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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30 숲을 해설하는 일의 즐거움
- 2008.07.30 다시 찾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숲
- 2008.07.30 숲 이야기
숲을 해설하는 일의 즐거움
숲을 해설하는 일의 즐거움, 직접 느껴 보실래요? | |
'숲'이라는 말은 참 친숙하다. '해설'이란 단어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두 단어를 합쳐 놓은 '숲해설'이란 말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숲을 해설한다고? 왜? 무엇 때문에? 하지만 이런 궁금증은, 해설가 없이 TV 스포츠 경기를 본다고 가정해 보면 간단히 풀린다. 규칙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스포츠에 관심 좀 가져 볼까 했던 사람들은 따분하고 답답한 마음에 채널을 돌려 버릴 테니 말이다. 숲해설가가 말하는 숲해설의 의미에 귀를 기울여 보자.
숲해설, 스페셜? “산엘 자주 가시나 봐요” 늘 궁금했다며 앞집 엄마가 묻는다. 등산복 차림으로 자주 외출하는 나를 보며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산에 가는 것 같아 좀 이상했나 보다. 어떻게 대답할까 하다가 “혹시 숲해설 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했더니 고개를 갸웃하다가는 “스페셜요?” 한다.
숲해설가를 나무 이름이나 꽃 이름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까지 서산에 있는 휴양림에서 숲해설을 했다. 초여름부터 하얀꽃을 가득 피우는 덩굴성 나무인 사위질빵 앞에서 ‘사위사랑은 장모님'에 얽힌 이야기를 한다거나 수종이 다양한 우리나라 숲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어른들이 숲 이야기에 더 빠진다.
숲에서 동식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나무들이 어떻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지,
지구온난화! 현대를 사는 지구촌 사람들의 가장 큰 화두일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 과도한 화석원료의 사용이라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 안다. 생태계의 섬돌 하나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지게 되어 있다.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무언가 언짢은 일이 있었더라도 숲에 오면 말끔히 씻어지고 새로운 기운을 얻어 간다. 나무처럼 나도 광합성을 하고 에너지를 만들어 돌아가는 것 같다. 탐방객들과 열심히 숲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무들이 내뿜는 에너지를 흠뻑 받고 내가 더 즐겁고 행복해진다. 탐방객들이 재미있어 하고 보람을 느끼는 건 덤이다.
숲에서는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유순해지고, 마음을 짓누르던 고민들도 한결 가벼워진다. 봄가을이면 서울대공원에 각급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온다. 보통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가 가장 산만하다. 그 질풍노도의 시기! 아이들은 넘치는 힘을 주체하기가 힘든지 도대체 질서가 안 잡힌다. 그럼에도 산에 올라가는 것은 힘들어 한다. 그러나 숲은 이런 아이들을 어느 결에 유순하게 만들어 놓는다. 누구든 일이 잘 안 풀려 짜증이 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거든 숲으로 오시라.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숲해설가가 될 수 있나요?” 하는 것이다. 요즘은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겼다. 미국이나 독일ㆍ일본 같은 곳에선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년쯤 됐다. (사)숲해설가협회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대학의 사회교육원이나 지자체에서도 교육과정이 많이 개설되어 있다.
숲에 대한 애정과 지적 호기심이 있다면 숲해설가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나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했지만 전공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고 숲에 대한 애정과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이 있으면 된다. 공부? 다행히도 아주 재미있는 공부이다. 내가 교육받은 숲해설가협회에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숲해설가가 되고 싶다고 문을 두드린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한 곳이라선지 등록하기도 만만치 않고 교육비도 꽤 비싸다. 교육과정도 아카데미과정, 전문가과정 해서 1년이 넘고 결석 몇 번 하면 수료하기도 어렵다.
김선희 / 시인, 숲해설가 |
다시 찾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숲
다시 찾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숲 | |
나는 숲에 자주 간다. 전공인 산림학을 가르치기 위해, 연구를 위해 숲을 찾는다. 그러나 특정한 목적 없이 그저 숲을 찾기도 한다. 내가 숲을 찾는 이유는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숲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은 종종 행복감으로 이어진다. 숲에 가면 행복해지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이다. 숲은 아름답고, 건강하고, 지혜롭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지리산의 숲과, 편안하게 거닐 수 있는 숲을 소개한다.
