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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30. 08:19

숲속 나무 이야기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숲속 나무들, 인사 한번 하실래요?

숲에는 수없이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덩치가 큰 나무와 키가 작은 들풀들은 곤충과 새들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입니다. 물론 곤충과 새들 역시 나무와 들풀들을 필요로 하지요.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푸른 빛 가득한 산을 오르면 만나게 되는 수많은 생명들 가운데 몇 친구를 소개할 테니 앞으로는 좀더 친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소나무 _ 다른 나무들이 살 수 있도록 토양 기름지게 만드는 '선구목'
 

사람들의 성격이 저마다 다르듯이, 나무들도 성격이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매우 진취적이고, 어떤 사람은 매우 소극적이고 신중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항상 새로운 일을 자꾸 시도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나무들도 마찬가지죠.

소나무는 누구도 살아가기 힘든 곳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살기가 아주 힘든, 건조하거나 양분이 별로 없는 토양에서도 살아 남아서,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 놓고서는 다른 나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나무를 '선구목'이라 하죠. 둘러보면 세상에는 소나무처럼 살아가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나무는 거칠고 메마른 토양에도 뿌리를 내려, 다른 나무들이 살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든다.


전나무 _ 100년의 기다림으로 길어 올린 멋진 자태
 

전나무는 인내력이 대단한 나무입니다. 나무들은 보통 빛을 많이 받아야 쑥쑥 자랄 수 있지만, 이 전나무는 키가 큰 나무들 아래 응달이 많은 곳에서도 죽지 않고 무려 100년을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아는 나무죠. 그에 비해 소나무는 빛이 적은 응달에서는 자라질 못하고 죽고 맙니다.

전나무는, 어느 땐가 키 큰 나무가 죽어 쓰러지면, 그때서야 100년 동안 참으며 자라지 못했던 것을 단 10년 정도에 다 자랄 수 있는 나무입니다. 전나무를 보고 싶으면 강원도 월정사나 전라북도 내소사를 찾아가세요. 그럼, 울창하고 멋진 전나무 숲이 100년 전의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 줄 겁니다.

 

 전나무는 키가 큰 나무 아래 응달에서도 죽지 않고 무려 100년을 견딜 수 있다.


마가목 _ 50종의 곤충과 새를 거둘 줄 아는 나무 한 그루의 아량

마가목은 무엇보다도 많은 곤충이나 새들이 기꺼이 찾는 나무입니다. 이유가 있죠. 마가목의 꽃과 열매는 곤충이나 새들의 마음을 유혹하니까요. 여러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가요? 삼겹살, 된장찌개, 아니면 햄버거, 피자? 그 음식들이 먹고 싶을 때 여러분들은 어디로 가시나요? 마찬가지로 곤충과 새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향기를 많이 풍기는 꽃을 찾거나, 맛있는 열매를 지니고 있는 곳을 찾아가겠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곤충과 새들이 마가목에 날아듭니다.

한 그루의 마가목이 있으면 무려 50종의 곤충과 새들이 살 수 있습니다. 어떤 곤충은 마가목의 꽃에서 꿀을 빨아먹고, 어떤 곤충은 마가목의 나뭇잎만 먹고 살고, 또 어떤 곤충은 마가목의 줄기에서 나무의 즙을 빨아먹고 살지요.

그뿐인가요? 빨간 열매를 맺으면 무엇보다도 많은 새들이 날아와 기꺼이 먹고 간답니다. 이 마가목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많은 곤충이나 새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가거나, 아니면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나무 한 그루의 의미는 대단한 것입니다.

 

 새들이 좋아하는 마가목 열매. 마가목은 수많은 곤충과 새들의 먹이창고다.


버드나무 _ 버들피리의 추억만 남기고 떠나야 하는, 짧은 수명

버드나무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어렸을 때 버들가지로 피리를 만들어 불던 기억일 것입니다. 나무들은 각기 자신의 특성과 다양한 삶의 터전을 잡아 갑니다. 누가 간섭하지 않아도 제자리를 찾아 아름답게 사는 방법을 찾습니다.

버드나무는 많은 친척들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들까지도 일반적으로 버드나무라 칭하고, 그들의 특성을 얘기하겠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뿌리가 땅의 습한 곳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무에 비해 땅속에 물이 많은 곳이면, 버드나무에 속하는 나무들은 잘 자라죠. 나무들은 뿌리로 많은 호흡을 합니다. 그런데 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산소가 풍부하지 못하다는 의미인데, 다행히도 버드나무들은 다른 나무들에 비해 땅속에 산소가 많이 없어도 잘살 수 있습니다.

버드나무들은 아주 작게 자라는 나무에서부터 땅에 거의 붙어서 자라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높이가 무려 20m까지 자라는 능수버들에 이르기까지 그 생김새는 다양합니다.
또한 나무라 하면 오랫동안 살 수 있는 것이 특징 중의 하나지만, 버드나무에 속하는 대부분의 나무들은 그 수명이 길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갯버들 같은 경우 약 40년을 살면 그 수명이 다합니다. 참 이상하죠? 어떤 나무는 무려 5,000년 이상을 살 수 있는가 하면, 이들 나무는 많이 살아도 100년을 넘기가 힘드니 말입니다.

