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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8.07.31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1
2008. 8. 2. 18:41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3

책상 좀 섹시하게 바꿔 볼까요?

사실 사무실은 식물이 살기에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사방이 통유리이니 환기가 잘될 리 없고, 햇빛 또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낙담하지는 마세요. 관엽식물이라는 히든 카드가 있으니 말이죠. 식물을 키우는 것만큼 섹시하고 짜릿한 일도 없습니다. 여기 소개되는 식물들을 몇 달만 키워 보세요.

어느 날 아침 출근길, 척 맨지오니의 ‘Feel so good'이 가슴속에서 울려 퍼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관엽식물(觀葉植物)'이란 한자 그대로 잎을 본다, 즉 잎이 멋스럽고 아름다워 관상 가치가 있는 식물을 말합니다. 관엽식물의 장점은 햇빛이 들지 않는 반음지나 음지에서도 잘 자란다는 것, 그래서 실내에서들 많이 키웁니다. 누군가 ‘그린 인테리어'라는 말을 한다면 그건 곧 관엽식물을 가리킨다고 보시면 됩니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들 팔불출이라는 사실입니다. 마치 자식 자랑하듯 자신이 키우는 식물을 자랑하니 왜 안 그렇겠어요. 참 이상하지요? 자식이야 내 자식과 남의 집 자식이 다르니 자랑할 법도 하지만, 식물이야 그렇지가 않잖아요. 내가 키우는 제비꽃과 남이 키우는 제비꽃이 다를 게 뭐 있겠습니까. 금테를 두른 것도 아니고, 다 같은 제비꽃인데 말입니다. 더 이상한 건 “얘 좀 보세요, 참 멋지죠?” 하고 누가 자랑을 하면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예쁠 수가, 이렇게 멋질 수가!” 하면서 보는 사람도 동조를 한다는 겁니다.

참 이상한 동네 같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식물을 키운다는 건 관계 맺기의 일종입니다. 식물의 생리를 알아 가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감정이입이 되고, 그러다 보면 특별한 애정이 생깁니다. 그래서 내 제비꽃과 남의 제비꽃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지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바로 이겁니다.

여러분도 식물을 키워 보세요. 공기 정화니 작업 능률 향상이니 하는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깟' 풀때기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장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해하는 세계가 한층 깊어지고, 삶과 생명에 대한 관점이 한 120도 정도는 넓어집니다. “창조적으로 살아라” 이런 얘기 많이 들으시죠? 어떻게 해야 창조적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식물과 관계를 맺어 보세요. 언젠가는 분명 '유레카'를 외칠 날이 올 테니까요.


늘어지게 키우는 맛, 아이비와 마삭줄

◇ 실내 인테리어의 대표선수, 아이비

첫 번째로 소개할 식물은 아이비입니다. ‘아이비리그'의 그 아이비…. 아이비리그란 다들 아시다시피 코넬ㆍ하버드ㆍ예일 등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을 말합니다. 이들 대학에 아이비가 많아 ‘아이비리그'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아이비는 연중 매끈매끈한 초록 잎을 유지하는 상록성 덩굴식물입니다. 기네스북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피식물(地被植物)입니다. 지피란 말 그대로 땅을 덮는다는 의미입니다(여러분은 이미 지피식물을 적어도 한 가지는 알고 계십니다. 바로 잔디입니다). 아이비는 지피 소재뿐 아니라 윤기 나는 푸른 잎 덕분에 실내 인테리어에도 자주 사용되는 아이템입니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키우기 적합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울타리로 쓰이기도 하고 방풍벽ㆍ방음벽으로도 사용되는 전천후 멀티태스커죠. 하지만 아이비가 사랑스럽다고 해서 입을 맞추지는 마세요. 독성이 있어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이비는 잉글리시 아이비, 카나리 아이비, 재패니스 아이비 등 크게 3종류로 나뉘며,
100여 종 이상의 다양한 품종이 있다.

◇ 아이비랑 담쟁이랑 헷갈린다고?

아이비는 공기 정화 능력도 뛰어납니다. 미항공우주국에서 왜 그런 조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곳에서 선정한 공기정화 식물 순위에 당당히 6위로 랭크된 전력이 있습니다. 간혹 아이비와 담쟁이를 혼동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최후의 생존자'가 바로 담쟁이입니다. 영어로 담쟁이를 ‘Boston ivy'라고 부르지만, 두 식물은 엄연히 족보가 다릅니다. 아이비는 두릅나무과, 담쟁이는 포도과에 속합니다. 아이비는 모던하고 세련된 맛이 있는 반면 담쟁이는 고전적인 풍미가 있습니다. 유럽의 고성에 아이비보다 담쟁이가 더 잘 어울릴 거 같지 않으세요? 가장 큰 차이는 아이비가 상록인데 비해 담쟁이는 가을에 잎이 진다는 사실입니다.

