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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24. 09:01

권력이동 1

[권력이동1]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富)의 이동을 주목하라!

다보스포럼은 지구촌을 움직이는 힘의 축에 균열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세계를 움직였던 힘이, 공간적으로 보자면 유럽ㆍ미국에서 아시아의 중국ㆍ인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다보스포럼의 진단이 아니더라도 힘의 이동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자주 경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그것이 한순간의 트렌드가 아니라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세상은 힘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 방향에 따라 우리의 미래도 움직인다. 


새롭게 구성되는 힘의 방정식

앞으로 기업과 개인의 미래는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개인과 기업은 어디에서 혁명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  인가?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은 5년, 10년 뒤 완성될 ‘힘의 방정식'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다. 지구촌에 이미 새로운 ‘힘의 방정식'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구촌을 이끌어 온 글로벌 경제에서 힘의 방정식은 ‘세계경제=커다란 미국+유럽+작은 아시아'였다. 하지만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가 급부상하면서 ‘세계경제=작아지는 미국+부상하는 유럽+커지는 아시아'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ㆍ유럽에서 아시아로 새로운 힘의 이동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21세기는 중국이 지배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라틴어로 Pax는 평화, Sinica는 중국을 의미한다).

지구촌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새로운 '힘의 방정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방정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미래의 부를 창출할 수 있다. 


19세기 영국→20세기 미국→21세기 중국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은 19세기 세계경제를 지배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불과 50년 사이에 자국 땅(24만Km2)의 150배에 달하고 지구 육지 면적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3,660만Km2의 땅을 경제 영토로 확장했다. 이를 통해 영국은 대영제국의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ica)' 시대를 열었다.

권력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법. 영국에 이어 20세기에는 미국이 세계경제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자국이 세계 평화와 질서의 중심임을 알리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를 열었다.

지난 세월 동안 세계는 두 차례의 권력 이동을 겪었다.
첫 주자는 영국, 그 다음 주자는 미국이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그 힘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가 추락하고 경제적 리더십이 위축되면서 배턴을 이어받은 곳은 아시아, 특히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며 중국이 아시아 경제의 맹주로 부상하고 있다. 21세기는 이른바 중국의 경제력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힘의 중심이 되는 ‘팍스 시니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의 중심이 ‘19세기 영국'→‘20세기 미국'→‘21세기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지구촌 권력 구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패권'의 새 주인공 친디아(Chindia)

과연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힘의 이동이 완성되면 중국과 인도, 즉 친디아가 ‘지구촌 경제 패권'을 거머쥘 것인가?

그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02년 이후 중국은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5년 경제 규모 면에서 영국을 제친 데 이어 2007년에는 독일을 제치고,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2040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나온 가운데 영국의 경제학자 앤거스 매디슨은 2008년 3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오는 2015년 1경 2,271조 달러(약 1,208경 800조 원)에 이르러 미국을 7% 정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카네기재단은 2035년께 중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를 보자. 골드만삭스는 2042년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인도 경제가 10년 내 세계 5위, 2050년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단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과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친디아(Chindia)'는 중국과 인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힘의 이동을 예고하는 신조어들

미국에서 아시아로 힘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BRICs(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Next-11, BRICKS, VRICs 등의 신조어가 `힘의 이동'을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Next-11'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BRICs 이후 새롭게 내놓은 용어로, 방글라데시ㆍ이집트ㆍ인도네시아ㆍ이란ㆍ한국ㆍ멕시코ㆍ나이지리아ㆍ파키스탄ㆍ필리핀ㆍ터키ㆍ베트남 11개국을 지칭한다.

'BRICKS'는 기존 BRICs 국가에 카자흐스탄의 K, 남아프리카공화국의 S를 추가한 것이며, 'VRICs'는 기존 BRICs 국가에 브라질 대신 베트남의 V를 넣은 것이다. 그만큼 아시아로 힘이 쏠리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같은 신조어의 부상은 지구촌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성장엔진'이 교체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들 신흥국가  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결국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성장엔진이 수명을 다하고 기력을 잃게 됨에 따라 세계경제는 아시아ㆍ아프리카ㆍ남미 등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을 이끄는 새로운 엔진의 힘에 점차 의존하고 있다.

