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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14. 09:15

인터뷰 - 한인구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원장

21세기 글로벌 리더가 되는 법 “변화하고, 소통하고, 섬겨라!” 

21세기 급변하는 사회에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대표되던 과거의 리더십은 점점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변화를 읽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선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더욱 절실하다.

과연, 21세기 글로벌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과 덕목은 무엇일까?
국내 최초로 전문 경영자 교육에 뛰어들어 차세대 경영 리더 양성에 몰두하고 있는 국내 MBA의 원조,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의 한인구 원장을 만나 그 해법을 들어보았다.


변화의 시대, 더 이상 전통적인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이공계 분야의 최고 두뇌들이 모였다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학 석사) 과정이 생긴 것은 13년 전이다. MBA 하면 무조건 외국 유학을 생각하던 국내에선 최초로 글로벌 MBA를 벤치마킹한 전문 비즈니스 과정이 개설된 것.

이와 더불어 지난 해, 차세대 경영 리더를 길러 낼 이 비즈니스 과정의 수장을 맡게 된 한인구 원장이 경제학 분야의 학자이자 교육자에서 새로운 리더십 전도사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와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각각 산업공학과 경영과학, 회계 정보 시스템 등을 전공한 한인구 원장은 비즈니스 세계의 흐름과 변화에 기초한 새로운 경영방식과 리더십에 대해 누구보다 명쾌하고 통찰력 있는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21세기에는 과거의 전통적인 리더십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

“1970~80년대,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선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방침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카리스마를 통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리더가 최고로 꼽혔습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나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바로 그 시대의 대표적인 리더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1990년대, 정보통신 기술에 기반한 정보화사회를 거쳐 21세기 지식사회로 접어들면서 규모나 효율성보다는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시장의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고 글로벌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즉, 과거와 같은 무소불위의 카리스마보다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리더십이 더 유용한 시대가 됐지요.”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나 시류가 아니라 21세기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의 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의 생존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과거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만이 경영의 최고 목표였지만 이제 주주 중심의 경영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고객과 주주는 물론이고 NGO, 정부, 지역사회 일원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생각하고 조화시키는 ‘사회책임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지요. 이는 단순히 기업이 돈을 벌어서 자선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과는 다른 얘기입니다.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 집단의 요구와 이익에 부합하는 사회책임경영을 함으로써 좋은 평판을 얻고, 이것이 브랜드 가치의 상승은 물론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이 성립된다는 의미이지요.”

한인구 원장은 중국 쓰촨성에 지진이 났을 때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앞다투어 성금을 낸 사례를 들었다. 단순히 인도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 내에서의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되어 기업 활동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읽는 것이 새로운 리더십을 이해하는 전제라고 그는 말한다.


글로벌 환경을 이해하고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리더의 기본 능력

한인구 원장이 21세기 리더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조건으로 꼽는 것은 무엇보다도 글로벌 환경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이다.

“오늘날은 기업이든 대학이든, 개인이든 국경 없는 세계에서 경쟁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제 중국이든, 남미든 중동이든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고 기업 활동을 펼치는 시대가 됐지요. 뿐만 아니라 원자재와 자원, 노동력의 이동이 자유로워져서 가장 효율적인 생산체제를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에 공장을 세우는 일도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글로벌 환경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능력이야말로 오늘날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지요.”

 

글로벌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인구 원장이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단지 언어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 나라들의 경제, 문화, 관습 등 비즈니스와 관련된 환경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적응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글로벌 리더가 담당해야 할 몫이자 역할이다.

글로벌 환경과 함께 한인구 원장은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를 21세기 리더의 중요한 요건으로 꼽는다.

