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8. 17:43

지구온난화 이야기 3

[지구온난화] “어! 정말? 이것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니!”

혹시 지구온난화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미 지구온난화는 우리 생활 속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은 물론 패션, 제품 구매시 선택 기준, 특산물 산지의 변화, 새로운 곤충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러 가지 변화를 소개한다.


남태평양 적도 부근의 피지 북쪽에 위치한 섬 나라 투발루.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국가 존립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뉴스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 그런 나라가 있어? 기후 변화로 나라가 수몰되다니….” 하며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기후 변화 문제를 우리의 문제, 나의 문제로까지 연결해서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2007년을 전후하여 차츰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의 생활에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지구온난화로 파생되는 문제는 우리들의 일상 생활 속까지 파고들고 있다. 개개인이 주체가 되어 지구온난화 문제를 개선하고 풀어 나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패션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

따뜻한 겨울, 때 이른 여름은 패션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겨울 상품인 모피, 다운 재킷 등 외투 종류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반팔 상의나 얇은 소재류의 매출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사계절이 불분명해지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소재 부문에서도 수분을 빨리 흡수하고 방습 기능이 뛰어난 소재와 항균, 방취, 방오 기능을 추가한 소재가 유행하고 있다. 또한 극심한 일교차를 감안해 레이어드 룩이 간절기 패션 및 골프웨어로 각광받고 있다.

2006년 무렵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 쿨 비즈(Cool+Business)는 지구온난화로 생겨난 새로운 직장 패션 풍속도가 되었다. 이는 여름철에 옷을 좀 더 시원하게 입음으로써 업무 효율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연안 대표 어종이 변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서식 어종이 달라지고 어획량도 바뀌고 있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동해 대표 어종의 자리를 멸치나 오징어에게 내어 주었다. 1996년 명태 어획량은 8,270톤이었으나 2000년에는 766톤으로 급감하더니 2006년에는 60톤에 불과했다.

이제 우리 밥상에 놓여지는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 일본, 미국 등지로부터 수입해 온 것들이다. 한편 수온이 상승하면서 난류성 어종인 멸치, 오징어, 고등어의 어획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남해안에는 아열대성 어종이 증가하는 가운데 독성 해파리 수도 늘어나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특산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사과의 대명사로 불리던 ‘대구 사과'의 명성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사과의 재배선이 경북 풍기와 충북 충주를 거쳐 강원 양구와 경기 포천까지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귤도 이제는 더 이상 제주도만의 과일이 아니다. 제주 서귀포에서 재배되던 한라봉은 나주와 거제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체 생산되는 열대 과일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2006년부터 열대 과일인 골드키위를 비롯해 무화과, 파인애플, 오렌지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망고, 용과, 구아바 등도 성공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전남 보성의 녹차 역시 강원도 고성 등지에서 시험 재배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지역의 특산물 지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저(低) CO₂배출, 제품 구매의 중요 기준

2008년 8월 1일, 아침 출근길에 횡단보도에 서 있는 자동차를 보다가 새로운 표시판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과 함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다. 소비자로 하여금 저탄소 자동차를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2008년 8월 1일부터 출고되는 자동차에 대해 CO₂배출 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저탄소 소비 문화 확산을 위해 12월부터는 원료 채취,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제품 전 과정에서 발생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CO₂로 환산하여 상품에 부착하는 이른바 ‘탄소성적표지제도'가 도입된다. 삼성코닝정밀유리의 TFT-LCD용 유리를 비롯하여 정수기, 드럼 세탁기, 장롱, 두부, 콜라, 항공 서비스 등 10개 제품에 시범 적용된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도 최근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CO₂배출을 제로(Zero)로 만들자는 내용의 범국민 자발적 참여운동인 ‘탄소중립 프로그램'을 전개하기 시작했는데 참여 기업 및 개인에게는 탄소중립인증 마크를 부여하게 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친환경 휴대폰 ‘에코'는 휴대폰 배터리 커버 등에 옥수수 전분을 발효해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을 40% 함유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원료 사용에서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켰다.

이제 지구온난화 예방을 위한 CO₂저감 및 제로화 추세는 단순 제품에서 친환경 주택으로 더 나아가 탄소 배출 제로 도시 건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신장결석, 피부암 등 건강에도 영향

지난 7월 29일 전국적으로 중복 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낮 최고 기온이 경남 창녕이 38.4℃, 광양 37.6℃, 함평이 37℃를 기록했으며 대구도 수은주가 36.2℃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폭염에 대비하여 최근 각 지자체는 구청이나 마을회관, 노인회관 등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고 담당 도우미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폭염에 취약한 어린이나 독거노인, 고령자 등의 건강관리를 위한 것이다.

특히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이로 인해 소변이 농축되어 신장결석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미국에서 발표되었다. 또한 자외선 역시 건강에 영향을 미쳐 피부 손상과 피부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상고온에 따른 아열대성 전염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말라리아의 경우 1994년 25명에서 1998년에는 3,932명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2000년 4,142명, 2006년 2,05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주로 가을에 발생하는 쯔쯔가무시병도 1994년 238명에서 2006년에는 6,48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열대지방 전염병인 뎅기열 환자도 2001년 6명에서 2006년에는 35명으로 증가했다.


군항제 앞당기고, 눈꽃축제 사라지고

대표적인 겨울축제인 태백산 눈꽃축제가 2006년에는 강설량 부족으로 인해 관광객이 전년에 비해 26%나 감소하였다. 2007년 1월 개막 예정이던 제1회 울릉도 눈꽃축제도 강설량 부족으로 2008년 1월로 연기되어 열렸다.

강원 원주에서 매년 봄에 개최되던 치악산복사꽃축제가 2007년에는 이상기온으로 복사꽃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해 결국 행사를 열지 못하더니 2008년에는 아예 축제 자체를 폐지해 버렸다. 

2007년 진해 군항제의 경우 당초 3월 30일 개막일을 3월 23일로 1주일이나 앞당겼다. 꽃망울이 부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로 4월에 개막되던 군항제가 3월 23일로 1주일 이상 앞당겨진 것은 군항제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새로운 곤충의 출현

2001년 무렵부터 충북 영동, 옥천 지역과 전북 무주 지역 등에서 소규모로 나타났던 갈색여치가 2007년에는 수만 마리 규모로 출몰하면서 과수원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친환경농법 증가와 농약 사용의 감소로 곤충들의 서식 환경이 개선된 점도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고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출현 시기도 앞당겨져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최근 도시에서는 새로운 곤충 출현으로 비상이 걸렸다. 바로 2006년 경부터 도심 한복판이나 아파트 단지에 떼 지어 나타나기 시작한 주홍날개꽃매미 때문이다. 중국 남부지방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주홍날개꽃매미가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까지 서식지를 확대한 것이다. 급기야 2007년 7월 국립산림과학원은 급격한 개체 수 증가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산림병해충 발생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 정예모 /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