숲은 아름답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에 찾아도 숲은 아름답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각 계절이 풍기는 아름다움은 각각 다르다. 신록과 각양각색의 꽃들로 장식된 봄 숲은 화려한 아름다움이 있다. 짙은 녹음의 여름 숲은 왕성한 생명력과 함께 활기찬 아름다움을 뽐낸다. 단풍이 붉게 물든 가을 숲은 낙엽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은은한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앙상한 가지와 눈 덮인 소나무의 겨울 숲은 고독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나무들은 자신이 사는 공간을 더럽히지 않는다. 숲은 사람들이 사는 집처럼 매일 쓸고 닦지 않아도 항상 청결함을 유지한다. 자신이 사는 공간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결하지 못한 숲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숲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 4억 년 전 지구상에 출현한 식물은 50만 년 전 등장한 인간보다 대선배다. 많은 나무와 곤충들도 인간보다 훨씬 먼저 지구상에 출현해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기후변화, 빙하기, 지진, 화산폭발, 해일 등 지구상에서 일어난 엄청나고 수많은 변화를 모두 경험하고 살아남은 생명체들이다.
이번 여름, 이렇게 아름답고 건강하고 지혜로운 숲을 찾아 떠나 보자. 모든 숲은 나름대로의 아름다움, 건강미, 지혜로움을 지니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숲은 지리산의 숲이다. 그중에서도 방문객들이 많지 않은 피아골에서 삼도봉, 반야봉에 이르는 등산로 주변의 숲들이다. ◆ 피아골 _ 아름답고 건강한 나무들의 천국 도시에서 찾아온 방문객을 향기롭고 맑은 공기로 맞이하는 직전마을부터 시작되는 등산로는 선유교, 삼홍소, 구계폭포를 거쳐 피아골 산장까지 깊고 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이 구간에서는 계곡 주변에 자라는 졸참나무, 나도밤나무, 고로쇠나무, 물푸레나무, 개서어나무, 노각나무, 함박꽃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삼홍소 인근의 계곡(왼쪽)과 피아골 상류의 계곡(오른쪽). ◆ 삼도봉 _ 우리나라 숲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 임걸령에서 능선 길을 따라 1시간 남짓 걸으면 노루목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화개재를 거쳐 뱀사골 산장으로 갈 수 있으며 왼쪽 길은 반야봉으로 올라간다. 이곳에서 반야봉으로 오르기 전 피아골 계곡으로 나 있는 큰 바위에 앉아 바위 밑으로 펼쳐진 수해(樹海)를 감상할 수 있다. 전라남ㆍ북도와 경상남도 3개 도의 경계가 한데 마주치는 곳이라 삼도봉이라고 한다.
삼도봉에서 내려다본 계곡. 지리산의 웅장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 반야봉 _ 우주의 한가운데 서 있는 나를 느낄 수 있는 곳 노루목에서 한 시간 반 정도면 반야봉에 이른다. 반야봉 정상은 지리산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반야봉의 멋을 대변하는 것 중 하나는 이 높은 곳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뚝 솟아 강인함을 보여 주는 구상나무들이다. 구상나무는 전나무속의 나무로 지리산ㆍ덕유산ㆍ한라산 등 해발 500미터 이상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나무이다. 수분이나 양분이 부족해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고산지대에서도 자라는 꿋꿋한 모습을 보여 준다. 또 힘차게 뻗은 가지는 많은 잔가지들을 사방으로 무성하게 뻗어 독특한 멋을 풍기며, 짧고 굵은 가지에는 강인함이 배어 있다. 여름철 생장기엔 가지 끝에 피어나는 신록이, 마치 연초록의 망울이 가지 끝에 달린 듯 아름답다.