◇ 사계절 아름다운 잎을 즐길 수 있는 토종식물 마삭줄

우리나라 토종식물인 '마삭줄'도 아이비처럼 덩굴성입니다. 협죽도과에 속하는 마삭줄은 5~6월에 향기좋은 흰꽃을 피웁니다. 하지만 꽃구경하기가 힘드니 '왜 안 피는 거야' 애태우지 말고 그냥 잎만 감상하 시는 게 속 편합니다. 마삭줄 역시 음지에서도 잘 자라 사무실에서 키우기 좋습니다. 마삭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은 ‘초설'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오색마삭줄입니다. 새순이 흰색이나 분홍색으로 나서 무척 이색적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잎에 단풍이 들어 사계절 내내 잎의 변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오색마삭줄, 황금마삭줄, 좀마삭줄. 잎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 식물이다.


마니아팬ㆍ안티팬 동시에 거느린 넉줄고사리

◇ 우아하지만 어떤 식물보다 강력한 양치식물

넉줄고사리는 바위나 나무껍질에 붙어사는 양치식물입니다. 잎이 긴 타원형으로 쭉쭉 뻗어서 제법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멋이 납니다. 하지만 넉줄고사리의 가녀린 외모만 보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칩니다. 정력을 감퇴시킨다는 속설이 있어 남성들이 고사리 나물을 잘 먹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넉줄고사리는 삼지구엽초와 함께 천연 비아그라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식물이라는 사실…. 갑자기 귀가 솔깃해지시나요? 오죽하면 넉줄고사리를 골쇄보(骨碎補)라 부르겠습니까. 부러진 뼈를 붙여 줄 정도로 강력한 식물인 모양입니다.

 

 넉줄고사리.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며 추위에도 강하다.
물은 겉흙이 마르면 주고, 스프레이를 자주 해서 공중습도를 높여 주도록 한다.

◇ 분무기로 공중 습도를 높여 주면 좋아

넉줄고사리는 뿌리줄기에 잔털이 많이 나 있어 징그럽다며 아예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특이해서 좋아하는 마니아도 있습니다. 습기가 어느 정도 유지돼야 좋으니, 뭔가 해주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한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식물입니다. 분무기로 스프레이를 자주 해서 공중습도를 높여 주세요. 넉줄고사리 한번 책상 위에 올려놓는 건 어떨까요. 혹시 알아요, 보기만 해도 힘이 불끈 솟을지….


우린 노는 물이 다르다니까, 워터코인과 트리안

◇ 물을 좋아하는 워터코인

워터코인을 볼 때면 늘 ‘로마의 휴일'이 생각납니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했던가요,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했던가요. 우리말로 직역하면 ‘물 동전'이란 이름을 갖고 있 는 이 식물은 늪이나 연못가에서 잘 자라는 수생식물입니다. 동글동글하고 싱그러운 잎이 매력적인 식물로 수경재배도 가능합니다. 수경재배가 가능하다고 해도 그냥 물에 둥둥 띄워 놓는 것보다 마사토나 하이드로볼을 바닥에 깐 후 키우는 게 좋습니다. 물론 수경재배를 하려면 물을 자주 갈아 줘야겠죠.

 

 워터코인(왼쪽)과 트리안(오른쪽).
둘 다 햇빛을 좋아하는 편이니, 오전에는 햇빛이 드는 창가로 옮겨 놓는다.

◇ 손톱만한 잎으로 재롱 떠는 트리안

사내 금연 때문에 혹시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재떨이가 있다면 화분으로 재활용해도 좋겠습니다. 동글동글 귀엽기로 치자면 워터코인보다 트리안이 한 수 위입니다. 트리안을 키우면 손톱만한 잎이 재롱떠는 걸 수시로 볼 수 있을 겁니다. 트리안은 워터코인처럼 물을 좋아합니다. 깜빡하고 물 주기를 잊어버리면 그대로 돌아가십니다. 겉흙이 말랐다 싶으면 얼른 물을 주세요.


