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5.04 누군가 언젠가는 하기 마련이다? 당신이 먼저 방아쇠를 당겨라 - 넷
  2. 2009.05.04 진화하는 네트워크에서 스스로 허브가 되어라 - 셋
  3. 2009.05.04 네트워크 그물망이 열리는 시대의 생존 포인트는? - 둘
  4. 2009.05.04 요소 환원주의를 극복하고 인생의 시나리오를 만들자 - 하나
2009. 5. 4. 09:15

누군가 언젠가는 하기 마련이다? 당신이 먼저 방아쇠를 당겨라 - 넷

[나의 확장] ④누군가 언젠가는 하기 마련이다? 당신이 먼저 방아쇠를 당겨라

역사적 인물이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운이 좋아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물론 시장환경이나 주변 여건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위대한 발명이나 혁신적인 제품 개발도 가능하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도의 첫걸음은 결국 개인의 몫이다.


그들은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일까?

한때 시중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성공이든 출세든 실력보다는 운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지만, 액면 그대로의 산술적 의미보다는 운도 어느 정도 따라 줘야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말에는 또 성공에 이르는 좁은 길을 용케 찾아낸 이들을 시샘하는 심리도 들어 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속설은 더욱 진화해 요즘에는 ‘운 11-기 마이너스1'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실력이 형편없어도 운만 따라 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땀과 노력의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불황기의 비즈니스 분위기가 물씬 배어 있는 반어법이다.

운은 어느 정도 중요한 것일까. 실제 성공한 사람들이 체감하는 운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그동안 필자가 만나 본 대기업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결같이 “운이 좋아서 지금 자리까지 왔다”고 한다. 대개 겸양의 미덕을 나타낸 것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그들의 성장 로드맵을 들여다보면 만만찮은 여정들이 드러난다. 어려운 문제를 하나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난제들이 주어지고, 어느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나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분야의 새로운 업무가 맡겨지는 식이었다.

 


노력하는 자에게 ‘운칠기삼'은 부질없는 우스갯소리

TV와 휴대전화를 포함해 삼성그룹의 일곱 개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인문계 출신(서울대 무역학과)이다. 공과대학 출신들이 각 사업부의 요직을 점령하고 있는 조직에서 최지성 사장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전문성을 키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수원사업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바이어들의 공식 프레젠테이션 요청을 거절한다. 의아해 하던 바이어들도 최지성 사장과 10분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배경을 알게 된다. 세계 경제의 거시적 흐름에서 첨단 기술의 미시적인 동향에 이르기까지 막힘이 없는 그의 식견과 전문성은 여느 화려한 프레젠테이션보다도 더 호소력이 있다.

1977년 삼성에 입사한 그는 1985년 그룹 비서실에서 삼성반도체통신(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문)의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으로 발령이 났다. 소장이라고는 하지만 한 명의 직원도 없는 단신 부임이었다. 처음 독일에 도착한 날, 한 박스에 64KD램 칩 1만 개가 들어 있는 박스 세 개가 도착해 있었다. 첫 임무로 자신이 팔아야 할 제품이었다. 어디서부터 영업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한숨만 길게 나왔다. 할 수 없이 현지 전화번호부에서 ‘전자'와 ‘PC'라는 상호만 나오면 무조건 찾아갔다. 동시에 총 1,000페이지에 달하는 영문 반도체 서적을 구해 관련 이론과 지식을 통째로 외웠다. 제품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지성 사장의 영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한번 길을 나서면 왕복 1,200km가 넘는 여정이 다반사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토리노 인근의 이브레아로 가는 출장이 특히 잦았다. 저녁 9시께 출발해 밤새도록 달리면 아침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비즈니스 시간대에 사람들을 만나 업무를 보고 저녁에 다시 차를 몰아 독일로 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됐다. 무박 2일짜리 출장이었던 셈이다. 운전 중 졸리는 것이 겁나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1986년 12월 21일에는 이탈리아에 가기 위해 알프스산맥을 넘던 중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반파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최지성 사장은 스스로 이 시기를 “참으로 결사적으로 살았다”고 돌아본다. 이 같은 각고의 노력 덕분이었는지 그는 유럽 진출 첫 해 혼자서 100만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팔았다. 이듬해는 500만 달러, 그 다음해는 2,500만 달러, 또 그 다음해는 1억 2,500만 달러어치를 팔아 해마다 500%씩 판매를 신장시켰다.

