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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31. 12:42

인스피리언스 족의 사생활

인스피리언스 족의 사생활
 

그동안은 집 밖에서 누릴 수 있었던 '소비 체험'들이 이제는 집 안으로 옮겨 오고 있다. 안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신만을 위한 문화공간과 먹을거리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덕분이다.

영화감상ㆍ와인파티에서부터 아이스크림ㆍ요구르트에 이르기까지, 손수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인스피리언스족'에 대해 알아보자. 


안전하게 '집에서' 즐긴다
 

인터넷 백과사전은 인스피리언스 족을 '집 안이나 개인생활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꾸며 놓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말 그대로 자신의 집에 홈시어터ㆍ홈바ㆍ헬스장 등을 갖춰 놓고 밖에서 밖에서 즐기던 경험(experience)을 집 안(indoor)에서 누리는 사람들. 일부에서는 인스피리언스(insperience)란 말을 '경험을 고취한다(inspire)'는 의미로도 풀이한다.

이들 인스피리언스 족들은 집 밖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나 '위험 요소'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나만의 공간'인 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즐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2000년 이후 등장한 이들은 육체적ㆍ정신적 건강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족이나, 소득이 적더라도 여유 있는 직장생활을 즐기며 그 안에서 삶의 만족을 찾는 다운시프트 족과 비슷하지만, 보다 개인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그러나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코쿤(cocoon,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 족'과는 차별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남과 다른 차별화를 추구한다

인스피리언스 족이 처음으로 화제가 된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 분석기관인 ‘트렌드워칭'이 미래의 소비자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부터. 이들은 주로 경제력을 가진 부유한 젊은 층으로, 밖에서 남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을 극적으로 차별하려 한다.

고급 인테리어 제품을 중심으로 막강한 ‘소비자' 그룹을 형성하고 전문업소에 뒤지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의 문화를 집에서 즐기기를 원한다. 고급 와인바를 꾸미고, 전통 있는 가구를 들여 자신만의 업무 공간을 재창조하고, 영화관이나 콘서트장 못지않은 시스템을 구축해 문화생활을 즐김으로써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대규모 인적 네트워크보다 소규모 ‘양질'의 인적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집을 ‘소규모 네트워크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들에겐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보다 ‘나의 삶이 스스로 얼마나 만족스러운가'가 더 중요하며, 이는 그들이 여가생활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가 된다.


기업 마케팅도 인스피리언스 족 앞으로 정렬!

경제력을 가진 부유한 젊은 층으로 구성된 럭셔리한 인스피리언스 족들이 늘면서 관련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수백만 원을 투자하는 사람도 많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한 대에 200만~3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지난 1~4월에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자동으로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220만~280만원대 상품이 가장 인기 있다고 한다.

홈시어터 제품의 주력도 고급품으로 옮겨 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김영인 가전담당 바이어는 "뚜렷한 음질로 유명한 보스(BOSE) 사의 홈시어터는 300만~500만원에 이르지만, 가정에서 극장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며 "전체 홈시어터 매출 중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Bang&Olufsen)은 제품의 평균 구매가격이 약 4,000만원에 이르지만, 2006년 한국에 상륙한 이후 매년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고급 홈시어터 시스템.
'최고의 경험'을 자신의 집에서 만끽하려는 사람들은
영화관 못지않은 화질과  사운드를 갖춘 홈시어터 시설을 구비하여
연인 혹은 친지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사진 제공: 뱅앤올룹슨코리아 )

샤넬ㆍ에스티로더 등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집에서 하는 홈필링' 제품도 인기다. 필링은 본래 피부과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것으로 인식되던 것이지만, 관련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집에서 편하게 자기 자신의 외모를 가꾸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홈쇼핑 업계의 최대 화두는 ‘집에서 하는 피부 관리'. CJ 홈쇼핑의 ‘차앤박 피부필링 세트'는 최고 인기 품목 중 하나였다.

애경그룹 역시 홈마사지 기능을 강조한 ‘홈에스테틱' 세트를 출시했다. 피부 마사지 전문가와 연계, 따로 마사지숍을 방문하지 않고도 피부관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제품들로 구성됐다.


웬만하면 간식거리도 집에서 해먹는다

집에서 직접 해먹는 식품들 역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먹을거리 관련 사고가 증가로 인해 집 밖에 대한 '불신'이 싹트면서 '집에서 손수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구매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요구르트ㆍ청국장 제조기, 새싹 재배기, 아이스크림 제조기, 붕어빵 제조기 등 집에서 직접 간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주방가전은 옥션ㆍG마켓 등 인터넷 업체들을 중심으로 4월에만도 매출이 20% 이상 신장했다. 이외에도 군밤이나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직화냄비', 반죽부터 굽기까지 59분 만에 자동으로 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쌀 제빵기', 심지어 집에서 직접 탄산음료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탄산수 제조기'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홍삼원액 메이커, 와인제조기, 홈베이커리, 카푸치노 메이커, 녹차나무 등 다양한 제품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과 함께 자신이 스스로 창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아이스크림과 붕어빵 같은 간식거리 제조기도 인기 상한가를 누리고 있다.
(사진 제공: 독도사랑ㆍ쿠진아트)

덕분에 집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레시피를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도 덩달아 늘었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 시내 주요 요리학원들은 일반적인 요리를 만드는 방법만이 아니라, 요구르트ㆍ청국장 발효기 등 집에 있는 기기를 활용한 즉석 웰빙 음식 만드는 방법까지 가르치고 있다. 또 요리교실인 ‘라퀴진' 등엔 여성뿐 아니라 젊은 남성 수강생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오피스 지역 주변에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이탈리아ㆍ프랑스 음식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히 뭔가를 시켜 먹는 것보다 ‘자신이 스스로 창조한(Made by me)' 요리를 만드는 것에 관심과 흥미를 둔다는 점에서, ‘인스피리언스식 라이프스타일'과 궤를 같이 한다.


- 글

김현진 /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