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6. 17:56

지구온난화 이야기 1

[지구온난화] 친환경 아파트의 무한 변신이 시작되고 있다

주택·건축업계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즉 주택·건축업계에서도 ‘환경'이 최고의 화두인 것이다. 이미 1990년 대 초 독일에서는 에너지 절감형 주택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등장했으며 국내에서도 ECO-3L House, 열병합 발전기, 지중열 시스템 등 에너지 절감 기술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건축계에 불고 있는 친환경 움직임을 살펴본다. 


요즘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7월 중순만 하더라도 배럴당 140달러를 넘던 고유가(高油價) 문제는 건설업계에 있어서도 커다란 고민거리다.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원자재값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이제는 소비자들 스스로 주택 에너지 비용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요즘 입주가 한창인 서울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에서도 2004년 착공을 앞두고 난방 방식이 지역난방으로 적용될 수 있느냐가 주민들의 관심거리로 대두되었다. 한 두 해 살고 말 게 아니라 수십 년씩 살 집으므로 당연히 난방비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당시에 비해, 기름 값이 배가 넘게 폭등한 요즘 소비자들의 관심은 에너지 절약을 도입한 친환경 건축물에 모아지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 뿐만 아니다. 올해 일본에서 개최된 G8 정상회의에서 주요 정상들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0% 절감을 세계 전체의 목표로 삼자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산업 전 부문에서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어, 주택·건설업계들도 당연히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에너지 절감형 주택 패시브 하우스의 등장

세계적으로 주택 분야에 있어서 에너지 절감형 주택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 대 초 독일에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라는 개념이 나오면서부터다. 독일의 건축 전문가 파우스트 박사가 주창한 이 개념은 집을 지을 때부터 에너지의 효율적 설계와 소재를 사용해, 완공 뒤에 들어가는 에너지(기름) 비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기계적 설비가 아니라 태양광 같은 자연형 에너지를 최대한 사용해서 난방비 등 연료 소모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패시브 하우스는 1991년 독일의 다름슈타트 지역에서 처음으로 건립됐는데, 가령 외벽 단열 강화를 위해 벽 두께를 30센티미터까지 할 것 등 까다로운 규격을 요구했다.

이러한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집의 연료 소모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주택업계의 화제가 됐고, 이후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프랑스 등이 관심을 가지면서 유럽 5개 국가 공동 프로젝트로까지 확대됐다.

이후 10여 년간 약 1만 채 이상의 패시브 하우스가 보급됐다. 독일의 패시브 하우스 인스티튜트는 단열,창호 등 패시브 하우스 건축에 필요한 규격을 제시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제시하는 기준을 준수하며 집을 짓는 업체에게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구 달성래미안에 국내 최초 지중열 시스템 적용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모든 공동주택과 건축물에 친환경 건축물 인증 취득을 추진한다는 목표 아래, 건물 에너지 성능 시뮬레이션, 건물 제어기술, 발열창 시스템, 에너지 저감 외피 시스템, 열병합 발전 시스템, 태양광 발전 시스템, 물 이용 효율화 시스템, 지열 냉·난방, 풍력 발전 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효율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 달성래미안 아파트는 연중 섭씨 15도 정도로 일정한 온도의 지중열(地中熱)을 이용해 온수와 냉·난방을 공급하는 지중열 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적용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달성래미안 단지 내 헬스 및 에어로빅장 등 커뮤니티시설 냉·난방 수요를 지열로 대체한 결과 연간 17톤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작년 말 분양한 동천래미안에는 지열 시스템 및 지열을 이용한 도로 융설 시스템도 적용될 예정이다. 용인 동천래미안에는 연간 76MWh의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시설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미 지난 2003년부터 건강주택팀을 신설해 친환경 자재 및 실내 공기 질 개선 등 관련 분야 연구 활동을 전개해 왔다. 작년 1월엔 친환경연구팀과 에너지효율화연구팀을 설립, 친환경 관련 주요 기술을 확보하고 현장에 적용 중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친환경 분야에서는 14명, 에너지효율 분야에는 9명 등 총 23명의 전문 연구 인력이 활동 중이며 올해는 이를 40여 명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작년 4월부터 친환경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 자문 및 최신 기술 동향, 신기술 관련 정보 확보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효율 기술자문위원단'을 운용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인 지열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 공동주택이나 건축물에 별다른 집광판을 설치하지 않고 아예 건물 일체형으로 하는 태양광 시스템 적용기술을 연구 중이며, 영국의 ESRU(Energy System Research Unit), 일본의 BPC(Building Performance Consulting)와 공동으로 에너지 절감 기술 적용 기준 및 에너지 사용량 평가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대림산업이 패시브 하우스 개념을 접목시켜 에너지 절감형 주택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림산업은 최근 대덕연구단지 내 건축환경연구센터에서 친환경, 저에너지 관련 비전을 선포했다.

GS건설 역시 에너지 효율이 제고된 주택과 건축 연구에 한창이다. 현재 시공 중인 합정동 주상복합 아파트 ‘서교자이 웨스트밸리'에는 소형 열병합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열병합발전기를 통해 공동주택에는 전력 공급을,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시설인 자이안센타에는 난방, 급탕의 열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열병합발전기가 설치된 단지의 입주민은 전기세를 20~40% 정도 절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GS건설 측의 설명이다.


에너지 절감형 주택의 개발과 보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한편 이런 에너지 절감형 주택을 구현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건축비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과 관련 규제들을 꼽을 수 있다. 에너지 절감형 주택을 지으려면 가령 별도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거나 벽체 등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이 가격 인상 요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벽 두께 문제의 경우 건물의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축 면적)을 깎아 먹는 요인이 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용적률 적용 부분에 있어서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융통성 있는 적용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제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기본 건축,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런 부분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있어서 초기의 부담 증가보다 나중에 살면서 절감하는 효과가 훨씬 클 수 있도록 건설업체들이 주택을 설계하고, 또 이런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지구상 에너지는 한정돼 있는 만큼 에너지 절감형 주택의 개발과 보급이 앞으로 더 치솟을 지 모르는 유가 상승에 대비한 가장 경제적인 가정 에너지 관리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탁상훈 /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