물론 최지성 사장만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만한 인재는 삼성에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관건은 어떤 위치에서 힘든 임무가 주어졌을 때 누군가는 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하더라도 다음 임무까지 잘 해낼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던져지는 새로운 과제들은 늘 또 다른 솔루션을 요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많은 솔루션을 갖게 되는 사람은 그 자체로 ‘해결사'의 역할과 역량을 지니게 된다.


칭기즈칸, 빌 게이츠가 없었다면?

직장인들은 항상 조직 단위로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조직을 움직이고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주체는 개인이다. ‘개인 플레이 하지 말라'는 상사의 질타는 조직 단위의 협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뜻이지, 보다 나은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에 고집스럽기로 정평이 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지구촌의 정보기술(IT) 환경은 어찌 됐을까. 현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추어 볼 때 누군가는 그들의 역할을 대행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1909년 미국의 통신사 AT&T에 근무하던 한 통계학자가 회사에 보고서 한 장을 올렸다. 당시 늘어나는 전화통화량과 미국 인구증가율 전망에 대한 것이었다. 이 학자는 이를 토대로 1925년이 되면 미국의 모든 여성이 전화교환원으로 근무해야 폭증하는 전화 수요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AT&T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즉각 자동 전화교환기 개발에 나섰고, 2년 만에 자동화 설비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AT&T는 이를 발판으로 미국 통신시장을 석권했다.

1931년 5월 13일은 프록터앤갬블(P&G)에 기념비적인 날이다. 닐 맥엘로이라는 신입사원이 ‘보고서는 한 장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사내 금기를 깨고 무려 석 장짜리 보고서를 올렸던 것이다. 요지는 상품별로 독자적인 마케팅팀을 운영하자는 내용이었다. 요즘 경영기법으로 보면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전사 차원의 제품 마케팅 외에는 변화를 시도하지 않던 당시로서는 꽤 혁신적인 생각이었다.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P&G는 미국 전역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확립했다. 요즘 국내 일부 대기업들이 마케팅부문 영입 1순위로 P&G 출신을 꼽는 것도 이런 역사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위대한 시작은 어느 한 사람에서부터

만일 그들이 없었더라면 AT&T와 P&G의 기업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0세기 들어 급변한 산업사를 살펴보면 누군가는 자동교환기 개발과 사업부별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을 것이다. 단지 시간과 기회의 문제였을 수 있다.

특정 개인의 생각이나 구상이 조직에 채택되고 그것이 사회와 경제의 흐름을 바꾸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아이디어가 만개할 수 있는 주변 여건이 성숙되어 있어야 한다. 내적으로 기업을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하고 외부 시장환경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AT&T의 자동 전화교환기 개발은 전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라는 외부 시장환경이 조성되어 있었고, P&G의 혁신은 포드로부터 촉발된 사업부별 마케팅제의 위력이 경영 일선에 공감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창발적인 아이디어는 네크워크의 자율적인 자기조직화를 통해 네트워크 내에 축적된 정보와 지식, 상상력을 흡수하며 확장된다. 그 결말이 기존 네트워크의 질적 전환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도의 출발은 언제나 개인의 몫이다.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2009. 5. 4. 09:13

진화하는 네트워크에서 스스로 허브가 되어라 - 셋

[나의 확장] ③진화하는 네트워크에서 스스로 허브가 되어라

1992년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킴 베이싱어는 영화 <원초적 본능>의 주인공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다. “너무 난잡해서 인기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샤론 스톤은 일약 세계 최고의 섹시스타로 발돋움했다.

성공과 실패는 어이없이 엇갈릴 때가 많다. 눈에 빤히 보이는 것 같아도 성공은 신기루처럼 멀리 달아난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이다. 그것이 역전을 가능케 하는 이유다. 중심과 변방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세상은 돌고 돈다는 이야기, 정말 명언이다.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라
 

지금 당신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면 노력에 비해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한탄하는가. 그러한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관계와 네트워크, 그 속에 한 점으로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역동성을 떠올려 보라.

