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2
[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스트레스, 꽃향기에 무릎 꿇다 | |
삼손은 머리카락이 힘의 비밀이었습니다. 헐크는 분노가 힘의 비밀이었지요. 그렇다면 꼬마 자동차 붕붕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러고 보니 붕붕을 모르는 분도 있겠군요. '꼬마 자동차 붕붕'은 1980년대 중반 방영되었던 만화영화입니다.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왔다,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 그렇습니다. 주제가에 나오는 것처럼 붕붕의 힘은 꽃향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향기로운 식물을 소개합니다. 꽃향기를 맡으면 우리도 혹시 힘이 불끈 솟을지 모르니까요.
아로마 테라피(Aroma Therapy)가 유행하기 시작한 게 10년 안쪽. 그러니 꼬마 자동차 붕붕은 아로마 테라피의 선구자인 셈이지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아로마 테라피는 허브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이용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리는 것을 말합니다. 꽃향기, 너를 만나면 마냥 좋다 혹시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기억의 한 토막이 아득한 시간 속 어딘가에서 불쑥 튀어나왔던 경험은 없으신가요? 후각은 인간의 여러 가지 감각 중 기억 회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른 감각보다 더 직접적으로 뇌를 자극한다고 합니다. 이는 냄새 입자가 후각신경을 통해 대뇌변연계로 전달되고, 인간의 감정과 생리 기능을 관장하는 중추신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군요. 그렇다면 향기란 공기 중에 잠시 방출됐다 사라지는 입자 그 이상이 아닐까요.
향기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허브를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브의 가장 큰 특징은 대가 없이 공짜로 향기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허브가 스킨십을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허브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는 손으로 살짝 쓰다듬어 줘야 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면 아무 노력 없이도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만, 어쨌든 허브의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노동력이 필요하지요. 사람이 됐든 바람이 됐든…. 헬리오트로프. 개화 기간이 긴 헬리오트로프는 고온다습에 약하므로 다양한 허브들. 손으로 쓰다듬으면 향기가 난다.
흰 장미를 방불케 하는 우아한 꽃이 피는 꽃치자는 남국의 과일향을 풍깁니다. 어찌나 그윽하고 달콤한지 딱 한 송이만 피어도 집 안에 향기가 가득하지요. 단점이 있다면 꽃이 질 때 다소 처참하다는 것, 그리고 새순에 진딧물이 엄청 꼬인다는 것. 이 두 가지만 잘 견뎌 낼 수 있다면 항시 곁에 두어도 좋을 만한 꽃입니다. 중국이 원산지인 꽃치자는 7,8월에 흰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고광나무는 짙은 바나나 향기가 납니다. 별다른 매력이 없어 보이는데 보면 볼수록 진국인 사람이 있지요? 고광나무가 바로 그렇습니다. 꽃은 평범하지만 워낙 향기가 좋아 자꾸 뒤돌아보게 만듭니다. 울타리로 만들어도 좋고, 큰 화분에서 키워도 잘 자랍니다. 고광나무. 건조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물을 충분히 주도록 한다. ‘칵테일 사랑'이란 노래를 아시나요. 마음이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걷다가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하지만 애니시다가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발랄한 노란 색의 꽃이 피는 애니시다는 향기마저도 참 상큼합니다. 애니시다. 새로 자라나는 가지를 계속 잘라 주어야 깔끔한 모양새를 유지할 수 있다. 란타나도 참 얄궂은 꽃입니다. 연분홍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주황으로, 다시 주황에서 빨강으로 꽃빛깔이 수시로 변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꽃빛깔이 일곱 번 변한다 하여 ‘칠변화'라고도 부릅니다. 향기 역시 사탕 냄새 같기도 하고 후르츠 칵테일 같기도 하고, 참 묘연합니다. 이렇게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꽃이, 원산지인 아메리카 열대지역에서는 잡초로 취급받는다고 합니다. 란타나. 내한성이 약하므로 겨울철에는 실내에서 키우고, 물이 잘 빠지는 토양에 심는다.
'댄서의 순정'에서 문근영이 촉촉한 눈망울로 “예라이샹 예라이샹“ 하면서 불렀던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잘못 들으면 화들짝 놀랄 말한 말이지만, '예라이샹‘은 야래향(夜來香)이라는 꽃을 말합니다. 등려군이 '첨밀밀'에서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지요. 야래향의 꽃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향기 하나는 비할 데가 없다. 초콜릿 향이 난다고 해서 ‘발렌타인 자스민'이라는 별칭이 붙은 듀란타 레펜스(Duranta repens). 꽃집에서는 그냥 발렌타인으로 통합니다. 마편초과에 속하는 발렌타인은 가지를 늘어뜨리며 자라기 때문에 성목이 되면 아주 멋진 자태를 뽐냅니다. 발렌타인은 비교적 키우기 쉬운 식물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므로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발렌타인. 가지가 처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지근화 / 자유기고가 |