 

 버드나무 이파리. 버드나무를 물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그 뿌리가 습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생강나무 _ 잎을 찢거나 가지를 분지르면 피어오르는 생강 냄새
 

생강나무는 키가 크게 자라지 않는 나무입니다. 키 큰 나무의 그늘 아래서 자라는 나무죠. 3월 말이나 4월 초에 숲에 가면 노란꽃이 피어 있을 겁니다. 저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바로 생강나무입니다. 생강나무는 우리의 산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입니다. 물론 들이나 길가에 개나리와 산수유가 피고, 바닥에는 작고 예쁜 노란 양지꽃이 피지만 말입니다. 이른 봄에 숲을 찾는다면, 예쁜 생강나무가 여러분을 반겨 줄 것입니다.

생강나무는 잎을 찢거나 어린 가지를 분지르면 생강 냄새가 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생강나무 열매는 처음에는 초록색으로 시작해서 차츰 붉은색으로 변해, 다 익으면 검게 됩니다. 검은빛 열매에서는 옛 여인들의 머리를 다듬던 동백기름이 나옵니다.

 

 생강나무 꽃. 생강나무는 산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뽕나무 _ 누에의 먹이가 되는 잎, 한약재의 재료로 쓰이는 열매

뽕나무가 방귀를 뽕하고 방귀를 뀌니까 참나무는 뭐라 했을까요? 물론 ‘참아라'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뽕나무가 되었고, 참나무가 되었답니다. 이 뽕나무의 나뭇잎은 누에고치가 자랄 수 있는 중요한 먹이가 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뽕나무를 귀하게 여겼습니다. 누에고치를 이용해 실을 뽑아 옷을 해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뽕나무에 열리는 열매를 ‘오디'라 하는데 달콤하고 맛이 좋습니다. 많이 먹으면 입 안과 입술이 새파랗게 물들기도 합니다. 이 오디를 말려서 한약재로 오랫동안 사용했습니다. 먹으면 기침을 멈추게 하고, 또 그 밖에 여러 가지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뽕나무 열매 오디.
뽕나무는 이파리뿐만 아니라 열매 또한 쓰임새가 많아, 그 옛날에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국수나무 _ 줄기마다 국수가락 품고 등산객 반기는 키 작은 나무

국수나무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등산로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로, 줄기를 잘라 보면 그 안에 하얀 국수가락과 같은 심이 들어 있다 해서 국수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키가 1~2m 정도 되고 가지 끝이 밑으로 처지며, 잔가지는 둥글고 잔털이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고 세모진 넓은 달걀 모양으로 끝이 뾰족한데,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고 뒷면 잎맥 위에 털이 있습니다.

5~6월에 연한 노란색 꽃이 새 가지 끝에 달립니다. 열매는 둥글거나 달걀 모양이고 잔털이 많으며 8~9월에 익습니다. 국수나무는 빛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랍니다.

 

 국수나무의 잎은 세모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다. 5~6월엔 연한 노란색 꽃을 피운다.


개암나무 _ 혹부리영감과 헤이즐넛으로 유명세

개암나무는 전래동화 '혹부리영감'에 등장하여 유명해진 나무입니다. 개암나무의 열매인 개암은 헤이즐넛(Hazelnut)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깨금ㆍ처낭이라고도 합니다. 산기슭의 양지쪽에서 자라며 높이가 2~3m 정도입니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인데 겉에 자줏빛 무늬가 있기도 하고, 뒷면에는 잔털이 많이 나 있습니다. 가장자리에는 뚜렷하지 않으나 깊이 패어 들어간 부분과 잔 톱니가 있습니다. 개암을 말린 것은 단백질과 지방이 많아 기력을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합니다.

 

 양지쪽에서 자라는 개암나무의 잎은 타원형으로 어긋난다. 겉에 자줏빛 무늬가 있기도 하다.


고추나무 _ 산 속에서 볼 수 있는 고춧잎 모양의 꽃과 잎

고추나무에는 고추가 열리지 않습니다. 단지 셋으로 벌어져 달리는 잎의 모양이나 작고 갸름한 꽃봉오리와 하얗게 핀 꽃 모양이 고춧잎을 연상하게 합니다. 우리나라 어느 계곡이나 산자락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고추나무는 다 자라도 굵기가 팔뚝 정도이고, 잎은 긴 타원형으로 끝은 뾰족하며, 손가락 마디 하나만한 길이의 잎자루 하나에 3개씩 달리고 서로 마주보기로 붙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어린 잎이 부드럽고 향기가 있어서 살짝 익혀 나물로 무쳐 먹었다고 합니다.

 

 고추나무는 잎자루 하나에 3개의 잎이 달린다.
잎의 모양이나 꽃봉오리 모양이 밭에서 나는 고춧잎을 연상시킨다.