자신이 꿈꾸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의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한다. 그 길이 장사를 하는 사람에겐 틈새시장일 수 있고, 큰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에겐 블루오션일 수도 있다. 자신을 옥죄고 있는 네트워크를 탈출하려면, 아니 스스로의 힘으로 찢어 버리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바로 쉴 새 없이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고통이다. 고통을 회피하면 영원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고통의 본질은 무엇인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자신감 결여다.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다는 절망감이다. 이 모든 고통은 일차적으로 탐색과 학습부진에서 야기된다. 단순히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스스로 각성하지 못하는 인간은 항상 안일한 일상의 만족감에 젖어있다. 이미 학습한 일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신의 위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통은 자초하는 것이다. 스스로 고난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만 미지의 세계를 향해 자신을 던지고 도전할 수 있다.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라

네트워크는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균형 잡힌 질서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네트워크 내에는 ‘허브(hub)'가 존재한다. 소규모 동창회 조직에도 연락과 모임의 중심역할을 하는, 소위 ‘마당발'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허브다. 허브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중심이다. 우리 몸으로 치면 물 분자나 가수분해를 이용해 에너지를 방출하는 ATP(아데노신 3인산)처럼 신체 내 어떤 화학반응에도 작용하는 ‘약방의 감초'와도 같은 것이다.

항상 1만기 이상의 항공기가 하늘에 떠 있는 미국으로 치면 시카고, 댈러스, 덴버, 애틀란타, 뉴욕 같은 곳이 허브 공항이다. 허브의 존재는 곧 네트워크에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물질이 공간에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면 별이나 생명체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다양한 문화 역시 시간과 공간이 갖고 있는 불균형의 산물이다. 거꾸로 말해 완벽한 균형은 더 이상 변화의 여지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런 세계는 없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자신이 속한 네트워크 속에 어떤 허브들이 명멸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법과 제도, 사회구조 역시 이런 명멸 속에서 변화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따라서 노력의 방향이 허브의 이동축을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면 뜻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세상의 흐름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사법시험 제도만 해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는가. 합격의 가치만 놓고 보면 과거 100명, 300명씩 합격자를 배출하던 시절과 1,000여 명을 뽑으며 개방형 로스쿨 제도까지 도입한 요즘을 비교할 수는 없다. 판·검사가 위세를 부리던 옛날을 기억하는 시골 노인들은 여전히 손자들에게 사법시험에 도전하라고 권할 것이다. 하지만 손자들의 눈에는 판·검사보다 더 즐거운 일자리들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충분히 노력했는가

물론 허브의 중심축을 향해 끊임없이 돌진하는 것만이 성공적인 인생에 가까이 가는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간은 자신의 성공과 행복을 바라지만 동시에 윤리적 존재이기도 한 까닭이다. 허브의 바깥에는 소외되고 배제된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그 자체로 불균형이기도 한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도 대단히 가치있는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삶의 양태를 만들기 위해 소외와 결핍의 네트워크에 구멍을 뚫는 이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인권, 환경, 평화 등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 구현에 인생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허브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인식과 자각이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든 자기기만적인 노력은 곤란하다. 대부분의 ‘노력가'들이 중도에 좌절하고 절망하는 이유는 자신이 바친 시간과 노력이 충분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노력의 방향, 즉 삶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서는 좀처럼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예를 들어보자. 사법시험 합격을 위해 단순히 공부시간만 늘리면 되는가. 출제경향과 법조계의 고민, 관련 서적들에 대한 탐색이 선행되어야 한다. 합격한 사람은 물론 낙방한 사람들의 경험담도 들어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자기 기만을 깨부수는 데서 시작된다.


