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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 21:18

자연의 숨결 그윽한 전통고택에서의 하룻밤

자연의 숨결 그윽한 전통고택에서의 하룻밤

쳇바퀴 돌듯이 살아 왔던 회색도시의 빌딩 숲이 문득 갑갑해지는 봄이다. 이럴 때 고즈넉한 한옥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는 전통고택에서의 하룻밤은 어떨까? 발을 내딛는 순간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그곳, 순백의 하얀 창호지에 눈이 부셔 아침잠을 깨는 색다른 느낌이 기다리고 있는 전통한옥으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5년 전 경북 청송 송소고택에서의 하룻밤을 아직 잊지 못한다. 밤새 뒤란의 댓잎바람 소리를 들으며 온가족이 구들장에 등을 대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정경은, 딱 내 유년시절의 모습이었다. 산새들이 짹짹이는 소리에 일어난 아침, 하얀 창호지의 순백미가 온 방을 눈부시게 채우고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전통고택 마니아가 되어 몇 년 동안 시간만 나면 가족과 고택체험 여행을 떠났다.

 

 송소고택 사랑채

우리 전통한옥에는 불변의 법칙 같은 것이 있는데, 바로 철저하게 사람을 위해 지어진 집이라는 것이다. 선조들은 한옥을 설계하고 지을 때 미관에도 신경을 썼지만,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를 사용해 그곳에 살 사람의 건강과 실용을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랑채에서 바라본 행랑채.
정갈하게 둘러쳐진 담장과 홍살문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30여 곳에 달하는 고택을 답사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머문 이유는 단순히 집 외형에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우리 조상들이 간직해 온 무형의 가치, 즉 삶에 대한 지혜와 예의범절의 전통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 고택체험 여행을 계기로 조선시대의 선비정신과 명문가에서 내려오는 가훈들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우리의 '정신가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런 연유이다. 명문가에서의 하룻밤, 그곳에서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산책하며 사색하기 좋은 지례예술촌

방문을 열면 임하호가 손에 잡힐 듯하고, 야트막한 뒷산에는 올망졸망한 소나무 향기가 코끝에 진동한다. 산책하며 사색하기 좋은 '산중별촌'이 바로 지례예술촌이다. 안동에서 승용차로 30~40분 들어가야 하는 지례예술촌은 여러 집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모양새와는 달리, 실제로는 한 가구만 살고 있다. 원래 1664년 조선 숙종 때 지어진 의성 김씨 지촌 김방걸 종택으로, 10여 동 125칸 규모였다고 한다.

 

 지례예술촌 담장.
원래는 건물의 경계이지만, 지례예술촌에서는 정겨운 볼거리로서의 역할을 한다.

안동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고택 주인인 김원길 선생이 1986년부터 종택ㆍ서당ㆍ제청 등 건물 10채를 마을 뒷산자락으로 이건한 지례예술촌은 전통고택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김원길 선생은 “처음 고택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의 부단한 노력으로 사단법인도 만들고 고택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킨 덕에 요즘은 ‘고택체험 붐'이 일고 있다.
지례예술촌은 하룻밤 체험이 가능하며 시간을 맞추면 정통유교식 제사도 참관할 수 있다. 특히 지촌종가의 제사는 조상에 대한 음덕을 높이 기리는 의식으로 제관들이 갓을 쓰고 의복을 갖춰 입어 장엄함마저 연출한다. 예약하면 전통민속놀이 체험도 할 수 있다.

[ 여행 정보 ]

- 위               치 : 경북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 산 769번지
-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신갈IC~영동고속~원주IC~중앙고속~서안동IC~34번 국도~영덕방향(30km)
                              ~가랫재휴게소~지례예술촌 표지판(기차와 시외버스는 안동역 하차)
- 가  문  특  징 : 올곧은 선비정신
- 볼               것 : 전통제사 의식
- 전 통   체 험 : 문화교실 참여(된장ㆍ고추장 담그기, 각종 다식ㆍ떡 만들기, 자연 염색 등)
- 주변 볼거리 : 임하댐, 하회마을, 봉정사
- 숙               박 : 4만원~10만원(인원과 방 크기에 따라 다름)
- 상  세  정 보 : http://www.chirye.com / 054-822-2590


고고한 선비지조 흐르는 명재고택

평생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 입신양명을 멀리하고 후학들을 길러 낸 ‘백의정승'이었던 명재 윤증 선생이 살았던 고택. 명재고택의 큰 특징은 담장이 없다는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연못이 있고 화려한 팔작지붕을 한 사랑채가 맨 앞에 위치하고 있어 집안에 오는 손님을 환대했던 윤증 선생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 ‘바깥어른의 손님이 머무는 집'이 사랑채인 만큼, 고택의 주인이 사람을 내치지 않는 포용력 넓은 마음씨를 가졌음을 보여 준다.