일 년 내내 꽃 보는 재미로 산다, 게발선인장과 아프리칸 바이올렛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사무실은 꽃을 피우는 식물에게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식물이 꽃을 피우려면 햇빛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게발선인장과 아프리칸 바이올렛 정도라면 한 번 도전해볼 만합니다.

◇ 키우기 쉽고 운 좋으면 일 년 내내 꽃도 즐길 수 있는 게발선인장

게발선인장은 일조시간이 짧아야 꽃이 피는 특성이 있어, 사무실에서 키우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일 년 내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게발선인장은 실물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게발선인장의 잎은 그야말로 괴발개발, 정신없고 볼썽사납지만 진분홍색으로 피는 꽃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게발선인장을 키울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게발선인장도 어디까지나 엄연히 선인장이라는 사실, 화분의 흙이 완전히 마른 후에 물을 주세요.

 

 왼쪽은 게발선인장, 오른쪽은 아프리칸 바이올렛. 일 년 내내 꽃을 즐길 수 있다.

◇ 더위ㆍ추위를 잘 타서 냉난방 잘되는 사무실이 적격인 아프리칸 바이올렛

아프리칸 바이올렛은 온실에서 겨울을 나는 여러해살이 화초입니다. 추위에 약하고 간접광선으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실내에서 키우는 것이 적당합니다. 게다가 30도가 넘어가면 더위를 먹고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추위를 타니, 냉난방이 잘되는 사무실이 적격입니다.

아프리칸 바이올렛은 계절 감각이 없어, 사철 내내 꽃을 피웁니다. 흰색, 보라, 노랑, 빨강 등 꽃 빛깔도 다채롭습니다. 아프리칸 바이올렛 역시 보송보송한 흙을 좋아하므로 물은 흙이 완전히 마른 후에 주세요. 습도는 높은 것이 좋으니 분무기로 물을 뿌려 주세요. 그리고 가끔 콧바람을 쏘여야 건강하게 자랍니다.


- 사진

최태원 / 장소협찬 그린아트

- 글

지근화 / 자유기고가

2008. 7. 31. 12:46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2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스트레스, 꽃향기에 무릎 꿇다

삼손은 머리카락이 힘의 비밀이었습니다. 헐크는 분노가 힘의 비밀이었지요. 그렇다면 꼬마 자동차 붕붕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러고 보니 붕붕을 모르는 분도 있겠군요. '꼬마 자동차 붕붕'은 1980년대 중반 방영되었던 만화영화입니다.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왔다,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 그렇습니다. 주제가에 나오는 것처럼 붕붕의 힘은 꽃향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향기로운 식물을 소개합니다. 꽃향기를 맡으면 우리도 혹시 힘이 불끈 솟을지 모르니까요. 


향기를 향한 인류의 오래된 사랑

아로마 테라피(Aroma Therapy)가 유행하기 시작한 게 10년 안쪽. 그러니 꼬마 자동차 붕붕은 아로마 테라피의 선구자인 셈이지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아로마 테라피는 허브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이용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몇 달 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연구팀에서 '아로마 테라피의 의학적 효능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아로마 테라피가 사실은 공중누각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56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단 사흘 동안 실험한 결과라니 왠지 미덥지가 않습니다. 그런 벼락치기 실험으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왔을까요? 몇 년 전 시카고 후각기능연구소에서는 아로마 테라피 요법이 휴식과 안정을 준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어느 쪽의 말이 맞는 걸까요.
향기요법의 신봉자가 요즘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흑사병이 유행했던 중세에는 로즈마리의 향이 병을 막아 준다고 생각해, 집집마다 로즈마리를 불에 태웠다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 병사들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 향유(香油)를 흡입했습니다.
어디 외국만 그랬나요. 우리나라도 역사책을 뒤져 보면 향에 관한 얘기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 눌지왕 때 향을 피워 공주의 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고, 또 조선시대에는 궁중의 내의원에 지금의 조향사에 해당하는 향장이라는 직책이 있었다고 하지요.
이렇게 인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오래 전부터 식물의 향을 가까이 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연구팀이 맞는다면, 아로마 테라피나 플라워 테라피(Flower Therapy)는 인류가 가장 오랜 시간을 들였던 ‘쓸데없는 짓'이 되겠지요. 여러분은 어느 편의 손을 들어 주고 싶은지요?