새롭게 뜨고 있는 용어 중 'VRICs'는 BRICs에서 브라질의 B를 빼고 베트남의 V를 넣어 만든 것이다. 아시아로 힘이 이동하는 증거를 이런 신조어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래의 부(富)는 아시아에서 캐라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해진다. 21세기 개인과 기업의 부를 캐내려면 아시아 시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힘의 이동시대', 힘의 이동을 선점하는 국가ㆍ기업ㆍ개인이 부를 창출하는 주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중심이었던 경제 패턴과 교역 시스템을 이들 신흥국가 중심으로 재조정하고 있다. 권력을 만들어 내는 중심 국가를 외면하면 기회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왕성한 소비세력으로 부상할 39억 명의 아시아 소비층(전 세계 인구 65억 명의 61%)을 겨냥해 현지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중국ㆍ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 등 4개국이 처음으로 전 세계 GDP의 40%를 차지하면서 경제적 파워의 중심으로 부상했다는 것은 경제적 힘의 이동이 미국과 유럽의 선진경제에서 아시아의 신흥경제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국가ㆍ기업ㆍ개인이 앞으로 어디에서 부를 캐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제 개인과 기업이 미래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다. 힘의 이동 방향을 정확히 읽고 길목을 지키면 승자가 될 것이요, 이 길목을 외면하면 패자가 되어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 최은수 / 매일경제신문 세계지식포럼 팀장
                   저서 <다보스포럼 리포트: 힘의 이동> , <부의 창조> ,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나요> 등

2008. 7. 24. 09:00

권력이동 2

[권력이동2] 여풍당당 우먼 파워, 더 이상 신기한 일 아니다.

'남녀평등'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어색한 시대가 되긴 했다. 여성들은 이제 남녀평등을 넘어 남성 못지않은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은 ‘여성'에 의한 사회와 소비 패턴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들은 사회활동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활발한 정계 진출을 통해 권력 면에서 막강한 힘을 축적하고 있다.

힘이 이동하는 또 하나의 길, 바로 남성과 여성 사이에 있다. 


침묵하는 남성, 목소리 내는 여성

‘배운녀자 신드롬'이라는 말을 아는가? 촛불집회로 생긴 신조어다. ‘배운녀자'란 많이 배운 고학력의 여성을 뜻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행동하는 여성'을 뜻한다.
이들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하고 광고불매운동을 일으키고 정치ㆍ경제ㆍ사회에 변화를 일으키는 여론의 주도세력이 되고 있다. 집에 돌아가서는 남편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참여가 늘면서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힘의 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활동에서 의사결정의 주체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고 있고, 집안에서 구매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의사결정권도 여성이 쥐고 있다.

가정 교육에서도, 주요 여론을 형성하는 데서도, 여성은 이제 사회의 중심무대에 있다. 남성은 침묵하고, 여성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구촌을 보아도 그렇다. 보수적이던 이슬람 여성까지 머리에 착용하는 두건, 즉 히잡을 벗어던지고 있다. 남성이 독점적으로 누려 왔던 국가 수반의 자리도 여성에게 넘어가고 있다.


6개 대륙의 ‘마담 프레지던트' 시대

‘마담 스피커(Madam Speaker)', 여성 하원의장을 뜻하는 이 단어는 지난 2007년 1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사용된 말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의원이 하원의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미국 하원의장은 남자의 몫이었기 때문에 호칭은 ‘미스터 스피커(Mr. Speaker)'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미와 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 6개 대륙을 보자. 모두 여성 정상시대, 즉 ‘마담 프레지던트' 시대가 열렸다.

