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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3. 23:02

올바로 화내는 법

올바로 화내는 법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 맘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생기고 화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내보이기는 쉽지 않다. 그랬다가는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거나 인간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화를 안 내고 살 수는 없을 터.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혜롭게 화내는 법을 알아보자.


한국인에게 '화'는 가장 흔한 스트레스 증상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양인들은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많이 생기는데, 우리나라는 '열 받는다', '화가 난다'는 증상이 가장 흔하다. 수백 가지가 넘는 정신과 병명 중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바로 '화병'이다.


화 잘 내는 사람, 건강도 열 받는다

 

책상을 치거나 전화기를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이면 당장은 스트레스가 풀릴지 몰라도 당신 건강에 악영향만 미친다. 화가 나면 아드레날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갑자기 증가한다. 그 결과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에 응고물질이 증가한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심장병에 잘 걸리고 사망률도 높다. 특히 남을 믿지 못하고 의심이 많아서 벌컥벌컥 화를 내는 경우가 최악이다. 불리한 상황이 되면 무조건 남을 탓하거나 고의적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 걸핏하면 무시당했다고 열 받는 사람이 습관적으로 화를 잘 낸다. 이런 사람들은 길이 밀리기 시작하면 “저 앞에 어떤 초보자가 또 길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 때문에 자기 뇌세포가 파괴된다.


화내는 습관은 중독성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열심히 일해서 좋은 평을 듣다가도 한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바람에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큰 손해를 본다.

 

문제는 ‘화'가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분노 중독자는 분노를 끊지 못한다. 젊을 때 공격적이고 화를 잘 내던 사람이 중년기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에서는 실험 참가자를 최대한 약 올려서 모두가 화를 내게 만들었다. 그런데 평소 화를 잘 내던 사람은 혈압이 훨씬 더 많이 올라가고 아드레날린 수치도 크게 높아졌다. 똑같이 화를 내도 몸에 직접 미치는 영향이 달랐던 것이다.


화는 주변 사람에게도 전염된다

 

분위기가 나쁜 직장에서는 ‘화'의 학습효과가 생긴다. 즉 ‘화를 내니까 내가 원하는 결과가 빨리 나오는구나', ‘좋게 말해 봐야 소용없어. 역시 사람은 다그쳐야 된다니깐' 이런 인식이 팽배하게 된다. 이 경우 상사가 화를 내는 것은, 화가 나서라기보다는 자기 뜻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된다. 그래서 더욱 거칠게 말하고 강압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습관이 된 사람은 집에 가서도 자기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말한다. 그런데 내가 받는 화는 나보다 약하고 만만한 사람한테 풀기 마련이다. 그래서 ‘화'는 직장 동료나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결국 온 사회가 분노의 바다가 된다.


그래도 맘이 안 풀리면, 이렇게 화내자

필자에게 물어보는 가장 흔한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좋지 않다. 성인(聖人)이 아닌 이상 ‘화'라는 감정 자체가 안 생길 수는 없다. 감정이 쌓이면 어디론가 나가야 한다. 댐에 물이 가득 차면 넘치거나 댐을 무너뜨리게 된다. 그러니 좋은 물길을 내서 잘 흘러 나가도록 해야 한다. 댐의 물을 잘 조절하면 그 물이 에너지도 만들고 풍년을 이룬다. 감정의 흐름도 너무 막으면 참다가 화병이 난다. 또 벌컥벌컥 화를 냈다가는 인간관계를 망쳐서 외톨이가 되고 결국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화를 ‘올바로' 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

운동으로 푼다.
격렬한 운동이 제일 좋다. 조금 화났을 때는 조깅으로 땀을 낸다. 중간이면, 지칠 때까지 팔 굽혀 펴기를 한다. 많이 화났을 때는 샌드백을 치거나 라켓을 힘껏 휘두른다. 마음속으로는 얼마든지 욕해도 된다.

 

수련이 많이 된 사람은 명상도 좋다.
초보자는 화났을 때 명상이 잘 안 된다. 잡다한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몸을 많이 쓰는 것이 좋다. 단순한 명상보다는 요가가 좋다.

기대를 버린다.
화를 내는 이유는 대개 다른 사람에 대해 기대를 많이 걸었기 때문이다. 실망이 분노를 만든다. 기대를 안 하면 화나는 일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사소한 일이라면 "흥, 웃기네" 하고 힘차게 비웃는다. 아니면 "에이 불쌍한 녀석!" 하고 동정을 한다.

주문을 외운다.
‘화 잘 내면 일찍 죽는다', ‘화는 내 뇌와 심장을 해친다' 이 말 한마디만 머릿속에 딱 넣고 있으면 된다. 내 건강과 바꿀 만큼 중요한 일인가? 내 뇌를 쪼그라뜨리고 심장에 무리를 주더라도 화를 내야 할 상황인가? 그렇지 않다면 피하자.

내 목적을 이루기에 제일 좋은 방법이 이것인가, 하고 자문한다.
웃으면서 자기 뜻을 잘 전달할 때 내 목적이 잘 이루어진다. 화를 낸 것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나에게 어떤 이득과 손실을 가져다줄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내게 가장 유리한 행동인가?

유머를 구사한다.
“내가 너무 방심할까 봐 신경 쓸 일을 많이 만들어 주는군”, “엄마가 관심을 더 가져 달라고 하는 거지?”, “나를 천사로 만드려고 애쓰는 사람 참 많네” 이렇게 웃으면서 아예 상대를 칭찬하거나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세련된 분노 표현법이다. 핵심은 다 전달되면서도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다. 자신만의 세련된 분노 표현법을 연구해보라.

 

담백하게 지적한다.
정 화가 나서 한방 먹이고 싶으면, 아주 침착하게 상대의 문제를 자세히 관찰한 뒤, 감정을 싣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지적한다. "그러니까 ~란 얘기네요. 그렇게 되면 누가 들어도 제가 억울하다고 보겠네요."

코웃음 친다.
화는 나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코웃음을 치거나, 혼잣말로 상대방을 동정해 주면 된다. "거의 인간문화재군." "평범한 성격은 아니야.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하겠는걸." 통 크게 비웃고 넘겨 버린다.

제대로 말한다.
좋지 않은 일이나 불편한 이야기를 할 때 '내가 느끼기엔 이러저러하다'고 표현한다. 그러면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정중하게 내가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잘된 일은 "당신 덕분에 잘되었다"고 말한다.
다음 예시를 참고로 하여 실제 대화를 연습해 보자.

  

< 분노 해결 지도 >
 


- 필자

우종민 /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교수 (스트레스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