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이야기] 6각형이 없으면 세상이 조금 불편해진다? | |
사실 숫자는 우리의 일상이다. 전화번호,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숫자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얼핏 딱딱해 보이지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학'만 생각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지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숫자만큼 신비롭고 신기한 세계도 없다. 우리의 생활 속에, 그리고 자연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숫자 6, 그리고 6각형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보자.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박사의 영향으로 가정도우미와 아들인 루트(머리 위가 편평하다 하여 박사가 지어 준 별명)는 수에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애쓴다. 어느 날 박사와 이발소에 다녀오는 길에 가정도우미가 묻는다. “28의 약수를 더했더니 28이 되었어요.” '28=1+2+4+7+14'라고 쓰면서 완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박사는 “제일 작은 완전수는 6이야. 6=1+2+3”이라고 한다. “아, 정말이네요. 그렇게 드문 게 아닌가 보죠?”라고 질문하는 도우미에게 “천만의 말씀. 실로 완전의 의미를 체현하는 귀중한 수지. 28 다음은 496, 그 다음은 8128, 또 그 다음은 33550336, 그 다음은 85898689056. 수가 커지면 커질수록 완전수를 찾아내기가 어려워지지”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약수의 합이 수 자신과 같은 수를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은 '완전수(perfect number)'라고 이름을 붙였다.
조물주가 천지를 창조하는 데 걸린 날 수는 6일이다. 바로 완전수인 것이다. 또한 6은 2×3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으로 짝수(여성)와 홀수(남성)의 결합으로 결혼을 의미하기도 한다. 6은 3을 두 배 한 것이기 때문에 3이 가지고 있는 균형 잡힌 구조의 원리를 그대로 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생활 주변에는 6각형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아주 많이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볼트와 너트이다. 지금은 수도꼭지를 위 아래로 움직이는 형태가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수도꼭지 역시 6각형을 이루는 것이 많았다. 이것들은 모두 힘의 효율성을 생각한 것이다. 가장 작은 완전수 6의 성질을 담아 균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볼트와 너트는 힘
과일을 쌓는 데도 6각형의 원리가 활용된다.
영화 '꿀벌 대소동(Bee Movie)'을 보면 주인공인 베리와 그의 동기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직업을 얻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으로 호넥스(HONEX) 사를 견학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천장도 바닥도 기계들도 모두가 6각형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벌집이 6각형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벌집은 6각형으로 되어 있을까? 이는 같은 길이의 끈으로 도형을 만든다고 할 때, 가장 넓은 면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원'이라는 사실에서부터 나온다. 같은 길이의 재료를 사용했을 때, 원에 가까운 도형일수록 그 내부의 넓이는 커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으로 만들지 않고 왜 6각형을 사용했을까? 평면을 정다각형으로 채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6각형을 이용해야 한다. 한 점에 모이는 내각의 합이 360도가 되어야 하는데, 다른 도형들은 틈이 생기거나 겹치기 때문이다. 이 세 개의 도형 중 원에 가장 가까운 것은 정6각형, 그러므로 정6각형이 가장 효과적이다. 집단공동생활을 하는 꿀벌들은 공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6각형 구조로 벌집을 구성하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꿀벌들은 수학을 좀 할 줄 아는 것 같다. 생활 소품 퀼트 작품 속에 들어 있는 6각형.
몇 년 전에 ‘흥부가 기가 막혀'라는 노래로 인기몰이를 했던 가수 ‘육각수'가 있었다. 남자 둘이 장단을 척척 맞춰 가며 노래를 하는 모습이 듣고 보는 이를 신명나게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가수 육각수가 아닌 먹는 물의 육각수에 대한 것이 가끔 기사화되기도 한다. 먹는 물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메모토 마사로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읽었다. 물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으로, 언어와 음악 그리고 전자파 등에 반응할 때의 물의 결정을 촬영한 사진들에 글을 붙인 책이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랑ㆍ감사ㆍ정다움 등이 담긴 따뜻한 글을 보여 준 후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들려 주면 물의 결정은 아주 아름다운 6각형이 되지만, 미움ㆍ짜증ㆍ악마ㆍ욕설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보여 주거나 헤비메탈 같은 음악을 들려 주면 물의 결정은 그 모양이 흐트러져 6각형의 모양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또한 전자파, 즉 휴대폰ㆍ전자레인지ㆍ텔레비전ㆍ컴퓨터를 가까이 했을 때는 6각형 모양이 흐트러진다. 수돗물처럼 약품 처리를 한 물보다는 '자연수(水)'에서 더 아름다운 6각형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몸은 70%가 물로 되어 있다. 그러니 여러 현상에 대한 물의 반응은, 곧 우리의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김정하 / 수학과 문화 연구소 연구원, 인천 건지초등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