반야봉으로 올라가는 길. 가볼 만한 아름다운 숲 지리산의 숲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1박 2일 또는 2박 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차량으로 접근하기 쉽고 짧은 시간 내 편안하게 거닐 수 있는 숲 몇 곳을 소개한다. 아름다움과 건강함과 지혜로움으로 뭉쳐진 숲을 찾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아름답게, 건강하게, 지혜롭게 만드는 노력의 첫걸음이다. 1. 아름다운 숲 울진 소광리 소나무 숲 금강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줄기가 곧게 뻗는 금강소나무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30미터 이상의, 나이 150~200년 된 키 큰 소나무들이 집단적으로 자라는 웅장한 숲이다. 적극적으로 경영되고 있는 국유림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산림경영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함께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왕실의 건축재 등을 생산하던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숲이기도 하다.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 방문하면 숲해설가가 소광리 숲의 역사와 문화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기도 한다.
소광리 입구 전시실에 전시된 황장목(왼쪽 위)을 봐도 소광리 소나무 숲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안면도 승언리의 솔숲 흔히 우리나라 숲들은 산에 있는 반면,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그 주변에 위치해 있는 숲은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어 바다와 어우러진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즉 바다와 숲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곳도 울진 소광리 숲과 마찬가지로 나라에서 필요한 건축재나 조선재를 조달하기 위해 특별히 관리했던 숲이다. 지금은 휴양림도 조성되어 있고, 포장되고 잘 정비된 산책로와 전망대도 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소나무 숲. 바다와 함께 숲을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콘크리트 숲 속의 진짜 숲, 창덕궁 후원 서울 시내 도심에서도 숲길을 걸을 수 있다. 흔히 비원으로 불리는 창덕궁의 후원이다. 몰론 안내원의 안내를 받는 제한된 숲 탐방을 해야 하지만 콘크리트 숲으로 덮인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깊은 산에 들어온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숲의 특징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정원이지만 조경용 관상수를 심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을 심었다는 것. 인공 정원처럼 일렬로 나무를 심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심어 마치 숲이 잘 우거진 산에 온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느티나무, 밤나무, 회화나무, 은행나무 등 대부분 활엽수들이 심어져 있어 여름에는 짙은 그늘을 만들어 준다. 2. 건강의 숲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 오대산 국립공원 일주문에서 옛길을 따라 가면서 월정사까지 난 800미터의 울창한 전나무 숲길. 곧게 뻗은 거대한 전나무들이 도열해서 만든 이 길을 걸으면 웅장한 성전이나 신전에 들어온 듯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넓은잎나무들로 이루어진 숲보다 전나무처럼 바늘잎으로 이루어진 숲에서는 피톤치드라고 하는 삼림욕 물질이 많이 나와 이 길을 걷는 사람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대관령 자연휴양림 내 소나무 숲 서울서 강릉 쪽으로 가다가 대관령 고개를 넘으면 오른쪽에 대관령 자연휴양림이 있다. 1989년 숲 속에서 휴식과 건전한 여가활동을 목적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개장된 휴양림이기도 하다. 그만큼 휴양적 가치가 높은 숲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휴양림 주변에는 자동차 도로가 뚫리기 전 영서와 영동지방을 서로 연결시키던 대관령 옛길이 있는데, 이 길을 따라 대관령 쪽으로 올라가다 볼 수 있는, 1920년대 씨앗을 뿌려 심은 소나무들이 서 있는 울창한 숲도 흥미롭다.
