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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02 자연의 숨결 그윽한 전통고택에서의 하룻밤
자연의 숨결 그윽한 전통고택에서의 하룻밤
자연의 숨결 그윽한 전통고택에서의 하룻밤 | |
쳇바퀴 돌듯이 살아 왔던 회색도시의 빌딩 숲이 문득 갑갑해지는 봄이다. 이럴 때 고즈넉한 한옥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는 전통고택에서의 하룻밤은 어떨까? 발을 내딛는 순간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그곳, 순백의 하얀 창호지에 눈이 부셔 아침잠을 깨는 색다른 느낌이 기다리고 있는 전통한옥으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송소고택 사랑채 우리 전통한옥에는 불변의 법칙 같은 것이 있는데, 바로 철저하게 사람을 위해 지어진 집이라는 것이다. 선조들은 한옥을 설계하고 지을 때 미관에도 신경을 썼지만,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를 사용해 그곳에 살 사람의 건강과 실용을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랑채에서 바라본 행랑채. 하지만 30여 곳에 달하는 고택을 답사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머문 이유는 단순히 집 외형에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우리 조상들이 간직해 온 무형의 가치, 즉 삶에 대한 지혜와 예의범절의 전통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 고택체험 여행을 계기로 조선시대의 선비정신과 명문가에서 내려오는 가훈들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우리의 '정신가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런 연유이다. 명문가에서의 하룻밤, 그곳에서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방문을 열면 임하호가 손에 잡힐 듯하고, 야트막한 뒷산에는 올망졸망한 소나무 향기가 코끝에 진동한다. 산책하며 사색하기 좋은 '산중별촌'이 바로 지례예술촌이다. 안동에서 승용차로 30~40분 들어가야 하는 지례예술촌은 여러 집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모양새와는 달리, 실제로는 한 가구만 살고 있다. 원래 1664년 조선 숙종 때 지어진 의성 김씨 지촌 김방걸 종택으로, 10여 동 125칸 규모였다고 한다.
지례예술촌 담장. 안동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고택 주인인 김원길 선생이 1986년부터 종택ㆍ서당ㆍ제청 등 건물 10채를 마을 뒷산자락으로 이건한 지례예술촌은 전통고택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김원길 선생은 “처음 고택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의 부단한 노력으로 사단법인도 만들고 고택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킨 덕에 요즘은 ‘고택체험 붐'이 일고 있다. [ 여행 정보 ] - 위 치 : 경북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 산 769번지
평생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 입신양명을 멀리하고 후학들을 길러 낸 ‘백의정승'이었던 명재 윤증 선생이 살았던 고택. 명재고택의 큰 특징은 담장이 없다는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연못이 있고 화려한 팔작지붕을 한 사랑채가 맨 앞에 위치하고 있어 집안에 오는 손님을 환대했던 윤증 선생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 ‘바깥어른의 손님이 머무는 집'이 사랑채인 만큼, 고택의 주인이 사람을 내치지 않는 포용력 넓은 마음씨를 가졌음을 보여 준다.
명재고택 전경. 사랑채가 맨 앞에 위치한 게 특징이다. 윤증 선생은 평생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 열네 번의 상소를 올리면서까지 벼슬을 마다했다. 선생은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은 선비로도 유명하다. 당시 마을에서 양잠에 필요한 뽕잎이 모자라 이웃으로부터 원망을 사는 일이 생기자 집안에 “일체의 양잠을 하지 말라”고 조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벗한 명당자리에 자리한 운조루(雲鳥樓). '구름 속에 새가 노니는 누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풍수지리적으로는 ‘금가락지가 떨어진 자리'와 ‘금거북이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자리'라고 한다.
운조루 누마루에서 바라본 행랑채 집 안에는 가빈터가 남아 있어 이 지역 양반가의 독특한 장례 풍습을 엿볼 수 있다. 가족이 죽으면 3일 후 입관해 가빈터에 3개월 동안 모셔 두고 아침저녁으로 제례를 올리며 애도의 뜻을 표한 연후에 매장했다고 한다. [ 여행 정보 ] - 위 치 :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양사재는 조선시대 때 향교에 딸린 부속건물로 서당공부를 마친 재능 있는 청소년들이 모여 생원과 진사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했던 곳이다. 2002년까지 민가로 있던 것을 뜻있는 사람들이 분들이 힘을 모아 개보수해 전주시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고택체험장으로 개방하여 운영 중이다.
양사재 분합방. 필요에 따라 방을 나눴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기능성이 있다. 양사재는 회원제로 운영하기도 하므로 일반회원이나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특전도 있다. 이곳은 야생차의 남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기념하듯 야생차 군락도 있다. [ 여행 정보 ] - 위 치 :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58번지
최근에 개방된 임청각은 고성 이씨의 종택으로 과거 99칸으로 지어졌다. 안채ㆍ중간채ㆍ사랑채ㆍ사당ㆍ행랑채 등이 비스듬한 산지 지형에 알맞게 배치돼 있다. 이 고택은 영남지역에서도 명당자리로 유명했는데 이를 질투한 일제가 철길을 지나가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고택은 중앙선 기찻길이 지나가는 옆에 위치해 지붕의 기와가 붉게 물들어 있다.
임청각 사랑채인 군자정 전경. 농암 이현보 선생을 비롯한 여러 묵객들의 작품이 남아 있다. 민족을 생각하게 하는 고택 임청각은, 보물로 지정된 건물의 가치도 가치지만, 상해 임시정부를 이끌며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 선생(1858-1932)이 태어난 성지이기도 하다. 나라를 위하는 일꾼으로 자식을 양성하겠다고 생각한 부모님이라면 반드시 하룻밤 머물기를 권한다. [ 여행 정보 ]
농암고택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낙동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절경이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세심정이 있고 그 아래로 돌아 들어가는 곳에 고택이 서 있다. 사랑채인 긍구당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유유한 흐름은 농암고택 체험의 으뜸이다.
농암고택의 사랑채인 긍구당 농암 선생은 효 사상을 강조하여 자신이 벼슬을 하고 있을 때는 지역 어른들을 모셔 잔치를 열었다고 하고, 뿐만 아니라 여자와 천민까지도 초대하였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황 선생은 농암 선생에 대해 “집안에서는 자식만 편애하지 않고 노비에게도 자비를 베풀었으며 혼사를 정할 때도 벼슬이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았다”며 높은 품성을 칭찬했다고 한다. [ 여행 정보 ] - 위 치 :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 612번지
여태동 / < 고택스테이, 명문가에서의 하룻밤 >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