 

꽃향기, 너를 만나면 마냥 좋다

혹시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기억의 한 토막이 아득한 시간 속 어딘가에서 불쑥 튀어나왔던 경험은 없으신가요? 후각은 인간의 여러 가지 감각 중 기억 회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른 감각보다 더 직접적으로 뇌를 자극한다고 합니다. 이는 냄새 입자가 후각신경을 통해 대뇌변연계로 전달되고, 인간의 감정과 생리 기능을 관장하는 중추신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군요. 그렇다면 향기란 공기 중에 잠시 방출됐다 사라지는 입자 그 이상이 아닐까요.
식물의 향이 과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분을 좋게 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듯합니다. 스트레스가 정수리 근처에서 바글바글 끓어 넘칠 때, 괜히 우울하고 가슴이 답답할 때, 꽃향기를 한번 맡아 보세요. 꽃향기가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 줄지 누가 아나요.


나를 건드려 봐!

향기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허브를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브의 가장 큰 특징은 대가 없이 공짜로 향기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허브가 스킨십을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허브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는 손으로 살짝 쓰다듬어 줘야 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면 아무 노력 없이도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만, 어쨌든 허브의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노동력이 필요하지요. 사람이 됐든 바람이 됐든….
허브는 물ㆍ바람ㆍ햇빛의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잘 자랍니다. 보통의 경우 건조한 상태를 좋아하므로 물은 겉흙이 마르면 주도록 하고, 햇빛과 바람이 충분해야 하니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키우는 것이 낫습니다. 물론 물빠짐이 좋은 흙을 사용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허브의 일종인 헬리오트로프는 짙은 보랏빛 꽃에서 달콤한 초콜릿향이 강하게 납니다. 꽃잎을 따서 입에 넣으면 향이 입 안 가득 퍼지지요. 헤르만 헤세는 <정원 일의 즐거움>에서 헬리오트로프의 향기를 두고 “열광적으로 춤추다 풀어헤쳐진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촉촉하게 빛난다”라고 말했습니다. 영 감이 안 온다면 방법은 하나, 직접 맡아 보는 것밖에 없습니다.

 

 헬리오트로프. 개화 기간이 긴 헬리오트로프는 고온다습에 약하므로
여름철에도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다양한 허브들. 손으로 쓰다듬으면 향기가 난다.


먹고 싶다, 꽃향기

흰 장미를 방불케 하는 우아한 꽃이 피는 꽃치자는 남국의 과일향을 풍깁니다. 어찌나 그윽하고 달콤한지 딱 한 송이만 피어도 집 안에 향기가 가득하지요. 단점이 있다면 꽃이 질 때 다소 처참하다는 것, 그리고 새순에 진딧물이 엄청 꼬인다는 것. 이 두 가지만 잘 견뎌 낼 수 있다면 항시 곁에 두어도 좋을 만한 꽃입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노지에서 자라지만, 추위에 그리 강하지 않아 중부 이남에서는 겨울철 실내로 들여와야 합니다. 꽃치자는 물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물을 너무 자주 주면 잎이 떨어지니 겉흙이 마르면 주시고, 공중습도가 높은 걸 좋아하니 스프레이를 자주 해 주세요.

 

 중국이 원산지인 꽃치자는 7,8월에 흰 꽃을 피운다.
강한 햇빛보다는 약한 햇빛이 좋으니 반그늘에서 키우도록 한다.
토심이 깊고 비옥한 토양에서 생장이 양호하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고광나무는 짙은 바나나 향기가 납니다. 별다른 매력이 없어 보이는데 보면 볼수록 진국인 사람이 있지요? 고광나무가 바로 그렇습니다. 꽃은 평범하지만 워낙 향기가 좋아 자꾸 뒤돌아보게 만듭니다. 울타리로 만들어도 좋고, 큰 화분에서 키워도 잘 자랍니다.

 

 고광나무. 건조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물을 충분히 주도록 한다.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라며 내한성이 강하다.

‘칵테일 사랑'이란 노래를 아시나요. 마음이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걷다가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하지만 애니시다가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발랄한 노란 색의 꽃이 피는 애니시다는 향기마저도 참 상큼합니다.
레몬 향기가 폴폴 날리는 애니시다를 키우려면 약간 부지런해야 합니다.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으름을 부리다가는 말려 죽이기 십상이지요. 콩과에 속하는 애니시다는 남부 유럽의 덥고 건조한 고원지대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이므로, 배수가 잘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키워야 합니다.

 

 애니시다. 새로 자라나는 가지를 계속 잘라 주어야 깔끔한 모양새를 유지할 수 있다.