“지금에 비하면 과거엔 시장의 변화란 것이 미미했고 그 속도 또한 빠르지 않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환경 자체가 매우 불확실합니다. 특히, 글로벌 경제에선 어느 한 지역의 경제적 리스크가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칠 확률도 훨씬 높아졌지요.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다른 사람보다 앞서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변화에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선 MBA같은 전문 과정을 통해 리더 수업을 하면서 꾸준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변화를 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열정이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하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던 말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단적으로 표현한 가장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개방적 사고와 소통 중심의 리더십으로 조직의 창의력을 이끌어 내라

흔히 리더십이란 리더가 이끄는 조직을 통해 구현되기 마련이다. 리더의 능력 못지않게 리더로서의 자질과 소양이 중요시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관점에서 한인구 원장은 조직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리더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업환경에선 규모나 효율성보다는 누가 더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를 내느냐가 성패를 가늠하는 요인으로 떠올랐습니다.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 리더는 가능한 조직 구성원들에게 창의력을 북돋우어 주고 다양한 동기부여를 통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 시대의 리더에겐 유연하고 열린 사고방식과 주변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십의 핵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섬기는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한인구 원장이 말하는 ‘섬기는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카리스마가 아닌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겸손에서 나오는 리더십으로서, 실제로 카이스트 테크노 MBA 과정을 밟는 차세대 경영인들에게 그 자신이 중요하게 강조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배려하고 섬기는 리더십이 카리스마보다 강하다

“흔히 ‘섬기는 리더십'하면 고객과 주주를 주로 상대로 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섬기는 리더십이란 가장 가깝게는 직장 동료와 후배, 또는 부하 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나아가 상대로 하여금 잠재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리더의 자세를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먼저 겸손해야 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며 늘 주변과의 소통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지요.”

소통과 배려를 강조하는 리더십은 단순히 리더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 한인구 원장의 말이다. 오늘날과 같은 지식 정보화사회에선 가치있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함은 물론 더 높은 지식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앞서 나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1세기의 리더는 카리스마보다는 개방적이고 열린 사고로 상대를 배려하고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21세기 리더의 대표적인 모델로 지금은 회장직에서 물러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를 꼽았다.

“빌 게이츠는 IT 기술에 기반한 창업을 통해 정보화사회를 여는데 공헌했지요.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미래에 대한 탁월한 예지력이 있었기 때문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는 모든 직원들과 이메일을 통해 소통하면서 조직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창의력을 높이는데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리더였지요. 또한 전 재산을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 기부해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즈'를 실천하며 사회책임경영의 모범을 보여 주었지요. 한마디로 21세기 리더가 갖추어야 할 모범을 실천한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내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라

그렇다면 빌 게이츠 같은 걸출한 리더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한인구 원장은 이에 대해 항상 변화에 민감하고 능동적이며, 타인과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할 줄 아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갖는 것이 좋은 리더가 되는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리더십 훈련으로서 직장인들 사이에 종종 거론되는 것이 MBA인데, 그의 말에 따르면, MBA는 자기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MBA는 보통 직장 3년차 쯤 돼서 경력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새로운 경력으로 전환하고 싶을 때 하나의 준비과정으로서 경영 전반에 걸친 이론과 기초를 배우고 경영자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과 소양을 공 부하고 훈련하는 과정이지요. 특히 카이스트 테크노 MBA는 일반 경영학을 기초로 하면서도 ‘기술'과 ‘경영'을 통합한 교육방침을 기본으로 21세기 비즈니스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차세대 리더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인재들의 네트워크야말로 다양한 생각을 교환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훈련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해외 MBA가 갖지 못하는 장점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내 MBA의 특징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MBA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리더로서의 소양을 기르기 위해 목적의식을 갖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한데, 기업 내의 지식 동아리인 COP(Community Of Practice 실천공동체) 활동에 적극 참여해 연구 활동을 하고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교환하는 것도 자기 계발과 리더십 훈련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더불어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거나, 일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를 많이 접해보는 것도 창의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21세기를 이끌 차세대 경영 리더를 육성하는 교육자로서 한인구 원장은 무엇보다도 이 모든 노력의 기본 바탕에는 타인을 배려하고 섬기는 자세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삼성인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삼성인과 카이스트인은 이미 MBA를 통해 깊은 인연을 맺고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로서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카이스트 테크노 MBA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을 똑같이 하고 싶습니다. 그 말은 바로 ‘배려'라는 한마디입니다.

저는 카이스트 테크노 MBA 동문들을 ‘CEO Club'이라고 부릅니다. 차세대 CEO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ㆍ후배와 동료 사이에 늘 강조하듯이 ‘Caring Each Others'하라는 말의 준말이기도 하지요.

삼성인은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인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지만 항상 겸손한 자세로 고객과 상사는 물론 동료와 후배를 돕고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21세기를 이끌어 갈 리더로서 삼성인들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진경 /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