 

 명재고택 전경. 사랑채가 맨 앞에 위치한 게 특징이다.

윤증 선생은 평생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 열네 번의 상소를 올리면서까지 벼슬을 마다했다. 선생은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은 선비로도 유명하다. 당시 마을에서 양잠에 필요한 뽕잎이 모자라 이웃으로부터 원망을 사는 일이 생기자 집안에 “일체의 양잠을 하지 말라”고 조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집안은 또한 묵은 간장독에 햇장을 첨가해 장을 담는 ‘전독간장'으로도 유명하다. 하룻밤 체험이 가능하며 고택 앞에는 최근 전통찻집이 문을 열어 ‘차 한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구름 속에 새가 노니는 운조루

지리산과 섬진강을 벗한 명당자리에 자리한 운조루(雲鳥樓). '구름 속에 새가 노니는 누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풍수지리적으로는 ‘금가락지가 떨어진 자리'와 ‘금거북이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자리'라고 한다.
짓는 데만도 7년이 걸린 이곳의 입구에는 연못이 조성돼 있는데 풍수상 불길을 잡기 위함이라고 한다. 연못 중앙에 섬을 하나 만들어 놓았는데 그곳을 다리로 이어 놓아 운치를 더한다. 이 고택은 행랑채만도 18칸이 남아 있어 고택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건물의 백미는 누각. 누마루는 앞 행랑채보다 높게 만들어져 누각에서도 멀리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운조루 누마루에서 바라본 행랑채

집 안에는 가빈터가 남아 있어 이 지역 양반가의 독특한 장례 풍습을 엿볼 수 있다. 가족이 죽으면 3일 후 입관해 가빈터에 3개월 동안 모셔 두고 아침저녁으로 제례를 올리며 애도의 뜻을 표한 연후에 매장했다고 한다.
운조루의 아쉬운 점은 아직 하룻밤 체험공간으로 개방하지 않고 있어 답사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 하룻밤을 머물려면 인근 쌍계사나 화엄사 아래의 숙박촌을 이용하면 된다.
운조루를 답사할 때는 안채 앞에 놓여 있는 쌀독을 반드시 관람하길 권한다. 이 쌀독은 타인을 능히 이해하자는 의미에서 필요한 사람이 쌀을 퍼 갈 수 있도록 마련한 것으로, ‘가진 자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명문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 여행 정보 ]

- 위              치 :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회덕IC~호남고속도로~광주 지나 고서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
                               남원나들목 ~구례IC~구례군청~토지면 방향~문수골이 보이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 가  문  특  징 : 타인능해(이웃을 충분히 이해), 분수 지키기
- 볼               것 : 쌀독, 누각, 가빈터
- 주변 볼거리 : 쌍계사, 섬진강
- 상  세  정 보 : http://www.unjoru.com / 061-781-2644


조선시대 선비정신 오롯한 전주 양사재.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양사재는 조선시대 때 향교에 딸린 부속건물로 서당공부를 마친 재능 있는 청소년들이 모여 생원과 진사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했던 곳이다. 2002년까지 민가로 있던 것을 뜻있는 사람들이 분들이 힘을 모아 개보수해 전주시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고택체험장으로 개방하여 운영 중이다.
마당 뜨락에는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고, 뒤뜰에는 아궁이에 지필 장작이 쌓여 있는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대문 정면에는 3칸의 구들방이 있고, 좌측의 3칸은 분합방이다. 필요할 때는 나눠서 사용하거나 합쳐서 사용할 수 있다. 손님이 없는 낮 시간에는 전통찻집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사재 분합방. 필요에 따라 방을 나눴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기능성이 있다.

양사재는 회원제로 운영하기도 하므로 일반회원이나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특전도 있다. 이곳은 야생차의 남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기념하듯 야생차 군락도 있다.