대관령 직파조림지. 우이동 솔밭 공원 산이나 경사지가 아닌 평지에, 그것도 서울 시내 주택가 근처에 1천여 그루의 소나무가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여기서 자라는 소나무는 소광리나 안면도의 소나무들과는 달리 줄기가 굽고 휘고 울퉁울퉁한, 제멋대로 자라는 기기묘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훌륭한 쉼터와 산책길을 제공하고 있는 숲이다. 3. 지혜의 숲 남해 물건리 어부림 마치 열대지방 해안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맹그로브 숲처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로부터 마을과 논을 보호해 주고 바다의 물고기들을 유인할 목적으로 조성한 방조 어부림으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독특한 숲이다. 또 바다의 해양생태계와 육상의 숲 생태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음을 잘 보여 주는 흥미로운 숲이다. 담양 관방제림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300~400년 전 제방을 쌓고 그 위에 나무를 인공적으로 심어 우리 선조들의 자연 재해에 대비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숲이다. 담양 읍내 담양천 북쪽 제방에 조성된 숲으로 현재 푸조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 400여 그루가 2킬로미터에 걸쳐 남아 있다. 함양 상림 9세기 말 신라 진성여왕 때 마을을 가로지르는 위천이 홍수 때마다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이 마을의 태수로 부임해 있던 최치원이 둑을 쌓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 조성한 천년 된 숲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조성한 숲은 3킬로미터 정도였는데 그동안 개발과 훼손으로 현재는 1.6킬로미터 정도만 남아 있다. 평지에 조성되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접근이 용이한 많은 휴양림들이 침엽수로 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상림은 120여 종의 넓은잎나무 2만여 그루로 이루어져 있어 계절에 따라 운치를 달리한다. 이외에 (사)생명의 숲에서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마을숲, 거리숲,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숲 부문에서 수상한 숲들을 둘러보는 것도 그동안 잘 안 알려진 아름다운 숲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명의 숲 홈페이지(www.forest.or.kr) 참조.
탁광일 / 국민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교수 |
숲에는, 선물 가득 안은 산타가 산다 | |
숲이 무성해지는 계절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마음을 다쳤을 법도 하건만, 숲은 변함없이 두 팔 벌려 인간을 맞는다. 미국의 환경보호론자 존 뮤어가 그래서 이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숲에 가서 그 기운을 흠뻑 마셔라. 햇빛이 나무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것과 같이 자연의 평화가 우리에게 흘러들어 올 것이다." 어느새 한해의 중턱에 오른 6월. 빡빡한 일상을 잠시 벗어 두고 숲으로 가자. 가서, 숲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온몸으로 받아 보자. 숲. 참으로 듣기만 하여도 포근한 말이다. 숲은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의미로 다가온다. 사람들에게 '숲'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생각나는 것을 말해 보라고 하면, 표현은 다를지라도 대부분 '편안함과 순수함'이란 주제로 집약되는 얘기들을 꺼낸다. 숲은 무한한 상상과 자극의 원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숲에서 공통적으로 받는 느낌은 '고향 같은 아늑함과 평안함'이 아닌가 싶다.
태초에 숲과 인간은 하나였으니… 고생물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기원을 약 500만 년에서 700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숲 지역으로 추정한다. 숲에서 시작한 인간의 역사는, 지금부터 약 5,000년 전쯤에 인간이 숲에서 나와 공동체를 이루어 살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바뀐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급격한 도시생활을 하게 된 것도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세월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인간의 역사 대부분은 숲에서 숲과 함께 살아온 그야말로 숲과 함께한 역사이다. 인류의 역사는 그야말로 숲과 함께한 역사이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갖가지 물질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숲으로부터 나오지 않은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숲은 또한 우리가 숨쉴 산소를 만들어 내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주며, 우리가 편히 쉴 휴양장소를 제공한다. 숲은 우리 생활에 필요한 갖가지 물질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숲의 건강효과를 의학적 측면에서 볼 때 첫 번째로 거론되는 것이 ‘피톤치드 효과'이다. 1969년 레닌그라드 대학 식물학 교수인 토킹 박사가 발견한 것으로, 수목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란 물질이 인간에게 해로운 균을 살균한다는 것이다. 피톤치드, 햇빛, 새소리ㆍ물소리, 바람…. 심리적 측면에서 살펴본 숲의 건강 메커니즘은 자극이란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생활의 환경과 숲의 환경이 다름으로 해서 얻어지는 자극 효과이다. 이를 ‘산림자극'이라고 칭하는데 '산림자극'은 번스테인이라는 환경심리학자가 처음 사용했다. 심리적 복리를 증진하는 데 숲의 역할을 설명한 것이다.
숲에 가면 일상의 복잡함 속에서는 얻기 힘든, 심리적인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상태를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한 상태가 아닌 것뿐만 아니고,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 복리적으로 완전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바탕을 둔다면, 숲이 인간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글 신원섭 / 충북대학교 산림학과 교수. 산림치유포럼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