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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4. 09:10

요소 환원주의를 극복하고 인생의 시나리오를 만들자 - 하나

[나의 확장] ①요소 환원주의를 극복하고 인생의 시나리오를 만들자
 

우리가 사는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문제 해결 능력이 없으면 기회를 활용할 수 없고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다. 물론 역량도 중요하지만 주변 여건도 뒷받침 돼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를 풀고 나면 비슷한 난이도의 문제를 만나더라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원리다.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우리의 역량은 늘어나고 그 역량을 더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투입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주변 여건까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고, 주변 여건을 활용하는 지혜. 그 비밀은 바로 ‘확장'에 있다. 나를 확장시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나의 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 보자.


내 인생의 로드맵

지루한 일상을 살고 싶지 않다면 자신만의 로드맵을 가져야 한다. 막연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로드맵이어야 한다. 물론 미래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삶은 결코 뻔하지 않고 미리 정해져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막막한 미래를 자신있게 밟고 올라서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당신이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30대 중반의 샐러리맨이라고 치자. 앞으로 10년 동안 당신의 소득은 5,000만 원×10년+연봉 인상(인하)분이다. 개인의 삶을 영위하거나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연봉이 높아지겠지만 자녀의 성장과 부모의 연로, 여가생활의 증가로 지출 규모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연유로 향후 10년간 당신이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저축액은 1∼2억 원 남짓이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삶의 질을 극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10년 후 통장의 잔고도 1~2억 원 정도에서 멈춰 있을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돈만 놓고 보면 당신이 벌어들일 소득은 지금 당신이 향후 10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요소 환원주의의 맹점

10년은 긴 시간이다. 직장에서 10년 먼저 들어온 선배들의 삶을 보면 그 편차가 꽤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10년 후 삶의 이정표와 목표가 달라진다. 시간에 소득을 곱해서 미래의 재산을 계산하는 것은 ‘요소 환원주의'를 버리지 못한 결과다.

요소 환원주의는 한마디로 전체를 부분으로 완벽하게 나눌 수 있고 부분의 합이 전체라는 것이다. 이는 17세기 뉴턴과 데카르트에 의해 정립된 근대과학의 뼈대이기도 하다. 근대 철학자들에게 세상은 이렇게 설명됐다. “무언가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요소로 분할·환원하여 하나하나의 요소를 자세하게 조사한 다음 그 결과를 다시 모으면 된다.” 이 논리대로라면 기업은 학창시절 우리가 배웠듯이 자본, 기술, 노동의 3요소로 구성된다. 그러나 과연 이것뿐일까.

요소 환원주의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합리성 고양에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 그 결함은 ‘전체를 미리 정해 놓은 요소로 분할할 경우 중요한 무언가가 상실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체를 부분으로 분할할 수는 있지만 일단 분할된 부분을 다시 끼워 맞추더라도 원래의 전체로 복원할 수 없다는 문제다.

이런 인식의 결함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갖가지 요소로 구성된 유기체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유기체라 함은 생성, 변화, 소멸의 길을 걷는다는 의미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분할된 요소가 독립적으로는 도저히 갖지 못하는 관계와, 그것들의 연결체인 네트워크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요소 환원주의가 결정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는 ‘관계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는 모여서 기관을 형성하지만 세포의 합집합이 기관은 아니다. 수많은 세포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기관의 역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때문에 기관을 단순 분해하면 세포들의 상호작용이 사라지고 기관의 생명력(네트워크)도 소멸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물고기의 몸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다. 뇌, 신경계, 순환계 등의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이런 구조를 다 떼어 내 버리면 우리의 몸은 그저 화학물질을 담은 조그만 박스나 큰 물통에 담기는 물에 불과할 것이다.

 


네트워크에 의해 미래의 변화가 결정된다

왜 이런 요소 환원주의의 결함을 장황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지금 벌고 있는 5,000만 원의 가치는 결코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알려 주기 위해서다. 우리가 벌고 있는 돈은 사회적 보상체계의 한 네트워크 속에서 지불되는 것이다. 물론 연봉은 몸담고 있는 기업의 생산성에 수렴하는 것이지만 일단 우리의 수중에 들어온 돈의 잠재력은 주변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네트워크에는 정보와 지식이 집결된다. 우리는 틀이 꽉 짜여진 사회 속에 놓여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열린 사회에서 살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와 정보, 지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주변의 네트워크를 따라서 흘러가고 있다. 그게 결과적으로 증권 투자가 됐든, 아니면 미래의 어떤 가치를 위해 쓰여지든 언제 어디서든 기회는 있다. 우리 주변에서 수십 년간 직장인으로 살면서 수십억 원대 자산가로 재산을 불린 사람을 볼 수 있는 이유도 그런 네트워크의 속성 때문이다.

이 같은 원리는 단순한 재테크 논리에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10년을 만기로 할 경우 1년차에 저축한 1,000만 원의 가치는 10년 후에 적지 않은 목돈으로 불어난다. 똑같은 1,000만 원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다. 도중에 정기예금 이자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은 투자대상을 만난다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또 어떤 생각과 지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1,000만 원의 쓰임새는 달라진다. 시장의 흐름을 꿰면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사람의 수익률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먹잇감을 포착하는 동물처럼 빠른 눈치와 날랜 걸음으로 움직이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기회가 열려 있고, 기회는 네트워크를 타고 끊임없이 우리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성공은 시간과 기회의 함수라고 한다. 시간과 기회 모두 네트워크 속에서 기능해야 빛을 발하는 것들이다.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