변방에 머물 것인가, 스스로 허브가 될 것인가

따지고 보면 세상은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탐구하고 학습해야 할 영역은 바다처럼 넓고 겨울 산맥의 골짜기처럼 깊다. 주민등록번호 문제만 해도 그렇다. 오늘날 우리는 이 열세 개의 번호를 갖고 있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주민등록번호는 그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과거 그런 번호가 없던 시대도 있었다. 언제 누가 어떤 이유로 그런 제도를 만들었는가를 밝히는 것이 현대사회의 네트워크를 학습하는 중요한 출발이다. 나아가 인간을 규율해 왔던 과거와 현재의 네트워크, 앞으로 출현하게 될 새로운 네트워크의 양상을 통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160억 년 전에 탄생한 우주는 무수한 항성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장대한 물질 진화를 이룩했다. 그 결과가 태양계의 한 혹성인 지구의 생명이다. 이 생명은 또 다시 수십억 년의 진화 프로세스를 통해 인간을 낳았고, 그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 낸 것이 온갖 네트워크의 집약체인 현대문명이다. 이 네트워크는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으며 감히 그 종착역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네트워크의 허브라는 자리는 복잡하게 변화해 나가는 환경에서 새로운 변이를 창출하고 정보와 지식과 영감을 모으고 축적한다. 이들은 언제나 인간사회를 움직여 나가는 공간이었으며 하부 관계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무너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진화를 거듭해 왔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한때의 허브가 주변으로 밀려나거나 한때의 변방이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치고 올라가는 양상은 더욱 빈번해지고 때로는 격렬해질 것이다. 스스로 허브가 되겠다고 생각하라. 바로 그 순간부터 당신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실제 허브가 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허브만 쳐다보며 변방에서 살아간다는 것 또한 끔찍하지 않은가.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2009. 5. 4. 09:11

네트워크 그물망이 열리는 시대의 생존 포인트는? - 둘

[나의 확장] ②네트워크 그물망이 열리는 시대의 생존 포인트는?

여러 가치들이 시장의 경제적 재화처럼 희소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계량화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며, 그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무수한 네트워크망에 존재한다. 우리가 현실 속에서 추구하는 많은 가치들은 결국 네트워크 속에서 구현된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네트워크가 많으면 많을수록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과 시나리오도 다양해진다.


자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개인이든 조직이든 생존의 문제는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단지 살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 것이냐', ‘자신이 원하는 삶,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간은 드넓은 우주 속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한 고독한 개체다. 하지만 우리는 우주 속에 덜렁 던져진 것이 아니다. 점은 다른 점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며 생성과 변화, 쇠퇴와 소멸을 걷는다. 인간이 속한 가정, 학교, 종교단체, 사회, 국가 등은 무수한 점들을 연결한 네트워크다. 이렇게 복잡한 그물망의 한 점으로 존재하는 인간은 네트워크의 객체이자 네트워크를 허물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

 


끊임 없이 확장되는 네트워크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인간을 물 분자에 대입시켜 보자. 물 분자는 홀로 있을 때 온도를 아무리 올려도 끓지 않는다. 운동에너지만 증대될 뿐 물 분자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백만 개의 분자가 모인 상태에서는 온도 변화에 따라 새로운 성질을 획득한다. 즉 섭씨 100도 이상에서는 수증기라는 기체의 성질을 나타내고, 0도 이하에서는 얼음이라는 고체로 변한다. 분자와 분자가 부딪히고 상호작용한 결과다. 물 분자처럼 우리는 네트워크상에서 끊임 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자아를 실현하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세상에 영원한 네트워크는 없다. 자신 또는 타인에 의해 네트워크의 그물이 찢어질 때 기회가 생기고 새로운 길이 열린다. 네크워크가 변하는 이유는 그 안에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세에 불멸의 고정가격이 없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네트워크가 과거 네트워크와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는 이유 역시 그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수선하고 확장해 온 데 따른 것이다.