란타나도 참 얄궂은 꽃입니다. 연분홍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주황으로, 다시 주황에서 빨강으로 꽃빛깔이 수시로 변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꽃빛깔이 일곱 번 변한다 하여 ‘칠변화'라고도 부릅니다. 향기 역시 사탕 냄새 같기도 하고 후르츠 칵테일 같기도 하고, 참 묘연합니다. 이렇게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꽃이, 원산지인 아메리카 열대지역에서는 잡초로 취급받는다고 합니다.

 

 란타나. 내한성이 약하므로 겨울철에는 실내에서 키우고, 물이 잘 빠지는 토양에 심는다.


넌 내게 반했어

'댄서의 순정'에서 문근영이 촉촉한 눈망울로 “예라이샹 예라이샹“ 하면서 불렀던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잘못 들으면 화들짝 놀랄 말한 말이지만, '예라이샹‘은 야래향(夜來香)이라는 꽃을 말합니다. 등려군이 '첨밀밀'에서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지요.
야래향은 가끔 중국집 이름으로 사용되지만, 향기를 맡아 본다면 중국집 이름으로는 너무 과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사실 야래향은 꽃으로만 보자면 완전히 낙제생입니다. 저것도 꽃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야래향이 꽃으로 대접받는 건 순전히 향기 덕분이지요. 향기가 없었더라면 야래향은 아마 '화류계‘에서 삼류 변두리 인생을 살았을 겁니다.
야래향은 낮에는 꽃잎을 오므렸다 밤이 되면 활짝 벌립니다. 그래서 이름이 야래향. 달밤에 맡는 야래향 향기는 그야말로 ‘죽음'입니다! 우아하고 고독하게 죽고 싶으신 분은 한밤중에 야래향 향기를 맡아 보세요. 아마 한 5초 동안은 깜빡 죽었다 살아나실 겁니다.

 

 야래향의 꽃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향기 하나는 비할 데가 없다.
야래향은 햇빛과 물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물이 필요할 때 스스로 잎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물 주는 시기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초콜릿 향이 난다고 해서 ‘발렌타인 자스민'이라는 별칭이 붙은 듀란타 레펜스(Duranta repens). 꽃집에서는 그냥 발렌타인으로 통합니다. 마편초과에 속하는 발렌타인은 가지를 늘어뜨리며 자라기 때문에 성목이 되면 아주 멋진 자태를 뽐냅니다. 발렌타인은 비교적 키우기 쉬운 식물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므로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도 아닌데 굳이 향기를 봉인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가끔은 향기 나는 꽃에 비닐 봉지를 씌운 다음 봉지 안에 얼굴을 들이밀어 보세요. 그리고 코를 킁킁…. 아마 감각의 지평이 훨씬 넓어질 겁니다.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정도는 되지 않겠지만.

 

 발렌타인. 가지가 처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해 주는 것이 좋다.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며 겨울철에는 5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 준다.


- 글

지근화 / 자유기고가

2008. 7. 31. 12:44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1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공기청정기ㆍ가습기도 못 말리는 우리 집 공기정화 식물

황사가 불어오거나 오존경보가 발령되면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처방전이 내려집니다. 그런 날엔 창문을 꼭꼭 닫아 놓고 본의 아니게 코쿤(Cocoon)족이 됩니다. 그런데 가끔은 ‘실내라고 해서 안전할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바깥공기보다 실내공기가 더 오염된 경우가 많다고 하니 말입니다.

실제로 SBS, 바로 새집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이 존재하는 한, 실내공기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실내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식물과 기르는 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홈 스위트 홈을 위한 비장의 대책, 바로 식물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자재에는 포름알데히드ㆍ벤젠ㆍ톨루엔ㆍ클로로포름 같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만, 비싼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 지어진 건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카펫, 커튼, 가스레인지, 미용 티슈, 벽지, 타일, 복사기, 프린터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에도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포함돼 있습니다.

더 무서운 건 실내공기 오염이 ‘영아 돌연사 증후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기를 갖게 되면 유아용품 카탈로그를 뒤적이며 앙증맞은 이불과 침대, 장난감에 탄성을 지릅니다. 그런 물건들에 아기의 숨통을 조이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걸 안다면, “예쁘다, 예쁘다” 감탄사만 늘어놓을 수는 없겠죠. 쾌적하고 안전한 ‘홈 스위트 홈'을 진실로 바란다면 뭔가를 강구해야 합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공기정화 식물에 대한 연구도 하는데, 그 이유는 ‘티켓 투 더 문' 때문입니다. 오래전 나사에서는 달에 연구기지를 만들 계획을 세웠는데요, 달에 오래 머무르기 위해서는 지구의 공기와 물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공기와 물을 퍼 나를 수는 없는 노릇.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나사는 ‘공기와 폐수를 처리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합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해답을 찾아냈는데 그게 바로 식물이었습니다. ‘지구가 어떻게 공기를 만들지? 어떻게 깨끗한 공기를 유지시키지?'하고 생각하다가 식물이 그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죠. 그래서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능력을 지닌 식물에 대한 연구가 가열차게 시작된 것입니다.


