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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4. 09:11

네트워크 그물망이 열리는 시대의 생존 포인트는? - 둘

[나의 확장] ②네트워크 그물망이 열리는 시대의 생존 포인트는?

여러 가치들이 시장의 경제적 재화처럼 희소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계량화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며, 그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무수한 네트워크망에 존재한다. 우리가 현실 속에서 추구하는 많은 가치들은 결국 네트워크 속에서 구현된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네트워크가 많으면 많을수록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과 시나리오도 다양해진다.


자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개인이든 조직이든 생존의 문제는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단지 살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 것이냐', ‘자신이 원하는 삶,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간은 드넓은 우주 속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한 고독한 개체다. 하지만 우리는 우주 속에 덜렁 던져진 것이 아니다. 점은 다른 점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며 생성과 변화, 쇠퇴와 소멸을 걷는다. 인간이 속한 가정, 학교, 종교단체, 사회, 국가 등은 무수한 점들을 연결한 네트워크다. 이렇게 복잡한 그물망의 한 점으로 존재하는 인간은 네트워크의 객체이자 네트워크를 허물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

 


끊임 없이 확장되는 네트워크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인간을 물 분자에 대입시켜 보자. 물 분자는 홀로 있을 때 온도를 아무리 올려도 끓지 않는다. 운동에너지만 증대될 뿐 물 분자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백만 개의 분자가 모인 상태에서는 온도 변화에 따라 새로운 성질을 획득한다. 즉 섭씨 100도 이상에서는 수증기라는 기체의 성질을 나타내고, 0도 이하에서는 얼음이라는 고체로 변한다. 분자와 분자가 부딪히고 상호작용한 결과다. 물 분자처럼 우리는 네트워크상에서 끊임 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자아를 실현하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세상에 영원한 네트워크는 없다. 자신 또는 타인에 의해 네트워크의 그물이 찢어질 때 기회가 생기고 새로운 길이 열린다. 네크워크가 변하는 이유는 그 안에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세에 불멸의 고정가격이 없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네트워크가 과거 네트워크와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는 이유 역시 그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수선하고 확장해 온 데 따른 것이다.

 


내적 역량의 발산

조선시대 장영실은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핍박을 받았지만 당대 최고의 과학자로 청사에 빛나는 업적을 이뤘다. 신분제라는, 당시로선 감당하기 힘들었던 네트워크의 지배를 받았지만 홀로 떨치고 일어섰다. 5만 원 지폐의 모델(?)로 등장한 신사임당 역시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라는 경직된 사회구조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토마스 에디슨은 고작 3개월의 초등학교 경력과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불세출의 발명왕이 되었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우편배달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석유재벌 록펠러는 시골의 엉터리 약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거부를 이룬 인물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은 또 어떤가. 20년 전만 해도 도무지 먹고 살 길이 없어 막막해 하던 싱글맘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무한한 상상력을 발동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그 소설을 쓰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과 섭렵한 서적 지식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녀는 수년 동안의 습작 시절, 스코틀랜드의 노상 카페에서 커피 한 잔만 달랑 시켜 놓고 하루종일 업주의 눈치를 봐야 했다. 단순히 그녀가 노력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로선 생각하기 힘든 고통을 견뎠다는 게 포인트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한 내적 역량을 분출함으로써 세상을 뒤흔들었다.

2009년 초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찾은 조앤 롤링의 강연 내용도 이 글을 관통하는 포인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세상을 바꾸는 데 마법의 힘은 필요치 않다. 상상력의 중요성에 눈을 떠야 한다. 상상력은 타인과 공감하는 힘이 있고 혁신과 창조의 원천이다. 고난에 직면하기 전까지 우리는 스스로를 완전히 알지 못하며 관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없다. 하지만 관계의 의미야말로 고통 후에 얻은 진정한 선물이자 그간 획득한 어떤 지위보다도 값진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인물들의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우주 속 하나의 먼지에 불과한 우리 모두는 누구나 외롭고 힘 없는 존재로 출발한다. 때로는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단단한 네트워크 속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군가는 고독한 객체로서의 삶을 떨쳐 내고 네트워크의 주체로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다.

 


몰입과 학습하는 능력

현대사회는 급속하게 ‘열리고' 있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형태의 네트워크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지 외에 별다른 연락수단이 없었던 조선시대와 달리 지금 우리는 휴대전화, 인터넷 등 실시간 원거리 통신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접속경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극히 복잡하고 다양하게 만들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더 이상은 지식을 습득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기준으로 보면 지식은 접근과 검색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부모로부터 “공부를 잘해야 출세를 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물론 지금도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나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꽤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작 공부 잘하는 사람의 덕목은 성적이 아니다. 바로 몰두하는 능력과 학습능력이다. 목표의식을 갖고 책상에 앉아 꽤 많은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는 일을 하는 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몰입과 학습능력만 있으면 세상에는 겁날 것이 없다.

 

심리학에서 몰입은 “어떤 행위에 깊게 몰두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 버리는 심리적 상태”라고 규정한다. <생각의 탄생>의 저자인 로버트 루스번스타인은 이런 몰입이 “창조로 연결되는 통로”라고 진단했다. 열린 네트워크 사회에 스스로 배우고 탐구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넘쳐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존의 포인트는 몰입하는 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