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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 19:51

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말로 깨닫다] 건강ㆍ시원하다ㆍ아내의 진짜 뜻, 알고 있나요?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은 저마다 깊은 뜻을 갖고 있다.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의미로 사용할 때 우리말이 가진 아름다움을 지켜 갈 수 있다. 새삼스럽게 웬 우리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언어야말로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정신'이 아니던가. 내가 하는 말의 의미가 왜곡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사회의 초석이 아니던가. 한 번 돌아보자. '건강'이라는 단어를 그동안 너무 '육체의 건강'이라는 뜻으로만 쓴 건 아닌지, '시원하다'는 말을 혹시 '차갑다'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건강(健康) _ 운동과 독서로 이루어 가는 것
    
건강은 '굳세고 편안하다'는 의미로 굳세기만 한 것도, 편안하기만 한 것도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 건강을 위해서 얼마나 운동을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됩니다. 아무래도 점점 부풀어 오는 배 둘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만이 걱정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입니다. 항상 배고프고 굶주리고, 끼니를 걱정하던 시대가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있었습니다. 아니 아직도 그런 나라나 지역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그들을 서글프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이어트를 입에 담을 때 항상 주의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온몸이 찌뿌듯하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몸짱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는데, 연예인들이 경쟁적으로 몸 만들기에 애를 쓴다는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노래나 연기 연습보다 운동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건강한 육체를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운동의 중요성을 들으면서,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운동이 중요할 것이나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라면 독서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맞는 것처럼, 건강한 정신이라야 건강한 육체도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운동하는 시간만큼이라도 독서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삶이 아닐까요? 하루에 얼마나 독서를 하고 있나요, 우리들은?

시원하다 _ 탁 트이게 만드는 느낌
    
'시원하다'는 말은 차가운 느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우리는 차가운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목욕탕에 가서 열탕에 들어가면서 시원하다고 하니까, 차가운 물인 줄 알고 따라 들어간 손자가 깜짝 놀라며 "믿을 놈 하나 없다"고 했다는 우스갯소리는 기실 '시원하다'의 의미를 '차갑다'로 해석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원하다는 말을 주로 날씨에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바람이 불어 몸도 마음도 탁 트이는 것을 느낄 때, 바람이 참 시원하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속이 다 시원하다'는 말에서처럼 어떤 막혀 있던 일이 해결되었을 때도 우리는 시원하다는 말을 쓰게 됩니다. 또한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도 시원하다는 말을 하는데, 이 말 역시 차갑다는 것이 아니라 속이 탁 트이는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노래를 '참 시원시원하게 부른다'라는 말도 거침없이 열창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는 시원시원하게 일을 한다는 말도 하고, 시원스럽게 생겼다는 말도 합니다. 모두 대범하고 거리낌 없는 모습들을 나타내는 말인 것입니다.

'시원하다'는 말은 우리 민족이 정말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잘 나타내는 표현이 바로 '시원치 않다'입니다. 시원치 않다고 할 때는 불만족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하는 일이 시원치 않다고 하고, 무언가 일이 남아 있는 것 같고, 꺼림칙할 때, 깨끗하게 끝나지 않았을 때 시원치 않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시원치 않은 놈'이라는 말은 심한 욕이 됩니다. 뭔가 모자란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들이 시원스럽게 이루어져서 모두들의 속이 시원해지기 바랍니다.

아내 _ 에너지, 활력소가 되는 사람
    
아내의 어원을 설명하는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안'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아내를 다른 말로 '안사람'이라고도 하니까, 이런 접근 방법은 어느 정도 논리성도 갖춘 듯합니다. 하지만 안에 있는 사람이라서 아내라고 한다는 것은 너무 여자의 역할을 한정적으로 생각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어떤 학자들은 '안에 있는 해'라고 해석하여, '안해'에서 아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는 좋은 의미로 아내를 보려고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논의인 것 같습니다. 아이를 중세국어에서 '아해'라고 했는데, 여기에서도 '해'를 연관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알다시피 아이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내를 '해'로 보려는 생각만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아내(anae)는 우리말의 '언니(eonni)', '아들(adeul)' 등과 관련되어, 사람이나 친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한국어에는 많은 친족명이 모음으로 시작되어 주목됩니다(아저씨, 아주머니, 오빠, 아기, 아가씨, 아이(아해), 우리, 어머니, 아버지 등). 일본어의 'ani(형)', 'ane(언니ㆍ누나)' 등도 친족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관련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내와 관련해서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단어로 '샤크티(shakti)'라는 산스크리트어의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힘, 역량, 에너지, 재능, 가능성'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이것은 또한 동양 종교에서는 '그의 배우자로서 육화된 남성 신의 에너지나 활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모든 아내는 남편의 '샤크티'라는 의미입니다(신화의 이미지, 조지프 캠벨).

아내는 남편의 '샤크티'라는 말은 우리가 잊어버린 아내의 역할이나 위력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이것은 아내에게만 해당하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남편도 마찬가지여야 할 겁니다. 배우자는 모두 그의 샤크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그에게 힘을 주는 존재인지, 나는 그의 가능성과 재능을 믿어 주고, 발휘하게 돕는 존재인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나부터 그의 능력을 의심하고, 한정 지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또한 그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내가 그의 에너지가 되고 활력소가 되기 바랍니다.
    

- 글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우리말 깨달음 사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