마블 화분은 No! 혹 떼려다 혹 붙인다

자, 그럼 우리 집에 필요한 공기정화 식물이 뭔지 알아볼까요? 그 전에 잠깐! 공기정화 식물을 키우는 데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미관이 화려하고 가벼워서 마블 화분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마블 화분에 담겨 있는 식물을 사서 그냥 그대로 키우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마블 화분은 사용하지 마세요. 마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식물을 마블 화분에 심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마블 화분은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합니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일 하지 마시고, 토기 화분이나 도자기 분에 옮겨 심어 키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하나. “공기정화 식물 한두 개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는 회의론자들이 있습니다. 보통 실내공간의 10%를 식물이 차지해야 효과가 있다는데, 그렇다면 30평 아파트의 경우엔 식물이 3평을 차지해야 합니다. 1평이 약 3㎡. 3㎡면 아주 단순하게 계산해서 30㎝ 크기의 작은 화분 100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니 회의론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내에서 그렇게 많은 식물을 키우느니 차라리 식물원에 가서 사는 게 낫겠죠.

그럼 어떻게 할까요. ‘개별호흡공간'에 식물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면 됩니다. 개별호흡공간이란 한 개인이 여러 시간 동안 머무르는 공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침실이나 공부방ㆍ주방 같은 곳, 사무실이라면 자신의 책상이 되겠죠. 이곳에 식물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세요.


공기정화 식물에도 '고수'가 있다

'공기정화 식물'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야자나무류와 고무나무류입니다. 이런 식물은 공기정화 효과가 좋고 덩치가 크기 때문에 거실이나 주방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아레카 야자는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 제거력이 탁월하고, 수분 증발률이 아주 뛰어납니다. 2m 정도의 키라면 1리터의 수분을 발생시킨다고 하니, 이 정도면 우리가 하루에 마시는(‘마셔야 하는'이 아니라) 물의 양보다 훨씬 많지요. 아레카 야자는 염분을 축적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물을 줄 때 흠뻑 주는 걸 잊지 마세요.

 

 아레카 야자. 정기적으로 물을 분무해 주면 잎 끝이 노랗게 변하지 않는다.
햇빛이 약간 드는 반그늘에서 키운다.

고무나무는 잎이 크고 납작한 종류와 작고 하늘거리는 종류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전자는 인도고무나무ㆍ멜라닌 고무나무 등이 있고, 후자는 벤자민 고무나무가 있습니다. 고무나무는 포름알데히드 흡수율이 뛰어납니다. 단 환경 적응력이 떨어져서 환경이 바뀌면 잠시 몸살을 앓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단 적응이 되면 잘 자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잎이 아름다운 마지나타 역시 크실렌과 트리클로로에틸렌 제거 능력이 뛰어납니다.

 

 다양한 고무나무들.
왼쪽부터 멜라닌 고무나무, 인도 고무나무, 벤자민 고무나무, 벤자민 스타라이트.
햇빛이 강하면 잎이 타므로 약한 햇빛에서 키운다.

 

 마지나타는 잎이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는데 이때 잎을 잘라 주는 게 좋다.
반음지에서 키운다.


애연가의 지상명령, 벤젠을 없애라

자동차 배기가스나 접착제ㆍ타일ㆍ프린터ㆍ페인트ㆍ바닥재 등에서 방출되는 벤젠은 두통과 현기증, 구토, 호흡곤란 등을 일으킵니다(물론 중독됐을 경우). 담배 연기에도 벤젠이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벤젠을 흡수하는 식물로는 뭐가 있을까요. 스파티필럼과 팔손이나무가 있습니다.

스파티필럼은 가느다란 잎이 무척 우아한 식물입니다. 많은 분들이 타원형의 하얀 잎을 스파티필럼의 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이것은 꽃턱잎이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긴 게 진짜 꽃입니다. 스파티필럼의 꽃은 무척 오래가는데, 꽃턱잎이 녹색으로 변하면 그때 꽃대를 아래쪽에서 잘라 주세요. 그럼 다시 꽃대가 자랍니다.

