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새 세상을 열어 온 위대한 그들은 지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8.04 놀라운 새 세상을 열어 온 위대한 그들은 지금?
2008. 8. 4. 18:55

놀라운 새 세상을 열어 온 위대한 그들은 지금?

놀라운 새 세상을 열어 온 위대한 그들은 지금?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제리 양, 마크 주커버그. 그들에 대한 뉴스는 내용을 읽기 전부터 왠지 세상의 흐름에 큰 변화를 알리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이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아니 그들이 세상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 IT 업계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들의 최근 행보와 그 속내, 그리고 이들 소수에 의해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IT 업계 글로벌 리더 기업들의 최근 소식을 정리한다. 


전 세계 IT 업계를 움직이는 소수들

‘20/80 법칙' 혹은 ‘파레토의 법칙(Pareto Principle)' 이란 게 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발견한 법칙이다. 경제나 인간관계나 정치나 직장이나 어느 영역에서든 결과물의 대부분(80%)은 20%의 핵심 인력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이 이 법칙의 뼈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도 마찬가지다. IT 업계의 심장이랄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 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세상에 대해 논의하지만, 결국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과 지향점을 보여 주고, 그 곳으로 향할 차표를 범인(凡人)들의 손에 쥐어 주는 건 결국 소수의 천재들이다.

 

빌 게이츠(William Henry Gates Ⅲ),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같은 거물급을 비롯, 제리 양(Jerry Yang),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 등 현직 최고경영자(CEO)들, 제2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20대 초반의 마크 주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 등이 전 세계 IT 업계를 쥐락펴락 하는 대표적인 소수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몸담은(혹은 몸담았던) 회사의 이미지, 혹은 능력 그 자체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들이 주가나 향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또한 전 세계 IT 업계가 어떻게 움직일 지를 보여 주는 리트머스지(紙)이기도 하다.


◇ 스티브 잡스

요즘 애플(Apple)은 선장 스티브 잡스의 와병설(臥病說) 때문에 혼란스럽다. 멀티미디어 휴대폰 아이폰(iPhone) 신제품 출시로 한창 열기에 들떠 있어야 할 텐데, 잡스 CEO의 췌장암이 재발했다는 루머가 급속도로 퍼지며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2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잡스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마침 그 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개발자 회의에 아이폰 신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참석한 잡스는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CEO의 건강 악화설이 증폭될 수 밖에 없었고, 주가는 그 날 하루 동안 12%나 추락했다.

 

애플은 잡스의 암이 재발한 것은 아니라고 공식 해명했다. 올해 초 수술을 받긴 했지만 현재는 건강한 상태이며, 식이요법 때문에 체중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 유명 IT 애널리스트는 잡스가 어떤 이유로든 떠난다면 애플 주가는 25% 추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잡스는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애플의 아이콘(icon), 혁신의 전도사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애플이 곧 잡스이고, 잡스가 곧 애플”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다.

잡스는 IT 업계의 풍운아로 불린다. 사생아로 태어나 입양되어 자라난 잡스의 일생은 늘 ‘울퉁불퉁'해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동갑내기 천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과 비교되곤 한다.

지난 1976년 선배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공동 창업한 잡스는 IBM이 들어오기까지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흐를 만큼. 그러나 그의 자존심은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축출되는 아픔을 맞으며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그는 픽사(Pixar)를 세워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또 다시 창조성을 불태웠고, 그가 떠난 후 어려움에 직면한 애플은 다시 그를 불러 들였다.

2001년 그는 아이맥(iMac)을 내놓아 애플을 기사회생시켰고,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통해 애플을 다시 혁신의 기수로 올려 놓았다.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으론 “역시 잡스”란 호평을 얻었다. 지난해 애플은 사상 최초로 매출 200억 달러를 넘겼다.

2004년 췌장암 진단은 악동같던 잡스에게 “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는 삶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 주었다지만 그에게 다시 병마가 드리웠다면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래도 뉴욕타임스(NYT)는 잡스가 수술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생명이 위협을 받는 수준은 아니라고 전했으니 다행이다. 애플도, 올해 겨우 53세인 잡스도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 빌 게이츠

모든 가정에 PC가 한 대씩 설치되도록 하겠다는 당시로선 허무맹랑한 꿈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운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도 때려치우고 일에 매달렸다. 성공을 감지했다기 보다는 일 자체가 그에게 열정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란 말이 옳다. 그래서 결국은 PC 세계를 지배하는 황제가 되었지만 말이다.

MS 본사가 처음 위치했던 뉴멕시코주 앨버커크에는 주유소와 편의점, 영화관 밖에 없다고 여겼을 정도로 사무실 밖 생활은 거의 없었다. 아침에 출근한 직원들의 발에 채인 건 밤새 일하다 잠든 게이츠 회장이었고, “제발 목욕 좀 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생존과 관계된 것 이외의 시간은 모조리 일에 투입했던 열정가가 바로 게이츠였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MS에 매달렸던 게이츠가 MS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다. 물론 예정돼 있던 은퇴다. 그는 앞으로 MS의 일상적인 업무에는 간여하지 않을 것이며, 이사회 의장으로서만 활동할 예정이다.

