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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5 기업환경의 새로운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 넷
  2. 2009.05.05 지금 위기에서 자유로운(immune) 나라는 없다 - 둘
2009. 5. 5. 16:54

기업환경의 새로운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 넷

[석학에게 묻다] ④기업환경의 새로운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경제위기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되고 있다. 생존하기 위한 무한경쟁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키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한 것이다. 이러한 의지는 세계적 기업뿐 아니라 중소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 광대역 인프라 사업에 관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현재 부수적인 사업분야는 물론 주력 사업까지 변화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세계 1위의 인터넷 검색 기업 구글도 예외가 아니다. 구글은 경제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우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온라인 광고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험은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다. 불황에도 모든 기업은 물건을 팔아야 하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광고이다. 따라서 광고주 요구에 맞춘 온라인 광고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내 대기업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회복의 핵심 프로젝트로 내세우고 있는 정보기술(IT) 뉴딜이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미국의 경우 여전히 수천만 명이 초고속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광대역 인프라 관련 사업에 투자

 


무한한 가능성, 신재생에너지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신재생에너지가 새로운 기업환경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신재생에너지에도 많은 투자를 해 왔는데, 슈미츠 CEO는 에너지 인프라는 경제회복과 성장을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기술, 전기자동차, 지능형 전력공급 시스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기후변화를 막아 낼 뿐 아니라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제·금융분야의 환경 변화도 글로벌 기업들의 중요한 관심거리다. ‘경제·금융 분야에서는 이미 다자주의 시대가 개막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무조건 미국을 모방하는 시대는 끝났고, 세계의 권력이 분권화되고 있다. 베스트셀러 <흔들리는 세계의 축(The Post-American World)>의 지적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쇠퇴한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발전과 성장이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파리드 자카리아 <뉴스위크> 편집장은 “세계가 직면한 도전은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라며,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지만 유엔이나 IMF는 힘이 모자라 G20이 새로운 국제 시스템의 중심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기업들의 목표 변화로 인한 변화

금융 기업들의 패러다임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 기업의 변화는 국내 기업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중요한데, 특히 주목할 것은 글로벌 금융 리더 가운데 하나인 씨티그룹의 움직임이다. 씨티그룹은 그동안 급증하는 부실여신과 자산상각으로 손실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450억 달러를 지원받았으며, 정부가 보유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사실상 국유화 단계에 이르렀다. 이 같은 세계적 금융 기업의 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 흐름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씨티그룹 등 분야에 관계 없이 글로벌 기업의 기업환경 변화는 곧바로 후발 기업은 물론 소규모 기업들에까지 전이되고 있다. 기업 핵심동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터 교수는 “한국 경제는 R&D, innovation, globalization 등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취약한 노사관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부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화되었지만 아직도 글로벌 전체로 보면 규모가 빈약한 편”이라면서 “인적자원 활용 등을 통해 보다 글로벌화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의 시기를, 세계적인 기업환경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고 내실을 기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 김경도 /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2009. 5. 5. 16:49

지금 위기에서 자유로운(immune) 나라는 없다 - 둘

[석학에게 묻다] ②지금 위기에서 자유로운(immune) 나라는 없다
 

‘100년 만이라는 경제불황에 직면한 세계 경제. 국제금융시장을 제패했던 미국의 금융질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신 브레튼우즈 체제(달러의 기축통화로써의 가치가 상실되어 가는 와중에 통화 인지도와 유통량에서 엔화, 유로, 달러를 기준환율로 동시 설정하는 것)로 대변되는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내리기란 어렵다. 그러나 과거의 경제위기를 연구하고 보다 나은 경제질서를 찾아 온 세계 경제 석학들의 의견을 통해 좀 더 폭넓은 혜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석학들의 미래 경제전망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올해 세계 경제의 키워드를 ‘불확실성'이라고 제시했다. 200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프린스턴대 고등과학원 교수는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엄청난 재정을 쏟고 있는데, 이는 결국 미래로부터 빌려 오는 것이다. 우리의 아들, 손자들에게서 미리 빌려 와서라도 경기를 부양한 뒤 자손들에게 다시 갚을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비관적인 인식이다.

더욱이 한계 기업 퇴출과 구조조정이 핫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실업, 고용 대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건설 등 세계 유수의 제조기업들은 사상 최악의 적자 행진 속에 감원, 감산 계획을 쏟아 내며 전 세계를 실업대란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이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경제 석학들이 지적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나리만 베라베시 미국 IHS(경제전망 기관) 부사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권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선진국 동시불황에 미리 대비해서 국가 운영과 기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는 경기침체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업이나 개인의 위기 대응방식도 명확해야 한다.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 월터 쇼렌스타인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혼란의 시기에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짜야 한다”며 “기업이나 개인은 당장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 자산 비중이 전체 자산 중 최소 20%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도 과거보다 크게 중요해졌다. 린이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가의 자산이 될 만한 장기투자를 통해 위험 시기에 자산을 보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어떤 약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한국 경제에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제 2의 환란설'로 몸살을 앓았던 한국 경제에 대해서 외국 석학들의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이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하루아침에 뜯어고치기는 어렵다”면서도 “외부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시장 안전장치를 더 확실하게 구축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실체 없는 위기설에 계속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전면 도입한 미국식 시장 경제 모델, 주주가치 우선 경영이 과연 절대적인 가치인지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한국 경제는 40여 년간 경제 성장을 이어 왔지만 아직도 채워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환율 시스템이 매우 취약하다는 게 염려스럽다. 미국, 중국,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를 맺었지만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나 한국을 달러 우산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곱씹어 봐야 한다. 에릭 매스킨 프린스턴대 고등연구소 교수는 “결국 길게 보면 세계는 단일통화로 가지 않을까 싶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동아시아 지역의 통화 연합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것이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을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외환위기 가능성에 취약한 한국 경제가 가장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금융시장의 재편으로 인한 변화

이번 세계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재편 물결은 아시아 위상에도 큰 반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이 지배했던 금융 헤게모니를 놓고 일본과 중국이 경쟁하는 양강구도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금융위기 이후 더욱 막강해진 ‘엔화 파워'를 앞세워 단일통화를 주장하고 있고,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지닌 중국도 화교경제권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맹주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따라서 막강한 기술력을 가진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과 세계 최대 소비·생산공장인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느냐, 이들 두 나라를 디딤돌 삼아 경기침체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는 국가가 되느냐, 위기의 파고 속에서 한국은 문자 그대로 생사기로의 갈림길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위기에서 자유로운(immune) 나라는 없다. 국제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사이 순식간에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 김경도 /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