2005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담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뉴질랜드 헬렌 클라크 총리,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필리핀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다. (사진 : 뉴스뱅크이미지)
   

앙겔라 메르켈은 2005년 독일 첫 여성 총리가 됐고, 타르야 할로넨은 이보다 5년 앞서 2000년 핀란드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2006년에도 재집권에 성공했다.

헬렌 클라크는 1999년부터 뉴질랜드 총리로 집권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 아르헨티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세계 첫 부부 대통령이 됐고, 엘렌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2006년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같은 해 미첼 바첼레트는 칠레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이 밖에도 아일랜드의 메리 매컬리스, 필리핀의 글로리아 아로요, 인도의 프라티바 파틸 등 많은 여성이 국가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기업 이끄는 '여성 CEO' 시대

정치계는 물론 재계에도 우먼 파워는 거세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포천 500대 기업'을 이끄는 여성 CEO는 모두 12명에 달한다. 2000년까지의 4명에서 3배가 늘었다.

인드라 누이 펩시 CEO는 2006년 포천 선정 미국 재계의 파워여성 1위가 됐고, 멕 휘트먼 전 이베이 회장은 누이 회장에 앞서 2004~2005년 연속 파워여성 1위의 자리를 지켰다(멕 휘트먼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최근 취임 10주년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곡물사료업체 아처 다니엘 미드랜드의 패트리샤 웰츠 CEO는 남자 직원이 대부분인 회사를 지휘하고 있다. 이 밖에 제록스, 웨스턴 유니언, 라이트 에이드, 레이놀즈 아메리칸, 크래프트 푸즈 등의 글로벌 기업을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

이베이의 성공신화를 이끈 멕 휘트먼 전 이베이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올 3월 이베이 CEO에서 사임한 후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 뉴스뱅크이미지)


가계 지출ㆍ구매 90% 장악한 우먼 파워

여성으로의 힘의 이동이 중요시되는 것은 여성들이 주요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물론 시장에서, 기업에서, 여론조사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먼 파워가 커지면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경제권도 이동하고 있다. 미국 전체 가구 수입의 절반은 여성 이 벌어들이고, 가계 지출과 구매의 80~90%가 여성의 손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여성이 승용차의 68%, PC의 56%, 가전제품의 51%를 구매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유권자 중 53%가 여성이다. 특히 20~30대 전문직 싱글족 여성을 중심으로 한 우먼 파워가 이곳의 소비 패턴을 바꿔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베스트 바이(BEST BUY)'는 싱글족과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는 이색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성과 주부가 소비 패턴을 결정하는 핵심으로 등장하는 현상을 마케팅 전략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기업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가계 수입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게 되면서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나아가 여성 특유의 감성을 자극해 소비로 연결시키는 ‘감성 마케팅'이 새로운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성의 입소문을 활용한 마케팅 방안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뉴스가 안 되는 ‘금녀(禁女)의 벽'

한국 사회에도 금녀의 벽이 사라지고 있다. 육해공군이 여성 생도를 배출한 지 오래됐고, 그들은 이제 전투기와 함정 조종은 물론 전투에까지 참여하고 있다. 또 사법고시ㆍ외무고시ㆍ행정고시 같은 국가고시는 물론 기업ㆍ금융ㆍ학계에 이르기까지 ‘여풍(女風)'은 사회 전반에 거세게 불고 있다.

금녀의 벽이 무너지면서 ‘1호 기록'을 가진 여성들의 도약도 눈부시다. 한명숙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광복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여성 총리가 됐다. 이에 앞서 2003년 전효숙 씨는 첫 여성 헌법재판관이 됐고 김영란 판사는 2004년 여성으로서 첫 대법관의 자리에 올랐다. 2002년에는 군에서도 첫 여성 장군(양승숙)이 배출됐다.

