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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23. 16:33

김용택 행복수첩 2008.07.23 ~ 2008.07.25

읽으면서 몇번이고 눈시울을 붉혔다.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울려온다. 기대와는 달리 다른이들의 글을 엮은 것이었다. 그래도 감동이 넘쳤다. 그 글 하나를 아래에 옮긴다.

어둠을 밝혀 준 목소리

  열네 살, 중학교에 막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첫 시험이 있기 하루  전날이었다. 밤에 친구집에서 함께 공부를 하기로 한 나는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섰다.  주위는 이미 컴컴한 어둠이 내려 앉고 있었다. 걱정이 되신 어머니께서 배웅을 나오셨다. 친구집이 있는 동네 어귀 모퉁이에는 밤이면 귀신이 나타난다는 무서운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하나도 안 무서우니 그만 가 보세요."
  나는 몇 번이나 어머니께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조금만 더 가자며 자꾸만 따라오셨다. 한 고개를 넘자 친구네 집 불빛이 멀리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이제 혼자 갈 수 있으니 그만 돌아가시라고 간곡하게 말씀드렸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알았다며 나의 등을 살짝 떠미셧다. 어둠과 적막은 나의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고갯길을 내려 산밑 좁은 길에 들어섰을 때  내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훈아!"
  "예?" 하고 대답하니 어머니가 다시 말씀하셨다.
  "어서 가거라."
  잠시 뒤 개울을 건너려는데  뒤쪽에서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셨다. 큰소리로 "예"하고 대답하니 어머니는 또 "그래, 어서 가"하셨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언덕길을 내려갈 쯤에도 모퉁이를 돌아설 쯤에도.....
  내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친구네 동네 앞에 다다랐을 때 다시 어머니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목이 터져라  큰소리로 "예!"하고 대답했다. 어머니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그 고갯마루 어둠  속에 계셨으리라. 내 이름을 끝까지 불러 주신 어머니의 목소리로 나는 무사히 친구 집에 도착하였다.
  그날 밤, 친구와 엎드려 공부를 하는데 그 먼길을 홀로 가실 어머니의 뒷모습이 아른거려 공책 위로 눈물이 자꾸만 떨어졌다.
  어머니는 이미 칠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지만 "어서 가거라"하시던 그 목소리는 지금도 나를 지켜주고 있다.     
조태훈 님/광주시 북구 운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