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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3. 23:00

우리가 알아야 할 식물의 대화법

우리가 알아야 할 식물의 대화법

이제 곧 만물이 소생하는 봄, 푸릇푸릇 물기 머금은 식물들이 반가워지는 시기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식물들이 신기하게도 그들만의 언어를 갖고 있다고 한다.
식물은 즐거움과 고통을 느낄 뿐 아니라 인간과 다름없이 섬세한 감수성을 갖고 있으며, 인간과 동등한 입장에서 항상 이로운 방향으로 우리와 교감하고 있다.
경쟁보다는 협조를 통해 공생하는 식물의 대화법은 생명의 세계를 지켜 나가는 선지자의 지혜를 보여 준다.
생존을 위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식물들의 대화법을 들여다 보자. 


1) 생각하고 느끼며, 대화하는 숲

1960년대 미국의 거짓말 탐지기 전문가인 백스터는 검류계를 이용해 식물의 자극과 반응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식물들도 자신만의 언어가 있으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공존을 위해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식물은 향기와 진동의 언어로 서로 대화하며, 공존을 위한 숲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인간과도 교류하며 생명의 세계를 지켜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도끼를 든 나무꾼이 숲에 들어설 경우, 위기를 알리는 식물의 언어가 숲의 끝에서 끝까지 일사분란하게 전해지고, 그때까지 광합성 활동을 하며 즐겁게 지내던 숲의 나무들은 모든 생명 활동을 정지하고 마치 기절한 상태와 같은 자기방어체계로 들어갔다. 이후 나무꾼이 숲 바깥으로 나가게 된 후에야 숲은 다시 깨어나 살아 움직였던 것이다.

이것은 식물이 사람을 알아볼 뿐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스트레스 등 섬세한 감정체계를 갖고 있고, 고유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식물도 인간과 다름 없는 고등 생명체인 것이다.


2) 향기와 진동으로 대화하는 식물의 언어

식물학자인 파멜라 힌즈는 2006년 사이언스 지에 보고한 논문에서 식물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언어는 각종 휘발성 혼합물로 이루어진 화학적 언어임을 증명했다. 즉 식물들이 생산할 수 있는 수천의 서로 다른 대사 물질들 가운데, 많은 물질들이 식물 주위에 일종의 구름(cloud)을 형성하는데, 이 휘발성 혼합물이 식물들이 가진 복잡한 신진대사를 반영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도구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물이 초식동물들에게 공격당할 때와 꿀벌이나 나비 같은 꽃가루 매개자를 유혹할 때에는 각기 다른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근처의 다른 식물들에게서는 식물을 갉아먹는 곤충의 천적을 불러들이는 휘발성 신호가 발호된다는 것이다. 즉, 식물이 보내는 휘발성 신호는 근처의 식물들에게 읽혀지고 재해석되어 공동체의 방어기제를 발동하는 것이다.

파멜라 힌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물과 인간과의 교류 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인간도 감정의 변화에 따라 몸에서 생성되는 페로몬이 달라지고, 이 페로몬의 향기가 함께 사는 식물에 전달됨으로써 식물은 인간의 감정에 대해 학습하고 이해하게 된다.

이 학습이 반복되면서 식물은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인간의 감정을 읽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하거나 격려한다. 단지 둔감한 인간이 느끼지 못할 뿐 식물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식물은 같은 방식으로 인간에게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호소한다. 식물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며 식물과 대화한다는 말은 결코 말뿐인 수식어가 아닌 것이다.


3) 바흐의 음악을 사랑하는 식물들

소리 자극에 대한 실험에서도 식물들은 특정 작곡가의 곡에 특정한 반응을 내보임으로써 인간 못지 않은 섬세한 감수성을 갖고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대부분의 식물들이 바흐의 오르간 연주를 좋아했는데, 일반적으로는 사람에게 부드럽고 감미롭게 느껴지는 음악들을 식물들도 좋아하고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연속적인 고음이나 비행장의 소음 등을 식물들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수수, 호박, 백일홍, 금잔화 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클래식 음악과 록 음악을 식물에게 지속적으로 들려준 결과 클래식 방송을 틀어 준 쪽으로 줄기가 이동하여 자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아프리카의 한 부족에는 나무를 베는 독특한 방법이 전해 오는데, 그것은 모든 주민이 나무 주위에 빙 둘러서서 사흘 밤낮에 걸쳐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러면 나무가 혼이 빠져 쓰러진다고 한다.


4) 경쟁 대신 협력과 공조를 택한 숲의 커뮤니티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식물들의 사회인 숲도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숲이 생존을 위해 택한 방식은 진화론적 경쟁이 아닌 협력과 공조였다.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산림청의 숲 생태학자인 수잔 시마드는 서로 다른 수많은 식물 종들로 이루어진 숲의 나무들이 골고루 더 많은 햇빛을 얻기 위해 만들어 낸 놀라운 네트워크에 주목했다.

  

그녀는 자작나무와 전나무의 묘목들을 심으면서, 일반적인 숲의 상태에 가깝게 나무에 진균류들이 자랄 수 있도록 접종시켰다. 일 년 후 그녀는 몇몇 나무 위로 천막을 쳐 그늘을 만들었다. 진화론의 법칙에 의한다면 그늘 속의 나무들은 고사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주 후 그녀가 나무들을 분석한 결과 한 나무에서 만들어진 탄소화합물이 다른 나무의 끝에서도 발견되었다.

전체적으로, 그늘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다른 방법보다는 햇볕에 있는 나무들로부터 더 많은 탄소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진균류들이 탄소의 흐름을 관리함으로써 건강한 나무로부터 탄소를 취해 그늘에 있는 나무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식물 종에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건강한 전나무로부터의 탄소는 그늘에 있는 자작나무의 생존을 돕기 위해서 전달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복합적으로 상호관계를 갖고 살아가도록 설계된 숲의 커뮤니티는 생명의 세계를 지켜 나가는 진정한 힘이 공존에 있음을 보여 준다.


- 필자

이선주 /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