이처럼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은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소비시장의 변화는 물론 사회ㆍ문화적 변화까지 일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에 여성 비율이 너무 높아 '아이들이 여성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그러한 변화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우먼 파워는 갈수록 거세질 것이며, 그로 인한 문화적 충격들은 우리 사회에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에 필요한 건, 남성과 여성의 '협력 모델'

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남성의 힘만으로 하기 힘든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느냐에 있다. '섬세함' 같은, 남성이 갖지 못한 여성의 장점과, 남성의 장점들이 효율적으로 결합된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업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각 기업들은 여성의 능력과 리더십을 개발하고, 또 양성(兩性)이 서로 배려하고 협력할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으로 21세기형 ‘신(新)문화'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 최은수 / 매일경제신문 세계지식포럼 팀장
                   저서 <다보스포럼 리포트: 힘의 이동> , <부의 창조> ,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나요> 등

2008. 7. 24. 08:58

권력이동 3

[권력이동3] 디지털 루덴스ㆍ디지털 부머, 한국 사회 변화 이끌다.

최근의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힘의 이동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평범한 국민들이 밝힌 촛불은 대한민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과 쇠고기 재협상을 하게 만들었으며, 휴대폰과 와이브로 등을 통해 그들이 직접 생중계한 촛불집회 현장은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디지털 루덴스'들이 만든 대중문화와 여론을 '디지털 부머'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면 '대세'가 되는 사회를 살고 있다. 이러한 힘의 이동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화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변화의 축을 몰랐던 주류의 실패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프레임'에 따라 동일한 세상을 다르게 본다. 자신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의 표시였을까? <프레임>이라는 제목의 책은 MB정부 인수위원회의 필독서였다고 한다. 정작 그들은 한국 사회에 있는 다양한 프레임이 무엇인지를 아는 데는 실패했다. 왜냐하면 주류로 대세를 설정하려고 했던 MB정부는 출범 100일도 되지 않아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집권 세력으로 주류에 속한 사람들의 프레임은 무엇이었을까? 또 주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프레임으로 한국 사회의 대세를 설정할 수 있는가?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변화의 축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주류와 비주류, 현실의 성인과 청소년 세대 그리고 현실의 삶과 '쇼(show)'의 이중적인 성격을 알아야 한다.

 


디지털 루덴스와 디지털 부머의 힘

‘티핑(tipping)'이란, 유행과 대중문화를 만들어 내는 일처럼 마치 정점에 있는 무엇을 툭 건드려 일으키는 커다란 변화, 또는 눈사태와 같은 엄청난 사건을 일으키는 조그만 자극의 효과를 확인하는 시점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티핑과 같은 유행을 일으키는 주도집단은 '디지털 루덴스'이다.

이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재미있는 일, 폭발적인 집단행동이나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인터넷 괴담', '악플', '디시폐인', '아프리카', '아고라' 등의 활동이 열광적으로 일어나도록 판을 그리는 사람들이다. 새로움과 재미를 주는 무엇엔가 열정적으로 끌려 열광적으로 빠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티핑은 못 만들지만 티핑이 일어나는 일을 '대세'로 지각하고 또 그것에 집단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디지털 빠순이'라고도 불리는 '디지털 부머(boomer)'들이다. 디지털 부머들은 디지털 루덴스들이 만든 재미있는 행동을 따라 한다. 이뿐 아니라, 자신들의 관심에 따라 추종하는 집단을 동아리로, 때로는 스터디그룹으로 만든다. 혼자서 놀기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같이 노는 것을 즐긴다. 개인주의적이고 즉흥적이지만 서로 집단을 이루기만 한다면 그들 사이에 강한 유대감이 있다.

'디지털 루덴스'들이 만든 소비행동ㆍ유행이나 대중문화가 사회적 관심이 될 때, 디지털 부머들은 점차 이것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디지털 부머들을 촉발시키는 대상은 한국 사회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그 무엇이다.

 

무엇이 대세가 되든 간에 유행이나 대중문화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다. 열풍 현상이나 성공한 마케팅 사례들은 이런 대세와 유행이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잘 보여 준다. 급작스런 유행의 출현, 또는 대중문화의 확산에는 항상 디지털 루덴스와 디지털 부머와의 결합 현상이 있다.