이름도 정겨운 팔손이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키 작은 나무입니다. 잎이 8개로 갈라진 손바닥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팔손이는 사실 대단한 매력은 없지만, 잎에 반지르르 도는 윤기 하나는 최고입니다. 윤기 면에서 보면 샴푸 광고에 나오는 모델보다 한 수 위입니다. 머리카락에 윤기가 나게 하려면 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처럼 팔손이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달걀 마사지를 하거나 에센스를 발라 줄 필요는 없고, 그저 간접광에서 키우시면 됩니다.

팔손이는 음생(蔭生)이라 햇빛이 직접 닿으면 잎이 누렇게 변하고 푸석푸석해집니다. 스파티필럼만큼은 아니지만 팔손이도 물이 모자라면 잎을 약간 늘어뜨립니다. 그때 물을 주시면 되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 화분의 겉흙(화분 길이의 10분의 1정도)이 말랐을 때 주시면 됩니다.

 

 스파티필럼은 햇빛이 강하면 잎이 누렇게 변한다.
햇빛이 약간 들거나 간접광이 있는 곳에서 키워야 하고, 물을 좋아하므로 자주 준다.


음이온이 둥실둥실, 편안하게 잠자자

산세베리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식물이니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산세베리아를 가장 잘 키우는 방법은 소가 닭 보듯이 하는 겁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하게, 그게 비결입니다. 화분의 재질에 따라 길게는 한 달 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멀쩡히 살아 있는 식물이죠. 산세베리아는 다른 식물과 달리 밤에 산소를 만들어 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침실에 두면 제격입니다. 화학물질 제거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음이온을 방출하니 그것으로 산세베리아의 역할은 충분하겠죠?

호접란 역시 음이온을 방출하는 식물입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는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영화를 시작하는데, 그 일러스트 중에 잠자리 얼굴로 변신한 호접란이 등장합니다. 호접란은 꽃이 진 후 꽃대를 잘라 주면 새 꽃대가 자라 다시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시든 꽃대를 전부 잘라 내지 말고 반 정도 잘라야 다시 꽃이 핍니다.

 

 산세베리아. 흙이 완전히 마르면 물을 주고, 반그늘에서 키운다.

 

 다양한 빛깔의 호접란들. 직사광선을 피해 햇빛이 약한 곳에서 키우는 것이 좋고,
물을 너무 많이 주면 곰팡이가 생기니 흙이 어느 정도 마르면 그때 흠뻑 준다.


누가 화장실에 방향제를 뿌리는가
 

화장실에서 냄새가 난다면 무슨 냄새일까요? 물론 암모니아 가스 냄새겠죠.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세제에도 암모니아가 발생하니 이왕이면 ‘암모니아 먹는 하마'를 놓아두는 게 좋겠죠. 관음죽ㆍ안스리움ㆍ 싱고니움ㆍ칼라데아 등이 암모니아를 먹는 식물입니다.

이 중 관음죽이 가장 강력한 ‘항 암모니아 식물'입니다. 사무실이나 음식점 개업 때 선물로 애용되는 관음죽은 모양새는 별로입니다. 잎 끝이 톱니모양이라 누가 일부러 뜯어 놓은 것도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실내 한구석에 버려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감하게 화장실로 옮겨 보는 건 어떨까요. 대신 선물한 사람이 방문했을 땐 재빨리 다른 장소로 옮겨야겠죠?

 

 중국이 원산지인 관음죽은 햇빛이 약간 드는 밝은 곳에서 키우는 게 좋으며
너무 건조하게 키우면 잎이 마른다.

안스리움은 이름과 달리 전혀 안쓰럽지 않게 생겼습니다. 안쓰럽다니요? 오히려 빨강과 녹색의 보색 대비가 아주 강렬합니다. 안스리움도 스파티필럼처럼 붉은 부분이 꽃턱잎이고 옥수수처럼 생긴 것이 꽃입니다. 안스리움은 기르기가 다소 까다로워 내공이 필요한 식물입니다. 뿌리가 촉촉한 게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습하면 썩어 버리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안스리움은 열대지방이 원산지라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므로,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밝은 곳에서 키운다.

 

 왼쪽은 싱고니움. 기르기가 쉬운 편이다.
햇빛이 약간 드는 반양지에서 음지까지 모두 가능하며, 물을 좋아한다.
오른쪽은 칼라데아 마코야나.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니 그늘이나 반음지에서 키운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식물은?