해외 주요 언론들은 그가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 6월 27일 공식 은퇴한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이 재단은 게이츠와 절친한 세계적인 갑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조언해 2000년 만든 것으로, 버핏도 자신의 재산 일부를 기부했다.

지난해 하버드대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는 자리에서 그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란 개념을 들어 돈을 번만큼 나눠 쓰는 삶이 자본주의를 얼마나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 지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그늘인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자본주의는 창조적으로 개발되어야 하며, 이럴 때 시장의 힘이 발휘된다는 개념이다.

경제 전문잡지 포천(Fortune)은 ‘안녕, 미스터 게이츠(Farewell, Mr. Gates)'라는 기획 기사들을 통해 영리한 소년에서 억만장자가 되기까지의 발자취와 업적들, 그리고 그가 떠난 이후의 MS의 행보 등을 전망했다.

잡스와의 오랜 신경전에 대해서도 ‘30년간의 전쟁(A thirty year war)'이라 지칭하면서 둘 간에 오갔던 비난과 공격의 말들도 짚어 흥미를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는 게이츠(Gates without Microsoft)'란 기사에선 그가 자선 활동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이며, 바이오 화학 분야 연구와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면서 은퇴 이후 오히려 더 바쁜 삶을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회장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시간의 한 자락을 휙 떼어 창조적 생각에 쓰곤 했다. 1년에 두 차례 가졌던 ‘생각주간'에 그는 미국 시애틀 인근 별장에서 은둔하며 오로지 공부하고 생각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 생각주간을 통해 얻어진 아이디어가 큰 사업으로 이어진 것도 많았다. 태블릿 PC나 온라인 비디오 게임 사업 등이 바로 그 것. 은퇴했더라도 그가 여전히 창조적인 생각으로 세상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나서주길 바라는 이들은 여전할 것이다.


◇ 제리 양

요즘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IT계 거물 중 한 사람은 바로 제리 양 야후 CEO.

인터넷 사업에서 구글에 밀린 MS는 인터넷 사업체를 하나 먹으려 눈독을 들이고 있고, 이런 가운데 창업 초기의 활기를 잃고 있는 야후가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MS는 야후에 인수 제안을 했지만 야후는 “너무 싼 값”이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외신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여전히 MS는 야후에 입질을 계속하고 있고, 야후는 인수를 거부하는 것인지, 인수를 염두에 두고 몸값을 제대로 받기 위해 고심 중인 것인지 헷갈린다.

대만 출신의 미국 이민 1.5세대 제리 양은 닷컴 시대를 연 장본인 중 한 사람.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당시 동료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인터넷 안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포털 사이트 야후가 됐고, 그는 ‘넷 세대(Net Generation)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실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테리 시멜 자리에 창업자 제리 양이 복귀했을 때엔 그가 애플에 귀환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부풀었다. 하지만 사정은 쉽지 않았다. 구글이 이미 인터넷 황제 자리를 꿰차고 있는데다 미국 경제까지 좋지 않아 야후의 실적은 계속해서 미끄러졌고, 주가도 폭락했다.

야후를 MS에 넘겨 차익을 거두려는 속셈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은 제리 양이 물러나야 한다고 종용하면서 야후 이사회 자리까지 확보했다. 아이칸은 올들어 이미 단 6% 밖에 안 되는 지분으로 모토로라의 CEO 에드 젠더를 물러내고 휴대폰 사업부 분사를 유도해낸 인물.

 

실적 부진도 계속되고 있어 야후가 독자 생존쪽으로 가닥을 잡는다고 해도 제리 양이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는 안개 속이다.

◇ 마크 주커버그

IT 업계의 떠오르는 샛별을 꼽으라면 단연 마크 주커버그를 들 수 있다. 미국판 싸이월드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 업체 페이스북(www.facebook.com)을 이끌고 있는 주커버그는 올해 스물 넷밖에 안된 청년이다. 1984년생인 주커버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는데다, 하버드대 중퇴란 이력 때문에 ‘제2의 빌 게이츠'로 불리곤 한다.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버드 시절 학생들끼리 인맥을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인기를 끌자 그는 아예 학교도 그만두고 인맥 사이트 개발에 매달렸고, 2004년 페이스북이 탄생했다.

  

요즘 인맥 사이트는 돈을 낚을 수 있는 황금어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광고가 따라 붙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두주자인 페이스북엔 투자의 손길이 물밀 듯 밀려온다. MS와 구글이 서로 투자하겠다고 경쟁을 벌이다 결국 페이스북은 MS쪽으로 기울었다.

스티브 발머 MS CEO는 최근 “야후를 적당하지 않은 돈을 주고 사지는 않겠다”면서 페이스북과 검색 분야 제휴를 강화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MS가 야후 인수 제안을 거둬들인 뒤 페이스북에 인수 제안을 건네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간편한 폴로 셔츠에 어디든 아디다스 줄무늬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학생같은 주커버그이지만 인수 제안을 단호히 거부한다든지, 구글의 핵심 인력을 줄줄이 페이스북으로 오게 만든다든지 하는 면모에 있어선 어떤 사업가 못지않은 냉철함도 보이고 있다.


- 김윤경 / 이데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