집회 참여ㆍ집단행동으로 형성된 집단 정체성

2008년 5월에 시작한 촛불시위는 디지털 루덴스와 디지털 부머의 완벽한 합작품이었다. 처음 촛불집회를 일으킨 주인공은, 아무런 이유 없이 또는 막연히 연예인의 공연을 기대하면서 청계광장에 나왔다가 루덴스의 놀음판에 참여한 이른바 '디지털 부머'들이었다.

이때 참석자의 60~70% 정도가 중ㆍ고 여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은 '빠순이'라고 지칭되는 디지털 부머들이 누구인지,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를 있는 그대로 알려 준다. 그들의 대다수는 집회에 참여하거나 집단행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집단 정체성을 형성한다. ‘미국 쇠고기 수입'이나 '광우병'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런 집단 정체성을 쉽게 공유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촛불시위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편함과 불만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밉다고 누구나 촛불시위로 거리에 나서지는 않는다. 2008년 5월 2일과 3일의 촛불시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대통령'에 의해 티핑되어 일어난 디지털 루덴스들이 만든 사이버 공간 속의 놀이였다.

 

이것은 '광우병 괴담'으로 확산되기도 하고, 또 '미친(美親) 쇠고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놀이는 현실세계에서 연예인들을 추종하는 디지털 부머들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그리고 현실로 침투한 사이버 집단을 통해 진행된 촛불시위 놀이였다.

여기에 또 다른 프레임을 가진 집단이 있다. 그들은 바로 디지털 세상을 일하거나 공부하는 공간으로만 보는 '정보근로자'이다. 이와 유사하지만, 현실 속의 주류 질서와 규범ㆍ논리와 합리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이들을 '회사인간'이라고 부른다.

정보근로자와 회사인간들은 디지털 루덴스와 디지털 부머들의 놀이를 처음에는 일시적인 쇼로 무시한다. 하지만 점차 학생들 사이에 한국의 온라인게임이나 뮤지컬 같은 쇼가 점차 대세를 형성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쇼가 아닌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대세를 추종하는 사람들

한국인이 대세추종 현상을 보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점차 복잡하고 불안한 양상을 띤다는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너무나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때로 더 이상 확실하지도 않다. 아니, 분명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주류의 질서가 무너지고 비주류가 주류의 위치를 점하는 순간에 이런 불확실성과 혼란은 증가한다. 보통 새로운 대세(大勢)가 형성되면, 점차 많은 사람들이 이 대세를 추종한다.

대세추종 현상은 동조(同調)나 무조건적인 집단추종과는 다르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변화가 무엇인지를 알고, 또 자신이 판단한 대세에 따라 자신의 적응력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세형성과 대세추종 현상은 우리 사회를 더욱 역동적이게 만든다. 이 와중에서 마치 쇼(show)와 같은 사이버 공간의 일들이 현실에서 부각된다. 아니, 현실이 마치 한편의 쇼(show)처럼, 현실과 다른 공간인 사이버 공간과 연계되어 나타난다.

주류 집단은 이런 변화를 당혹스럽게 또는 혼란을 겪으면서 경험하며, 비주류 집단은 이런 혼란 속에서 자신들이 만든 ‘대세'에 따라 다양한 프레임을 가진 집단들이 대세추종 행동을 보이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대부분의 주요 사회적 이슈와 사회 현상은 주류에 의해 주도된다.