 


내적 역량의 발산

조선시대 장영실은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핍박을 받았지만 당대 최고의 과학자로 청사에 빛나는 업적을 이뤘다. 신분제라는, 당시로선 감당하기 힘들었던 네트워크의 지배를 받았지만 홀로 떨치고 일어섰다. 5만 원 지폐의 모델(?)로 등장한 신사임당 역시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라는 경직된 사회구조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토마스 에디슨은 고작 3개월의 초등학교 경력과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불세출의 발명왕이 되었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우편배달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석유재벌 록펠러는 시골의 엉터리 약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거부를 이룬 인물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은 또 어떤가. 20년 전만 해도 도무지 먹고 살 길이 없어 막막해 하던 싱글맘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무한한 상상력을 발동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그 소설을 쓰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과 섭렵한 서적 지식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녀는 수년 동안의 습작 시절, 스코틀랜드의 노상 카페에서 커피 한 잔만 달랑 시켜 놓고 하루종일 업주의 눈치를 봐야 했다. 단순히 그녀가 노력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로선 생각하기 힘든 고통을 견뎠다는 게 포인트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한 내적 역량을 분출함으로써 세상을 뒤흔들었다.

2009년 초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찾은 조앤 롤링의 강연 내용도 이 글을 관통하는 포인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세상을 바꾸는 데 마법의 힘은 필요치 않다. 상상력의 중요성에 눈을 떠야 한다. 상상력은 타인과 공감하는 힘이 있고 혁신과 창조의 원천이다. 고난에 직면하기 전까지 우리는 스스로를 완전히 알지 못하며 관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없다. 하지만 관계의 의미야말로 고통 후에 얻은 진정한 선물이자 그간 획득한 어떤 지위보다도 값진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인물들의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우주 속 하나의 먼지에 불과한 우리 모두는 누구나 외롭고 힘 없는 존재로 출발한다. 때로는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단단한 네트워크 속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군가는 고독한 객체로서의 삶을 떨쳐 내고 네트워크의 주체로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다.

 


몰입과 학습하는 능력

현대사회는 급속하게 ‘열리고' 있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형태의 네트워크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지 외에 별다른 연락수단이 없었던 조선시대와 달리 지금 우리는 휴대전화, 인터넷 등 실시간 원거리 통신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접속경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극히 복잡하고 다양하게 만들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더 이상은 지식을 습득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기준으로 보면 지식은 접근과 검색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부모로부터 “공부를 잘해야 출세를 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물론 지금도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나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꽤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작 공부 잘하는 사람의 덕목은 성적이 아니다. 바로 몰두하는 능력과 학습능력이다. 목표의식을 갖고 책상에 앉아 꽤 많은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는 일을 하는 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몰입과 학습능력만 있으면 세상에는 겁날 것이 없다.

 

심리학에서 몰입은 “어떤 행위에 깊게 몰두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 버리는 심리적 상태”라고 규정한다. <생각의 탄생>의 저자인 로버트 루스번스타인은 이런 몰입이 “창조로 연결되는 통로”라고 진단했다. 열린 네트워크 사회에 스스로 배우고 탐구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넘쳐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존의 포인트는 몰입하는 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2009. 5. 4. 09:10

요소 환원주의를 극복하고 인생의 시나리오를 만들자 - 하나

[나의 확장] ①요소 환원주의를 극복하고 인생의 시나리오를 만들자
 

우리가 사는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문제 해결 능력이 없으면 기회를 활용할 수 없고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다. 물론 역량도 중요하지만 주변 여건도 뒷받침 돼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를 풀고 나면 비슷한 난이도의 문제를 만나더라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원리다.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우리의 역량은 늘어나고 그 역량을 더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투입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주변 여건까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고, 주변 여건을 활용하는 지혜. 그 비밀은 바로 ‘확장'에 있다. 나를 확장시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나의 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 보자.


내 인생의 로드맵

지루한 일상을 살고 싶지 않다면 자신만의 로드맵을 가져야 한다. 막연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로드맵이어야 한다. 물론 미래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삶은 결코 뻔하지 않고 미리 정해져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막막한 미래를 자신있게 밟고 올라서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당신이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30대 중반의 샐러리맨이라고 치자. 앞으로 10년 동안 당신의 소득은 5,000만 원×10년+연봉 인상(인하)분이다. 개인의 삶을 영위하거나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연봉이 높아지겠지만 자녀의 성장과 부모의 연로, 여가생활의 증가로 지출 규모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연유로 향후 10년간 당신이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저축액은 1∼2억 원 남짓이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삶의 질을 극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10년 후 통장의 잔고도 1~2억 원 정도에서 멈춰 있을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돈만 놓고 보면 당신이 벌어들일 소득은 지금 당신이 향후 10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요소 환원주의의 맹점

10년은 긴 시간이다. 직장에서 10년 먼저 들어온 선배들의 삶을 보면 그 편차가 꽤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10년 후 삶의 이정표와 목표가 달라진다. 시간에 소득을 곱해서 미래의 재산을 계산하는 것은 ‘요소 환원주의'를 버리지 못한 결과다.

