) 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을 부분으로 하는 원의 호를 연결한 형태인데, '앞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뒤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의 비'는 수가 커질수록 1.618에 수렴한다.

 

주변에서 황금비율이 적용되는 예는 의외로 많다. 축복받은 ‘이상적인' 인체라 함은 키의 경우 배꼽부터 발 밑까지의 하체:키=1:1.618 의 비율을 의미하며,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미술품들은 대부분 가로와 세로의 비가 황금비율이다.

명함, 신용카드, 액자, 창문, 책, 십자가 등에도 예외 없이 황금비율이 적용된다. 또한 16:9의 비율을 갖는 HDTV나 컴퓨터 와이드 모니터 등도 황금비율의 근사값이라 할 수 있다.


소주 자주 마시면 수학도 잘할까?

K씨는 퇴근길에 동료와 함께 삼겹살에 소주 한 병을 시킨다. 특히 소주는 소주 회사에서 나오는 소주잔으로 마셔야 제 맛이 난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소주 한 병에 들어가는 소주의 양은 이 소주잔을 기준으로 정확히 7잔이다.

그 런데 이 ‘7'이란 수가 오묘해서, 2명이 3잔씩 나누어 마시면 1잔이 남고, 3명이 2잔씩 나누어 마셔도 1잔이 남는다. 4명에게는 2잔씩 채 돌아가지 않는다. 5명일 때도 마찬가지다. 이유인즉, 소수(素數)인 7은 1과 7 외에 그 어떤 수로도 등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2명이서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소주 한 잔이 남거나 혹은 모자란다. 소주잔으로 7잔이 나오는 소주, 여기에도 수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결국 아쉬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2병을 시키게 된다. 그럼 두 번째 병은 또 어떠한가? 총 14잔이라고 할 때, 3명이 4잔씩 마시면 1명분의 잔이 모자라고, 4명이 마시면 3잔씩 마시고 2잔이 모자라게 된다. 또 5명과 6명일 때에도 마찬가지다. 5명이 3잔씩 마시려면 1잔이 모자라고 6명이 마시면 2잔씩 마시고 2잔이 남는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하면, 한 잔 주고 한 잔 받는 우리네 주도로 보아 끝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3병까지 시키고 나서야 적당히 취하기도 하고, 정 없다는 비난도 면할 수 있는데, 이는 3이라는 완전수(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조화ㆍ완성이라 인식되는 '완전한 수')에 도달해야 비로소 술자리가 파하게 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주 한 병의 양이 제조회사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상업적 소수(素數)'가 나오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7잔으로 정해진 소주잔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아주 사소한 부분에도 나름대로 ‘이유 있는' 수학이 내재해 있는 것들이 있지만 무심코 지나칠 때가 많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어렵게 수학을 배우기만 하고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 원리를 제대로 맛보지 못한 채 학창시절이 끝난다는 데 있긴 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에서 배웠던 간단한 수학 원리를 적용해서 골똘히 파고드는 습관을 가져 본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학에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


- 이화영 / 수학과문화연구소 연구원, 시흥 송운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