이에 비해, 비주류는 단순한 즐거움, 재미, 호기심 같은 감성적인 요소에 바탕을 둔 우연한 행동들을 즐겨 하는 사람들이다. 원래 쇼는 비주류의 전유물이지만, 점차 현실(reality)이 쇼로 바뀌어 간다. 한국 사회의 대세추종 현상은 마치 쇼에 참여하는 놀이의 행위이다. 촛불집회 같은 사회적 행사에 청소년들이 참여한 것도 쇼에 동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철저하게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그 무엇이 어쩌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세'를 인정하는 자세

촛불시위를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라는 고정된 프레임으로 익숙하게 보는 사람은 이것을 분명 '디지털 민주주의', '길거리 민주주의', '집단지성', '디지털 포퓰리즘' 등의 용어들로 표현한다. 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프레임이다. 이런 프레임을 가진 사람들에게 미국 쇠고기는 '질 좋고 싼 쇠고기'일 뿐이다. 많이 수입하여 국민들이 얼마나 이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인가를 보여 주는 것으로 대세를 잡으려 한다.

결론적으로, 초기의 촛불집회는 디지털 루덴스가 만든 판에 디지털 부머가 열심히 집단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 경우 비주류가 대세를 점거했다. 대세에 동참하는 강력한 힘은 우연히 발생한 촛불집회를 거의 두 달 이상 계속되는 분명한 사회현상이 되게 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이 '주류'라는 오류에 빠져 비주류가 어느새 대세가 되고 있는 현상을 간과한다면, 우리 사회의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질 수 있다. 힘의 이동은 이미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 황상민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08. 7. 24. 08:56

권력이동 4

[권력이동4] 경제적 파워보다 문화적 파워! 문화 리더십이 부(富)를 부른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제품의 기능보다는, 그것에 담겨 있는 시대정신과 스토리텔링, 라이프스타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기업은 물론 국가와 사회를 이끄는 힘도 경제적 파워에서 문화적 파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제에서 문화로 힘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문화경쟁력을 키우는 길, 그곳에 부(富)가 있다. 


하드 파워 가고 스마트 파워 온다

2007년 초 미국 워싱턴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스마트파워위원회'라는 야심 찬 프로젝트팀을 발족했다. 위원회는 ‘슈퍼 파워'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차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 안보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구성되었다.

위원회는 10개월간의 작업 끝에 2007년 11월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 즉 ‘하드 파워(Hard Power)'로 지배하던 시대의 종언을 고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새롭게 선택한 외교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스마트 파워(Smart Power) 전략'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지구촌을 지배하는 대신에 문화 리더십, 즉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현재의 리더십을 보완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현재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 파워'와 문화 리더십으로 지구촌을 이끄는 ‘소프트 파워'를 접목해 ‘스마트 파워'란 신개념을 만들어 냈다.

 


21세기의 자산은 '사회적 자본'

한 나라의 국부를 창출하는 데 어떤 자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까? 세계은행이 2007년 10월 ‘국부는 어디에서 오는가(Where is the Wealth of the Nations?)'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한 나라의 국부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자본은 자연자본(Natural Capital), 생산자본(Produced Capital), 무형자본(Intangible Capital)으로 나뉘는데, 세계은행은 이들 세 가지가 한 나라의 국부를 창출하는 3요소라고 진단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법질서와 신뢰ㆍ문화경쟁력으로 대표되는 무형자본, 즉 사회적 자본이 국부를 창출하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왜 그럴까? 세계은행은 이들 3가지 자본의 국부창출 기여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OECD국가는 자연자본과 생산자본의 국부창출 기여도가 각각 2%, 17%인데 반해, 사회적 자본의 국부창출 기여도가 무려 81%로, 국부의 대부분이 사회적 자본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에 후진국은 3가지 자본의 국부창출 기여도가 각각 26%, 16%, 50%로 OECD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자본이 취약했다.

 


한국의 사회적 자본, 선진국의 3분의 1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세계은행에 따르면 OECD국가의 평균 사회적 자본은 1인당 35만 3,339달러지만, 한국은 10만 7,864달러로 3분의 1(30.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자본이란 신뢰와 법질서처럼 사회가 공유하는 규범과 가치, 즉 문화적 자산을 일컫는다. 이것이 중요시되고 있다는 것은, 국가는 물론 사회ㆍ기업을 이끄는 힘이 경제적 파워가 아니라 문화적 파워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사회를 지배하는 힘이 단순히 돈이 아닌 품격이 됐음을 상징한다.