요소 환원주의는 한마디로 전체를 부분으로 완벽하게 나눌 수 있고 부분의 합이 전체라는 것이다. 이는 17세기 뉴턴과 데카르트에 의해 정립된 근대과학의 뼈대이기도 하다. 근대 철학자들에게 세상은 이렇게 설명됐다. “무언가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요소로 분할·환원하여 하나하나의 요소를 자세하게 조사한 다음 그 결과를 다시 모으면 된다.” 이 논리대로라면 기업은 학창시절 우리가 배웠듯이 자본, 기술, 노동의 3요소로 구성된다. 그러나 과연 이것뿐일까.

요소 환원주의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합리성 고양에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 그 결함은 ‘전체를 미리 정해 놓은 요소로 분할할 경우 중요한 무언가가 상실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체를 부분으로 분할할 수는 있지만 일단 분할된 부분을 다시 끼워 맞추더라도 원래의 전체로 복원할 수 없다는 문제다.

이런 인식의 결함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갖가지 요소로 구성된 유기체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유기체라 함은 생성, 변화, 소멸의 길을 걷는다는 의미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분할된 요소가 독립적으로는 도저히 갖지 못하는 관계와, 그것들의 연결체인 네트워크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요소 환원주의가 결정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는 ‘관계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는 모여서 기관을 형성하지만 세포의 합집합이 기관은 아니다. 수많은 세포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기관의 역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때문에 기관을 단순 분해하면 세포들의 상호작용이 사라지고 기관의 생명력(네트워크)도 소멸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물고기의 몸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다. 뇌, 신경계, 순환계 등의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이런 구조를 다 떼어 내 버리면 우리의 몸은 그저 화학물질을 담은 조그만 박스나 큰 물통에 담기는 물에 불과할 것이다.

 


네트워크에 의해 미래의 변화가 결정된다

왜 이런 요소 환원주의의 결함을 장황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지금 벌고 있는 5,000만 원의 가치는 결코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알려 주기 위해서다. 우리가 벌고 있는 돈은 사회적 보상체계의 한 네트워크 속에서 지불되는 것이다. 물론 연봉은 몸담고 있는 기업의 생산성에 수렴하는 것이지만 일단 우리의 수중에 들어온 돈의 잠재력은 주변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네트워크에는 정보와 지식이 집결된다. 우리는 틀이 꽉 짜여진 사회 속에 놓여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열린 사회에서 살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와 정보, 지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주변의 네트워크를 따라서 흘러가고 있다. 그게 결과적으로 증권 투자가 됐든, 아니면 미래의 어떤 가치를 위해 쓰여지든 언제 어디서든 기회는 있다. 우리 주변에서 수십 년간 직장인으로 살면서 수십억 원대 자산가로 재산을 불린 사람을 볼 수 있는 이유도 그런 네트워크의 속성 때문이다.

이 같은 원리는 단순한 재테크 논리에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10년을 만기로 할 경우 1년차에 저축한 1,000만 원의 가치는 10년 후에 적지 않은 목돈으로 불어난다. 똑같은 1,000만 원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다. 도중에 정기예금 이자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은 투자대상을 만난다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또 어떤 생각과 지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1,000만 원의 쓰임새는 달라진다. 시장의 흐름을 꿰면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사람의 수익률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먹잇감을 포착하는 동물처럼 빠른 눈치와 날랜 걸음으로 움직이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기회가 열려 있고, 기회는 네트워크를 타고 끊임없이 우리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성공은 시간과 기회의 함수라고 한다. 시간과 기회 모두 네트워크 속에서 기능해야 빛을 발하는 것들이다.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