 알뿌리 화초인 시클라멘은 잎과 꽃이 모두 아름다워 인기가 있는 식물입니다. 가을부터 봄까지 꽃을 피워 꽃이 귀한 겨울에 더 환영을 받지요. 시클라멘은 더위에 무척 약해 여름을 잘 보내도록 신경을 써 줘야 합니다. 10~15도 정도의 선선한 곳에서 키우는 것이 좋고, 특히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옆 등 열이 발생하는 곳에는 절대로 두면 안 됩니다.
칼란코에는 잎이나 줄기에 많은 수분을 갖고 있는 다육식물입니다. 따라서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없고 화분이 바짝 마르면 한 번씩 줍니다. 다른 식물에 비해 실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은 낮은 편이지만, 기르기 쉽고 겨울에도 꽃이 피어 실내를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왼쪽은 시클라멘. 햇빛이 약하게 드는 곳에서 선선하게 키운다.
오른쪽은 칼란코에. 양지성 식물이며, 꽃이 지면 꽃대를 잘라 주고
새순이 나올 때까지 물을 주지 않는다.

파인애플과에 속하는 아나나스는 일생에 단 한 번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다시 꽃을 보고 싶으면 포기나누기로 어린 포기를 떼어내 따로 키워야 합니다. 이 역시 꽃을 보려면 1년 이상은 걸립니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어딘가에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 때문일까요. 베고니아를 볼 때면 늘 양인자 작사ㆍ조용필 작곡의 ‘서울 서울 서울'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사실 베고니아에는 아주 많은 종이 있습니다. 보통 거리의 화단에 피어 있는 꽃은 그중에서 꽃베고니아죠. 아마 조용필의 이 노래 속에 등장하는 것도 꽃베고니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꽃베고니아는 칼란코에처럼 다육식물은 아니지만 다육 기질이 있어 물을 자주 줄 필요는 없습니다. 꽃베고니아의 잎 끝이 갈색으로 변하면 공기가 건조하다는 뜻입니다. 예쁜 꽃을 보여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공기까지 정화해 준다니 정말 착한 식물들 아닌가요?

 

 왼쪽은 아나나스. 직사광선을 피하고 반그늘에서 키운다.
물은 겉흙이 어느 정도 말랐을 때 준다.
오른쪽 꽃베고니아는 베란다나 창가에서 키우며 흙이 약간 마른 듯하게 관리한다.


 "가습기 대신 우리를 믿어 보세요!"

실내공기를 정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쾌적함의 기본입니다. 모든 식물이 증산작용을 하긴 하지만, 그 중 특히 셀륨ㆍ디펜바키아ㆍ아디안텀ㆍ크로톤 등은 증산율이 아주 뛰어나 건조한 실내에 두면 좋습니다.

크로톤은 잎이 꽃보다 더 화려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식물입니다. 크로톤은 영어로 ‘요셉의 외투(Joseph's Coat)‘라고 하는데 그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의미겠죠.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손잡고 만든 첫 작품도 바로 '요셉의 총천연색 외투(Joseph and Amazing Technicolour Dreamcoat)‘였습니다. 이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적이 있는데 그때 가수 유열이 요셉 역을, 신효범이 나레이터를 맡았다고 합니다. 요셉의 외투를 빛바래게 하지 않는 방법, 바로 충분한 빛을 쪼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크로톤은 촉촉해야 잘 자라므로 분무를 자주 해 주고 물도 자주 주는 것이 좋습니다.

크로톤과는 달리 디펜바키아 카밀라는 단 두 가지 색으로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식물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키우면 무늬가 옅어지므로 밝은 곳에서 키우는 게 좋고, 물은 토양이 촉촉할 정도로 주세요. 집 안에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디펜바키아 잎을 절대로 먹지 않게 주의하세요. 디펜바키아는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어 먹으면 목이 부어올라 며칠 동안 말을 못 한다고 합니다.

 

 왼쪽 크로톤은 남아시아가 원산지로, 햇빛이 강할수록 잎이 화려하며
온도가 낮으면 잎이 떨어진다.
오른쪽 디펜바키아는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로,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왼쪽은 아디안텀. 고사리과 식물이라 햇빛이 약간만 드는 그늘진 곳과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실내공기가 건조하면 곧바로 시들어 버리는 성질이 있어,
실내 습도의 적정성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오른쪽은 필로덴드론 셀륨.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밝은 곳에서 키우며,
물은 겉흙이 마르면 준다.

- 글

지근화 / 자유기고가
(*사진_ 최태원 *장소 협찬_ 서오릉 보람농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