[ 여행 정보 ]

- 위               치 :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58번지
-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천안 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전주나들목~한옥마을
- 가  문  특  징 : 선비정신
- 볼               것 : 뒤뜰 차밭, 현판
- 전 통   체 험 : 전통한옥 체험, 우리차 체험
- 주변 볼거리 : 전주 한옥마을, 마지막 황손집 승광제
- 숙               박 : 4만원~10만원(인원과 방 크기에 따라 다름)
- 상  세  정 보 : http://www.jeonjutour.co.kr / 063-282-4959


민족을 생각하는 집, 임청각

최근에 개방된 임청각은 고성 이씨의 종택으로 과거 99칸으로 지어졌다. 안채ㆍ중간채ㆍ사랑채ㆍ사당ㆍ행랑채 등이 비스듬한 산지 지형에 알맞게 배치돼 있다. 이 고택은 영남지역에서도 명당자리로 유명했는데 이를 질투한 일제가 철길을 지나가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고택은 중앙선 기찻길이 지나가는 옆에 위치해 지붕의 기와가 붉게 물들어 있다.
임청각의 백미는 사랑채인 군자정이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서 수많은 묵객들이 시와 서화를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퇴계 이황 선생이 쓴 현판도 꼭 보길 권한다.

 

 임청각 사랑채인 군자정 전경. 농암 이현보 선생을 비롯한 여러 묵객들의 작품이 남아 있다.

민족을 생각하게 하는 고택 임청각은, 보물로 지정된 건물의 가치도 가치지만, 상해 임시정부를 이끌며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 선생(1858-1932)이 태어난 성지이기도 하다. 나라를 위하는 일꾼으로 자식을 양성하겠다고 생각한 부모님이라면 반드시 하룻밤 머물기를 권한다.

[ 여행 정보 ]

- 위              치 : 경북 안동시 법흥동 20번지
- 찾아가는 길 : 안동 IC에서 나와 안동댐 방면으로 약 20~30분 소요(기차와 시외버스는 안동역 하차)
- 가  문  특  징 : 우국충정
- 볼               것 : 우물방, 군자정 현판
- 전 통   체 험 : 탈 만들기, 아궁이 전통솥에 밥하기, 연못 낚시
- 주변 볼거리 : 안동댐, 신세동 7층 전탑(국보)
- 숙               박 : 5만원~20만원(인원과 방 크기에 따라 다름)
- 상  세  정 보 : http://www.imcheonggak.com / 054-853-3455 


유유자적한 선비정신 흐르는 농암고택

농암고택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낙동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절경이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세심정이 있고 그 아래로 돌아 들어가는 곳에 고택이 서 있다. 사랑채인 긍구당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유유한 흐름은 농암고택 체험의 으뜸이다.
조선 초기에서 중기까지 살았던 문신으로 강호가도(江湖歌道, 강과 호수를 노래하는 유유자적한 풍류를 읊는 도리)를 창시한 인물인 농암(聾巖) 이현보 선생(1467~1555)이 만년을 보낸 집으로 원래는 다른 곳에 있었으나 안동댐이 수몰되면서 옮겨 놓았다.

 

 농암고택의 사랑채인 긍구당

농암 선생은 효 사상을 강조하여 자신이 벼슬을 하고 있을 때는 지역 어른들을 모셔 잔치를 열었다고 하고, 뿐만 아니라 여자와 천민까지도 초대하였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황 선생은 농암 선생에 대해 “집안에서는 자식만 편애하지 않고 노비에게도 자비를 베풀었으며 혼사를 정할 때도 벼슬이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았다”며 높은 품성을 칭찬했다고 한다.
농암고택에는 한학자로 올곧은 선비정신을 이어 오고 있는 종손 이성원 선생이 살고 있다. 이분이 고택을 개방하는 이유는, 고택이 단순히 숙박 장소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것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옛날 농경사회에서 사용하던 농기구도 전시돼 있어 현장체험학습장으로서도 좋다.

[ 여행 정보 ]

- 위              치 :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 612번지
- 찾아가는 길 : 중앙고속도로~서안동IC~안동시청~35번 국도(도산서원 방면)~온혜리~청량산 방면
                               ~가송리 입구(분강촌 농암종택 간판)~고산정 간판~가송리 마을
- 가  문  특  징 : 경로효친ㆍ적선(積善) 중시
- 볼               것 : 긍구당, 농사도구 전시장
- 전 통   체 험 : 트래킹, 탁본, 다도, 천렵 등
- 주변 볼거리 : 세심정, 청량사, 도산서원, 퇴계종택
- 숙               박 : 4만원~10만원(인원과 방 크기에 따라 다름)
- 상  세  정 보 : http://www.nongam.com / 054-843-1202 


- 필자

여태동 / < 고택스테이, 명문가에서의 하룻밤 >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