한국의 기업과 국가는 이 문화적 자산이 빈약하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브랜드 조사기관인 안홀트 지엠아이(Anholt-GMI)가 2007년 조사한 국가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32위로, 이집트나 인도보다 뒤처져 있다.

안홀트 지엠아이의 조사에서 2007년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순위는 세계 32위. 이처럼 낮은 평가는 우리의 문화적 자산이 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빈약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이에 반해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는 1~4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존경받는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국가브랜드 파워는 기업 상품의 가치까지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 2008년은 ‘드림 소사이어티' 원년

결국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해진다. 문화자산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 특히 2008년은 우리 한국에 매우 의미 있는 해이기 때문에 문화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한국 사회가 2008년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 원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드림 소사이어티란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1999년 펴낸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제목이자 사회변화 이론이다. 그는 21세기는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꿈의 사회, 즉 드림 소사이어티가 열린다고 예견했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1인당 국민소득 1만 5,000달러 시대에 시작돼 2만 달러 때부터 본격화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은 2007년 12월 1인당 국민소득 2만 45달러 시대를 열었고, 롤프 옌센의 주장대로 제품의 기술(Technology)과 기능(Function)이 중요하던 시대에서 감성(Emotion)이 중요한 시대로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디자인과 브랜드, 스토리 텔링을 통해 고객들의 ‘감성'을 공략하고 있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이야기를 만들어 소비자의 감성을 잡아 내는 기업이 부를 창조하는 주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물건이 꼭 ‘필요(Need)'해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Want or Like)' 산다.

따라서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나 국가 경영자, 직장인들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읽어 기업 활동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문화 리더십이 기업의 핵심경쟁력

감성과 문화가 지배하는 드림 소사이어티는 한국보다 20년 앞서 일본에도 나타난 현상이다. 일본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맞이한 것은 1987년. 이때를 시작으로 일본에는 효율성과 기능ㆍ품질을 뒤로하고 풍요와 여유ㆍ감성ㆍ체험ㆍ프리미엄 등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이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급변한다.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저가 경쟁 대신에, 고가ㆍ고수익 제품을 통해 고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한다. 투자 또한 제품의 기능이 아닌 디자인의 가치를 상승하는 분야에 맞춰진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이 이성적이라기보다 감성적으로 이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점을 활용해 디즈니랜드, 나이키, 할리데이비슨, 애플 등은 감성마케팅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왜 이처럼 문화적 감성이 중요한 시대가 됐을까? 롤프 옌센은 “부의 축적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만 구입했지만 지금은 꼭 필요해서 구매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에 감정이 끌려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스토리가 물건을 사게 만든다

기업들은 이 같은 감성사회에서 어떻게 문화 리더십을 만들어 낼 것인가? 그것은 바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에게 경험과 감성을 팔아 돈을 버는 전략이며, 이것이 바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화 리더십이다. 사람들은 이제 가격이나 품질, 즉 경제성만을 보고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는 스토리를 보고 구매한다.

소비자들이 애플의 아이팟이나 아이폰에 열광하는 것도 그 제품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대화가 있는 ‘문화 공간'을 팔고, 나이키는 단순히 신발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이클 조던이나 타이거 우즈의 ‘환상'을 팔고 있다.

이는 21세기 문화시대, 상품에 꿈과 이야기를 담아야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삼성전자가 앙드레김 냉장고나 앙드레김 에어컨을 만든 데 이어 아르마니TV를 만든 것도 IT라는 첨단 제품에 패션이라는 문화의 옷을 입힌 것이다.

 

롤프 옌센은 “문화ㆍ감성의 시대에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기술이 바로 부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라며 “IT가 그 자체로 점차 매력을 잃어 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IT와 예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스토리텔링과 결합해 위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최은수 / 매일경제신문 세계지식포럼 팀장.
                   저서 <다보스포럼 리포트: 힘의 이동>, <부의 창조>,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나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