느릅나무 _ 잎은 '짝궁둥이'지만, 껍질로는 짚신도 삼고 종기도 치료
 

느릅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잎의 아래쪽, 즉 잎자루 쪽 부분이 좌우대칭이 안 되고 어긋나 있는 것입니다. 일명 ‘짝궁둥이'라고 불리는 느릅나무의 잎을 보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느릅나무는 마을을 지켜 주는 서낭나무로 여겨져 왔으며, 잎은 어긋나게 붙고 거친 털이 있어 까끌까끌합니다.
느릅나무 껍질을 느릅이라 하는데 쓸모가 많습니다. 봄에 물이 오를 때 벗겨서 말리면 엷은 갈색 끈이 됩니다. 이것으로 짚신을 삼기도 하고 종기를 치료하기도 했답니다.

 

 느릅나무는 이파리를 보면 금세 알아볼 수 있다. 즉, 잎자루 쪽 부분이 좌우대칭이 안 되고 어긋나 있다.


물푸레나무 _ 아주 단단해서 야구방망이 만드는 데도 사용

물푸레나무의 이름은 잎이나 가지를 다져서 물에 풀면 푸른색 물이 나온다고 하여 붙여진 것입니다. 물론 물가에서 자라기를 좋아하여, 크고 작은 계곡 쪽에 아름드리로 자라는 큰키나무를 찾으시면 됩니다.
물푸레나무의 껍질은 거의 갈라지지 않고 띄엄띄엄 흰 반점이 있습니다. 밥주걱 모양의 잎이 하나의 잎자루에 7~9개 정도씩 붙어 있으며 잎 표면은 초록빛으로 털이 없고 잎 뒷면은 흰빛이 돌며 털이 있습니다.

물푸레나무를 태운 잿물로 옷감을 물들이면 푸르스름한 잿빛이 도는데, 여간해서는 빛깔이 바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절에서는 이 나무로 옷을 많이 물들였다고 합니다. 물푸레나무는 또 아주 단단해서 야구방망이나 농기구의 자루, 벼루,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잎이나 가지를 다져서 물에 풀면 푸른색 물이 나온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다.
물푸레나무는 단단해서 야구방망이, 농기구의 자루, 가구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주목 _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간직하는 붉은 마음
 

여기를 주목하세요! 나무 껍질과 그 속이 붉은 색이어서 주목[붉을 주:朱, 나무 목:木]이라고 불리는 나무입니다. 주목은 흔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하는데, 나무가 오래 살고 목재도 견고하여 잘 썩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9월에서 10월 사이 초록색 잎 사이로 보이는 붉은 컵 모양의 열매는 너무나 화려하여 새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열매 속에 담긴 종자에는 독성이 있어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습니다. 잎은 뒷면에 연녹색의 숨구멍이 있고 불규칙하게 가지에 달려 있습니다. 주목에서 추출한 탁신(Taxin) 성분은 항암제로 이용하고 있으며 목재가 견고하고 붉어 가구재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주목의 붉은 열매는 그 화려함으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이 열매 속의 종자에는 독성이 있다.


별꽃 - 수수하지만 별처럼 아름다운 꽃

별꽃은 집 주변에서도 흔히 보이는 들풀로, 하얀색의 꽃잎이 양 갈래로 갈라져 있으나 사실은 5장의 꽃잎을 화려하게 치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별꽃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암술대가 5개로 갈라지는 ‘쇠별꽃'과 상대적으로 잎이 큰 ‘개별꽃'이 대표적입니다.

 

 꽃이 별 모양을 닮았다고 별꽃이다. 꽃잎이 5장이지만, 깊이 파여서 10장으로 보인다.


인동초 _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금은화
 

일명 금은화라고도 불리는 인동초는 수정이 되기 전의 꽃이 흰색이었다가 수정이 되고 나면 노란 빛깔로 변한다.

 

 인동초의 꽃은 수정 전에는 흰색이지만, 수정 후엔 노란색이 된다.


괭이밥 _ 시큼한 잎은 샐러드에 식초 대신 사용

고양이 밥이 줄어서 괭이밥이 되었습니다. 잎이 마치 클로버를 닮았으나, 둥근 모양이 클로버 잎과 달리 하트 모양의 잎이 3장 모여서 납니다. 괭이밥의 잎은 시큼한 맛이 나서 샐러드에 식초 대신 넣어 드셔도 되며, 복통에 좋다고 하나 많이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괭이밥이라 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예쁜 꽃.
괭이밥의 잎은 식초 대신 사용할 수도 있지만, 너무 먹으면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꽃마리 _ 앙증맞은 푸른색 꽃

꽃이 달린 줄기가 끝 쪽부터 말려 있는 꽃마리는 푸른색 꽃이 너무나 작아서 숲에서도 자세히 살펴야 찾을 수 있습니다.

 

 꽃마리의 꽃은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애써서 찾은 보람이 있을 만큼 예쁘다.

- 글

김신회 / 숲연구소 교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