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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5. 16:45

경제회복? “2010년 경에야 기대할 수 있을 것 - 하나


[석학에게 묻다] ①경제회복? “2010년 경에야 기대할 수 있을 것”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경제학자들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경제학자들이 자연스럽게 할 일이 많아졌다. 사람이 건강할 때는 의사를 찾지 않다가도 몸에 문제가 생기면 의사를 찾게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저명한 세계적 경제 석학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 어떤 평가와 해법을 내놓고 있는지 알아 보자.


경제학자들에게 쏠리는 관심

“경제위기가 경제학자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있다.”
지난 1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저명한 학자가 농담식으로 던진 말이다.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 고조로 경제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관심이 쏠리면서 경제학자들이 바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을 전후해서 금융위기 문제와 자본주의 미래를 듣기 위한 경제학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설마 했던 월가가 사실상 붕괴되고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가 흔들리면서 이에 대한 해석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원인은 총체적인 문제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절 저금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과욕을 부추기면서 버블(거품)이 형성됐고 그 버블이 터지면서 경제위기를 맞게 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금융환경이 이번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을 미국의 저금리정책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2002년 이후 미국 FRB가 저금리 상태를 필요 이상으로 오래 끌면서 금융위기가 확대된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금리가 최근의 거품과 위기를 만들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빚어진 시장 실패와 잘못된 정책에 따른 정부 실패가 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민간부문에서는 기업 최고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보수 책정 등 잘못된 인센티브 관행과 위험관리 실패가 원인이 됐고 기업 이사회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신용평가기관들도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대내외의 감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설명이다.

국제금융 분야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금융위기 원인을 저금리정책 탓으로 돌리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저금리정책은 실제 시장금리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막대한 달러 유동성과 미국 경상수지 적자라는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이와 함께 정부의 안이한 대처 역시 금융위기를 초래한 요인으로 꼽았다.

 


경제위기 회복 오래 걸릴 듯

최근 들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제에 희망이 보인다고 밝히는 등 경제가 조만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석학들 사이에서는 이번 경제위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2009년까지는 지속되고 2010년 경이나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2년 전에 이미 위기를 정확히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와 세계 경제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닥터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기침체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지속됨으로써 대공황 이후 최장기간인 24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글로벌 경제위기는 최소한 18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통화 부문 세계적 권위자인 배리 아이켄그린 UC(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역시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가 2009년에 끝나면 다행이며 전 세계 경기침체가 끝나고 회복세로 돌아서려면 잘해야 2010년 경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효율적인 시장시스템 구축 필요

경기침체 장기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세계적 석학들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위기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고 양적 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보다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수립해 경기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정부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경기부양책 마련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전문가들의 제언을 받아들였거나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자율을 중시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의 허점이 드러남에 따라 기존의 금융시스템과 경영진들에 대한 보수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번 위기는 시장지상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줬다”면서 “정부와 시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혼합경제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탐욕스런 월가의 관행에 적절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민간 기업들의 과도한 보수체계도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 토마스 쿨리 뉴욕대 경영대학원 원장은 “경영진의 보수는 장기적 성과에 따라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

과거의 사례를 볼 때 극복되지 않은 경제위기는 없었다. 최악의 경제위기로 인식되고 있는 1930년대 대공황도 끝내는 지나갔다. 많은 석학들은 다만 위기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경제 참여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각국의 정부들이 경제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경제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국가 중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자국의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춰 보호주의가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는 최근 들어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면서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실업률 증가가 지속되고 있고 소비 위축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단기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임시방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번 위기를 통해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분배되고 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경제위기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들 역시 이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휴대전화, TV, 자동차 등이 세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힘들지만 최근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잘 준비한 기업들은 경기회복시 수혜를 볼 수 있다.

이번 경제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은 비단 정부와 기업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의 가장 기본적 주체인 개인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 위정환 /
매일경제신문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